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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기억
티나 바예스 지음, 김정하 옮김 / 삐삐북스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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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거실에 있는 낡은 시계의 태엽을 감는 꿈을 꾸었다. 처음에는 보통 때처럼 시계공 할아버지의 손가락으로 침착하고 능숙하게 태엽을 감았다. 그러나 조금씩 점점 더 빨리 태엽을 감았고 힘을 더 주어야 했다. 그래서 껑충껑충 뛰면서 투덜거렸고 발까지 움직여야 했다. (-24-)
나는 아빠에게 할아버지가 들려준 우화에 관해 이야기했다.우리는 베짱이가 될 수 있고 어느 순간에 밟힐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개미들이 개미굴에 도착했는지 못했는지 알고 싶어서 어제 보았던 개미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49-)
사람들의 얼굴과 사람들의 숲은 사라졌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가 그들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모두 가버렸고 할아버지와 나, 둘만 남았기 때문이다.
"아, 잔"
나는 계속 알아듣지 못했다. (-77-)
"한숨도 못 잤어요. 밤새 똑딱거리는 소리가 더 많이 더 크게 드리고 나중에는 말도 하고 리듬에 맞춰 노래까지 하는 것 같았어요. 신경이 곤두서서 잠을 잘 수 없었어요!"
할아버지는 웃었고 할머니는 팔꿈치로 모세를 쿡 찔렀다. 아빠도 빌라베르에서 잠을 잘 때 똑같은 일을 겪었다. (-97-)
엄마랑 할어버지는 내 방에서 뻐꾸기시계를 볼 때마다 예민해졌다. 엄마는 할머니보다 더했다.
"잔, 이거 여기 놓고 싶은 거 맞아? 소리 나면 시끄럽지 않겠어?"
"무슨 말이에요! 할아버지가 아직 고치지 않아서 안 가는 건데요."(-129-)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소피아로렌과 닮았다고 로렌이라고 불렀다. 소피아 로렌은 이탈리아 배우인데, 무척 예쁘고 허리도 할머니 허리와 비슷하다고 했다.트림없이 소피아 로렌도 잠이 들었을 때는 카테리나 할머니처럼 아무 힘도 없고 연약해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녀에게 끌어 안아주고 입맞춤을 해줘서 기분을 우쭐하게 해줄 조안이 없을 수도 있다. (-159-)
티나 바예스의 『나무의 기억』은 조안(Joan) 과 잔(Jan)의 이야기다. 조안(Joan) 과 잔(Jan)은 한 쪽은 할아버지,한쪽은 손자 관계이며,매우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동화책은 우화처럼 느껴졌고,얼리 적 읽었던 한국형 전래동화처럼 이해되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어렵지 않은 단어와 생각으로, 손자 잔에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감정과 느낌을 말해주고 있다.
할아버지 조안은 시계를 고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이러한 모습을 어릴 적 부터 보았던 잔은 할아버지와 자신의 차이를 O 하나 차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 알파벳 O에 대해서,둥근 시계를 연상하고 있다.한국으로 치자면, 'ㄱ'을 보고 낫을 연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잔은 솔직하다. 새각도 단순하다. 어릴 적의 동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잔의 모습을 보면서, 할아버지 조안은 잔이 이 세상에서 나무처럼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나무가 생겨나고, 성장하고, 노화를 겪게 되면, 소멸되는 그 과정을 쉽게 말하고 있으며,자신이 나무의 생의 마지막이었다면,잔은 나무의 생애주기 중 앞 부분에 자리하고 있다.이 동화는 개미와 베짱이 우화를 정답처럼 모시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항상 개미처럼 사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고, 베짱이로 살아가는 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있다.개미로 살아가 밟힐 수 있다.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동화 속 이야기는 우리가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지, 따듯하게 살아야하는지,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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