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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대소동 - 묫자리 사수 궐기 대회
가키야 미우 지음, 김양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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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서른 두 살이나 되어서 엄마의 의견까지 들먹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사토루가 자기 부모님만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사토루는 우리 엄마를 싫어한다.소위 '어머니' 라는 틀에서 벗어나 있고 애초에 상식이 없는 건 사실이다. (-33-)
그런데 이제 와서 수목장이라니.
있잖아.엄마. 내 신념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었잖아.
엄마의 유언 때문에 지금까지 내가 관습의 굴레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거기서 벗어날 자유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나도 죽고 난 뒤에는 자유로워지고 싶다. 그런 말을 하면 분명 사쓰키 올케는 '형님 역시 사후세계를 믿으시는군요.'라고 말하면서 웃겠지만 말이다. (-98-)
"한번 묘를 만들면 쉽게 그것을 버릴 수 없어요.마쓰오 씨는 훌륭한 묘를 만듦음으로써 자존감이 충족되었을지 모르지만, 그러한 마음이 아이들에게까지 계승된다고 할 수 없어요. 반대로 성묘도 보시도 부담스러워서 묘에서 해방되고 싶은 젊은 세대가 요즘은 많아진 것 같습니다." (-152-)
"여생이 얼마 안 남았으니 마지막에 인생을 즐기고 저세상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으면 죽을 때 후회한다고 얼마 전에 읽은 어떤 자기계발서에도 나와 있더라고."
(-226-)
"고작 성씨가 다른 정도로 가족간의 신뢰가 깨진다니 그런 바보 같은 말이 어딨어!"
"성이 같아도 사이가 안 좋은 가족은 얼마든지 있어!"
"너 같은 세상 물정 모르는 국회의원이 일본의 암적인 존재야!" (-294-)
"내가 결혼해서 마쓰오에서 다케무라가 되었던 시대와 변한게 하나도 없네. 벌써 40년 전의 일인데,그때도 힘들었어. 도대체 주소랑 이름을 몇 번이나 쓰게 할 작정인지 싶었어." (-364-)
가키야 미우가 쓴 소설로 『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 ,『40세, 미혼출산』,『이제 이혼합니다』 이 있었다. 우리의 인생에서, 삶과 죽음을 유쾌하게 다루고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일본과 한국 사회를 서로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유익하다.삶 속에서, 누구나 유품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준비되지 않은 죽음을 마주할 때도 있다.
소설 『파묘 대소동』은 파묘와 수목장 이야기를 마쓰오 가문과 나카바시 가문으로 서로 구분해 놓고 있으며, 수목장을 해달라고 유언을 남긴 마쓰오 요시코가 있으며, 마쓰오 요시코에게는 구순이 된 남편 이치로가 함께 있었다.
소설은 요시코의 유언으로 인해 파묘해야 하는 상황, 묘를 이장해야 하는 상황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이 무겁게 느껴진 건, 나의 외할머니께서, 유언에 따라 사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수목장을 했기 때문이다. 외할아버지 묘소 산소 옆에 유골을 조금씩 뿌린 기억이 있다.
소설이 무겁게 느껴진 이유, 요시코가 왜 수목장을 요구했는지 따라가 보면, 요시코의 마음이 느껴진다. 살아서 마쓰오 가문이되었지만, 죽어서 마쓰오 가문으로 남고 싶지 찮아서다. 이치로는 그래서,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이런 모습은 일본 특유의 묘지 문화가 있으며, 부부가 합장해야 한다는 전통이 여전히 일본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건 부부 사이가 서로 화목했을때,백년해로 했을때 가능하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결혼 후 자신의 성을 버리고,남편 성을 따라야 하는 관습이, 죽을 때까지 족쇄가 될 수 있다. 요시코는 마쓰오 가문이 아닌, 자신의 본래의 가문을 선택하고 싶었다. 수목장은 단순히 나무에 유골을 뿌리는 작업이 아니었다. 죽음 이후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기 위한 마음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