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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비의 시간 - 생명 사랑으로 이어진 17년의 기록
김성호 지음 / 지성사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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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다구리가 둥지를 지은 나무는 오동나무, 감나무,양버즘나무(프라타너스) 가 각각 한 그루씩이었고, 은사시나무가 두 그루,소나무는 세 그루,그리고 은단풍이 네 그루였습니다. (-19-)
당연한 일이겠지만, 새로운 둥지를 지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옛둥지의 청소일 줄은 몰랐습니다. 동고비 하나가 둥지 안으로 들어가 둥지 안에 있는 쓰레기를 모두 밖으로 던집니다. 둥지의 옛 주인인 딱따구리는 나무를 파낼 때 생기는 작은 나무 부스러기를 바닥에 그대로 깔아 둥지의 바닥 재료로 삼습니다. (-29-)
둥지를 지을 때 수컷이 둥지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었습니다.둥지 앞 또는 둥지가 잘 보이는 건너편 나무에 앉아 경계하는 것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이후로는 수컷들도 조금씩 거드는 정도의 일은 하는 모습이 더러 보였습니다. (-59-)
동고비가 알을 품는 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신뢰에 대한 부분입니다.신뢰는 어느 한쪽만 애쓴다 하여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수컷이 먹이를 잘 전해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암컷의 태도 또한 중요합니다. 암컷은 먹이를 잘 전해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암컷의 태도 또한 중요합니다. 암컷은 먹이를 가져다준 수컷에게 고마움의 표현을 합니다.고마움은 춤으로 표현합니다. 날개를 쫙 펴고 몸을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날개를 파르르 떨어줍니다. 어린 새들이 부모 새에게 먹이를 보챌 때 하는 행동을 암컷이 수컷에게 선물하는 것입니다.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수컷이 암컷의 저 사랑스러운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습니다. (-88-)
인간은 생각이 없는 사람, 어리석은 사람들을 새X가리 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이어나간다. 하지만 새X가리라는 표현은 새를 모르는 사람들의 우매함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간과 동물,자연은 생존 뿐만 아니라, 자신의 씨앗을 후손으로 남기기 위해 진화했다. 그 과정에서, 새는 날기 위해서, 소화를 돕는 온갖 장기를 스스로 버렸다. 작은 새, 한국의 텃새 중 하나인 동고비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책 『동고비의 시간』 은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의 후속 버전이며, 80일간 동고비를 관찰하고,, 동고비 암컷이 알을 품고, 8마리의 새끼를 낳는 전 과정을 사진으로 남겼으며, 책으로 묶어서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동고비가 새 둥지를 찾고,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 가면서, 둥지를 만드는 전 과정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동고비의 둥지는 딱따구리 둥지를 대상으로 한다.암컷과 수컷 동고비는 서로 번갈아가며, 암컷은 둥지 안에 있고, 둥지를 짓기 위한 진흙을 물어다 둥지 안으로 들어가는 일을 반복한다. 수컷 동고비는 둥지 주변에서 외부의 적의 침입을 경계한다. 둥지를 짓는 주체는 암컷이다. 딱따구리 둥지에 진흙을 이용하여, 입구를 좁혀 나간다.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치열한 둥지 짓기가 시작되고 있다. 실수로 진흙을 떨어트리고, 집 짓기에 도움이 되지 않은 진흙은 가감히 바닥으로 떨어트린다. 동고비의 적은 딱따구리 뿐만 아니라, 주변의 새들이 모두 천적이며, 청설모 또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한순간에 둥지가 무너지고, 다시 세우고, 다시 무너지고,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시지프스의신화'는 동고비를 지칭한다 말할 수 있다. 결국 동고비의 끈질김과 치열한 둥지 짓기는 딱따구리를 볼아내고, 둥지를 지키고, 알을 품어서, 생명을 만들어 나간다. 한국의 텃새로 참새, 까치,까마귀,비둘기에 동고비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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