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예요
이승재 지음 / 좋은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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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씩 버티면 돼

오늘 하루도 낯선 시간

세상에 홀로 혼자 같았던 시간

지친 모습은 없는 것처럼

다친 마음 하나 없는 것처럼

하루를 웃었어

아직 무너지지 않았으니까

또다시 무거운 내일이 다가와도

하루를 살아간 작은 생명들에게

노을이 녹아내린 바다향처럼

다음 날 햇볕을 담은 등대처럼

밤하늘 별들이 얘기하네

잘했어

잘 버텼다고

다음 하루가 오늘이 되면

심장이 뛰는 동안 말할 거야

세상 발버둥 치는 것들을 꼭 안아주면

세상을 누릴 자격이 있는 거라고

불행하기도 할 하루에게

두려울 땐 끊입없이

네 꿈을 얘기해

눈을 감으며 버텨간 시간처럼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말해

나는 그럴 가치가 있다고 말해. (-57-)

길냥이의 하루

태어날 때부터 세상에 버려졌으니

사랑받은 적이 없다

하루 건너 죽음을 하나 씩 건넜으니

목숨을 구걸한 적도 없다

죽음을 곁에 끼고도

매일 아침 살아갈 이유를 찾아

그래서 길냥이는

외로움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자신의 고된 영혼에서조차 자유로워

인간은 그 앞에서 집사일수 밖에

지구의 주인이라는 놀라운 사실에도

냥이들은 관심 없다.

세상 따위 참치 한 점과 바꾸면

그날 하루는 찬란한 햇볕보다 빛나 (-97-)

길 위에 사라져간 것들을 위하여

죽어가는 생명 앞에

침묵하는 것이

삶이라면

내 삶은 차라리

죽음으로

침묵하겠어요

말없이 사라져간 것들

그리고 그렇게

꺼져가는 불꽃을 기억해

떨어지는 꽃잎을 기억해

그리고

사라져간 생명을

떨리는 손끝이

마지막 시를 쓴다면

사라져간 것들을 위하여

떠나간 것들도

기억은 영원하게 (-103-)


시집 『슬퍼하지 말아요, 이별도 당신을 떠날 거예요』은 시집추천 : 2022년 한용운신인문학상 등단 시인 이승재의 첫 시집이다. 시에는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 우리가 죽어야 할 이유를 하나하나 나열하고 있다.지구라는 좁은 공간에서,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났으며,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죽어갈 것이다. 인간이 마주하는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실체는 인간 스스로 두려움, 공포, 불안,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고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시인은 이 시를 통해서, 죽음을 긍정하고 있다. 외로움을 응시하며,고독과 아픔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시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그는 인간의 삶을 길고양이의 삶에 빗대고 있었다.태어나서 버려진 길고양이는 어미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 죽음을 매일매일 보며 성장한 고양이는 밤이 되면, 고약한 아기 울음소리를 내며, 인간에게 천시 당할 때가 있다. 인간이 먹고 남은 음식 잔반을 먹으면서, 인간에게 구걸해 본 적이 없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사는 것은 인간 뿐만 아니라,고양이 또한 비슷한 삶을 살고 있었다.태생부터 고독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엇던 길고양이의 삶은 특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길냥이는 인간에게 유혹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으며,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해당될 수 있다. 인간이 고아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라난다 하더라도, 길고양이의 딱한 처지를 보면,위로가 될 수 있다. 시인은 때로는 인간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스스로 살아남으라,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그리고 죽음 이후에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갈 것이며, 아무 문제 없지 지구는 태양을 따라 공전한다는 자연의 진리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서,길고양이는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먹고 사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참치 한 캔에 만족감을 느끼는 고양이처럼, 바나나 하나에 목숨 거는 원숭이처럼, 하루를 살아갈 것처럼 살아간다면, 그 어떤 상황이 내 앞에 나타난다 하더라도, 인간은 스스로 견딜 수 있고, 내 삶을 바로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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