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김기갑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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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표

바다 위에 떠 있는

부표가 좋다

이리저리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제자리에서 이정표로 서 있는

부표가 좋다. (-12-)

돌다리

돌다리를 건너듯 살아가라.

돌과 돌 사이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간격이 있나니

자만하지도 절망하지도 말고

다만 여유롭게 세상의 돌다리를 건너가라. (-14-)

숨에 과심을 두는 사람은 없다

호홉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도

자기 앞에 놓여진 삶의 과제들을

숨처럼 하나씩 하나씩

조용히 감당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숨 같은 존재들이다.

만약 이들이 사라진다면

세상은 즉각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28-)

할아버지와 소나무

할아버지가 병든 소나무에게

살기 어렵겠다고 말씀하신다.

둘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왔다.

그동안 강산이 여덟 번 바뀌었다.

할아버지는 착잡한 표정으로 막걸리를

들이켜고는 남은 술을 소나무 밑동에 부으신다,

생각에 잠겨 소나무 곁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일어나더니 소나무를 가만히 껴안으신다.

그리고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셨다

그로부터 달포 후

할아버지의 유골이 소나무 밑동에 뿌려졌다. (-46-)

죽음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 행복도, 삶도, 건강도, 기쁨과 소멸도, 지혜도, 우리 가까운 곳에 머물러 있다. 인간의 불행도 마찬가지였다. 시집 『문어』의 화두는 삶이었다. 죽음이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지혜를 장작불처럼 살아간다는 데 있다.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해가 되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아끼며 서로를 위하며 살아가야 한다.


돌다리를 건너듯 살아가라」, 나는 이 문장을 얼마나 새기면서 살아왔는지 반성하였다. 때때로 항상 내 것 챙기지 못하고, 매번 지는 나 자신이 항상 부끄러웠다. 알뜰하게 챙기는 그들의 모습과 달리,나는 내 주장을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는 편이다. 돌다리를 건너듯 살아가라는 말은 스스로 자신에게 신중하고,겸손하며 살아가는 과정,그 안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서, 내 삶을 바로 새우는 것이다.시집 『문어』는 지혜를 자연 속에서 얻고 있었다. 산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 달려 있었다. 아픔 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서로를 치유하며 살아가야 한다.

「모두가 숨 같은 존재들이다.」 에서 , 나도 숨 같은 존재였고, 상대방도 숨 같은 존재들이었다. 숨과 숨이 충돌하고, 숨과 숨이 서로 잘 났다 하면서,. 부질 없는 행동을 숨같은 존재 인간은 반복하며 살아간다. 평생 살 것처럼 살아가지만, 결국 인간의 수명은 100년에 불과하다.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 속에서, 내가 가진 강한 힘조차도 어느 순간 소멸될 운명에 놓여질 수 있다.

「할아버지의 유골이 소나무 밑동에 뿌려졌다.」은 인간과 나무의 교감을 읽을 수 있다. 인간은 홀로 살아가기 힘든 존재였다. 나무의 삶에 인간의 삶이 읽혀지고 있었다.우리의 삶은 결국 나무처럼 수명을 다하고, 서로 인생을 마무리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내 유골이 자신의 삶보다 먼저 갔던 나무 밑에 뿌려지는 심정은 내 삶 또한 나무처럼,나무와 같이 살아갈 운명이 놓여질 수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언젠가 나무처럼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운명이 놓여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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