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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미리보기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5
쿠로노 신이치 지음, 이미향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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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처방해 주신 약은 먹지 않았어요."
아이가 진찰실을 들어오자마자 입을 열었다.
"굳이 무리해서 먹을 필요는 없어. 불안해지거나 견딜수 없을만큼 초조해질 때 복용하면 돼." (-9-)
유미가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 다행히 엄마가 일으 시작하긴 했지만, 계야직 사원이라서 그수입만으로 모녀 세 명이 생활하기는 힘들 것이다. 나는 유미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빨리 아르바이트를 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44-)
"난 늘 유타로를 믿고 있었는걸."
나는 유타로가 나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사실 이건 순전히 아쓰미 때문이라기보다는 나와의 약속이긱도 해. 난 꼭 변할거야."
유타로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나한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구나.
유타로가 또 꿀밤을 때리는 시늉을 했다. (-53-)
그로부터 이틀 후, 유타로가 학교에 나타났다. 가와베와 구보타는 여전히 결석이었다. 유타로는 수업 중에는 졸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혼자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수업이 시작될 즈음 돌아와서 큰맘 먹고 유타로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나를 본 유타로가 갑자기 자리를 떴다. (-93-)
푸드 코트는 중앙에 테이블들이 있고 벽 쪽으로는 음식점 점포가 죽 들어서 있었다. 햄버거, 다코야키, 라면, 카레라이스 등등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잔뜩 모였다. 그 모습에 창피하게도 배에서 또 꼬르륵 소리가 났다. 유타로한테는 미안하지만 조금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135-)
다음 날부터 유타로는 또 일자리를 구하러 다녔다. 다행인 건 이전보다 안색이 좋아지고, 집에 돌아온 뒤에도 푸념이 줄었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에도 불안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공부했다. 검정고시 문제집은 이미 한 번 다 훑어본 후였다. 시험은 내년 8월이고 합격발표는 9월 초 무렵이다. (-185-)
쿠로노 신이치의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가 10만 독자를 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신작 『열일곱의 미리보기』을 통해서, 어른과 청소년 사이의 간격 , 생각과 마음의 차이를 느껴 볼수 있었다.
지금은 이해가 되었지만,그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 있다.'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는 말이다.그건 어른들이 때를 놓쳐서 후회한 경험, 상처 입은 경험이 모여서,단 한문장으로 압축해 놓은 것이다. 공부하는 때,노는 때, 운동하는 때,건강을 챙겨야 하는 때 , 우리 앞에 놓여지는 수많은 때와 장소가 있다.
신작 『열일곱의 미리보기』에서, 그 '때'대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우울증에 걸린 가와나 미카는 의사가 된 아쓰미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아쓰미는 가와나 미카 나이였을 때를 회상하고 있으며,아쓰미의 어릴 적 친구 유타로가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가와나 미카를 이해하려고 한다.
아쓰미 또한 가와나 미카가 겪엇던 아픔이나 힘든 시절을 겪어왔으며,견뎠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 즉 가와나 미카의 우울증은 약물로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였고,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황과 환경을 스스로 바꿔 나가야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불행한 가정 환경, 친구관계,인간관계가 내 삶을 선택하고,나의 가치관,인생관, 운명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힘든 시간 동안 의사가 된 아쓰미가 친구 유타로를 보면서,유타로가 나쁜 아이가 아나라느 점, 스스로 고쳐 나갈 수 있기에 믿어주고, 신뢰하고,기다려 주었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결국 가와나 미카가 스스로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지지해주고,들어주고,지지해주는 그 모습들이 내 안에 숨어 있는 고통이나 막막함을 견딜 수 있고,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다. 가정환경이 어렵다고 해서 ,꿈을 포기하거나,희망을 버리는 우리의 모습들이 결국 스스로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불행한 삶은 불행한 가정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삶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아이들의 아픔에 대해 이해하고,공감하연서,어른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 주눈 책 『열일곱의 미리보기』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그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어른의 사고 방식이 왜 문제인지 상기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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