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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복사꽃
김단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평점 :
작년까지만 해도 도야는 서울대 음악대학에 다니는 학생이었으나, 올 초 집을 나와 청계천변 하꼬방에 세를 얻어 아버지와 일절 왕래하지 않게 된 후로는 비싼 학비를 감당할수 없어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집에서 학비를 계속 대줬어도 학교를 그만뒀을 것이다. (-24-)
도야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책 읽기 소모임은 겉으로는 서울대 문리대 학회 내 소모임에 불과했고, 조선평등연구소 역시 누가 봐도 흠잡을 데 없을 만큼 건전한 연구 단체였다. 하지만 연구소는 재야인사나 진보 성향의 대학교수들이 다수 회원으로 있어 자유당 정부가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70-)
도야의 고집이 보통이 아닌 것은 인형을 닮았다. 도야가 집을 나간 그 순간 인형은 다시는 도야를 딸로 대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도야가 먼저 굽히지 않는 한 그 말을 끝까지 지킬 것이다. (-159-)
경무대는 처음부터 노리고 있는 표적이 있었고, 이제 본격적인 사냥에 들어갈 거다. 첫 번째 타깃이자 미끼는 너희 빨갱이 소모임과 안재영이 되겠지. 저번처럼 혼쭐을 내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아. 물론 무식한 내 아버지는 이 일을 몰라. 그자는그저 새울대에 빨갱이가 있더라는 경무대 경찰서장 한마디에 저 혼자 과잉충성을 한 것 뿐이니까. 그렇지만 차관님은 알고 계시겠지? 상관없어. 덕분에 나는 수월해졌으니까. 이렇게 백마리를 집으로 들여보내기도 했고 말이야."(-207-)
한이의 신분은 도야가 일했던 국숫집의 남자 점원으로 해두었다. 도야와 함께 일했던 남자가 도야를 너무 그리워해 인아가 면회 주선을 해줬다는 명목이었다. 일이 시작되면 걸리적거릴 일이 많은 인아 대신 한이가 들어가 두 사람의 탈출을 돕기로 했다. (-243-)
"글과 셈은 배워야 사람 구실은 하면서 사는 거야. 이런 책은 못 읽어도 신문 글줄 정도는 반쯤이나마 읽을 수 있어야 세상사 맞춰가며 살 수 있어." (-286-)
소설 『새벽의 복사꽃』은 자유당 정권이 대한민국을 지배하였고, 빨갱이,좌익분자,북한 간첩, 그리고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에 의해 지배되었던 대한민국이 처한 1957년을 역사적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겨우 하루 한 끼 밥을 먹을 수 있었던 그 시절에, 우리는 배움에 대한 갈망보다 배고픔 해결에 대한 갈망이 우선이었다. 인간 구실, 사람구실을 한다는 게 의미가 없었던 그 시절 우리의 삶과 부끄러움을 마주 하고 있다.
소설 『 『새벽의 복사꽃』의 주인공은 백마리이자, 백도야다. 집에서 부르는 호적 이름과 밖에서 부르는 이름이 달랐다. 호적 상 이름이 실제 일상생활에서 쓰는 이름과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백도야는 이한이와 만남을 가졌으며,친일, 친미주의자인 아버지 백인형과 다른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였다.
조선평등연구소가 만들어졌고, 백도야는 하꼬방에서 머물면서,의식주를 해결한다. 도야는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었고, 공부할 수 있었고, 아쉽지 않은 인생을 살수 있었다.하지만, 도야 스스로 그걸 버렸고, 아버지처럼 부끄러운 인생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새로운 인생을 선택하였고, 배움을 우선하였으며, 사람구실을 하며 살겠다 말하고 있다.
소설의 배경은 1957년이기 때문에, 1940년대에 태어난 이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상황과 장소, 역사적 배경지식들이 나오고 있다.우리는 아픔을 겪었고,후회할 수 있는 상황과 마주하였다. 남과 북이 서로 갈렸으며,이념 전쟁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도야는 그 상황에서, 쉬운 길이 아닌, 어려운 길을 자쳐 하였댜. 경무대에 끌려가면서도, 고문을 당하면서도, 지키고자 하였던 그것이 존재하였기 때문에, 스스로 부끄러워 하지 않은 삶을 살려고 했었다.배다른 형제가 있었고, 자신의 운명의 굴레 또한 만만 하지 않앗던 도야의 삶은 가난했던 대한민국이 살길은 게몽과 교육에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