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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고해소 - 제3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
오현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평점 :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높이 자란 잡풀이 소년들의 무릎에 휘감길 무렵, 그들 눈앞에 어느 새 문제의 폐법당이 나타났다. 노을이 진 저녁나절, 법당의 위용이나 상스러움은 낡고 조약한 자태로 빛바래 있었다. 서늘함을 넘어 스산한 기운이 모든 것을 압도하듯 건물에서 뿜어져 나왔다. (-11-)
용훈츤 한글 파일에 표를 작성해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적어 내려가는 단순 무식한 방법으로 기존 자료를 만들었다. 이는 굉장히 효율이 떨어지는 업무 방식이었다. 반면에 민 교도관은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까지 보유한 탁월한 인재로 엑셀도 기가 막히게 다뤘다. 그는 바르고 정확하게 자료를 분류하며 순식간에 용훈이 맡긴 업무를 끝냈다. (-112-)
"고해성사는 ?다른 본당에서 한 거니?"
"아니요.그냥 포기했어요."
"왜?" (-185-)
그때의 이 신부는 소녀가 건넨 대마가 사탄의 유혹이나 악령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제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쓰레기통에 함부로 버려 누군가가 쉬이 발각되게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것을 땅에 파묻는 선택을 한 것이다. (-210-)
그리고 문 너머 저곳을 바라보는 두 형사의 얼굴에 어디서부터 기인한지 모를 하얀빛이 비춰졌다. 저 문 너머에 전혀 기대감이 없던 얼굴은 어느새 놀라움을 금치 못할 얼굴이 되었고, 사뭇 진지하게 문을 열어봤던 얼굴은 더더욱 심오한 낯빛이 되더니 어느새 피실피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271-)
1991년 3월 대한민국에서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이 발생했고,아직까지 미제 사건 상태로 존재한다.. 10여년이 지나 , 2002년에 개구리 소년의 유골 일부분이 발견되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에 큰 영햐을 끼쳤던 미제 사건으로서, 전단지를 전국에 뿌리고, 수색했지만, 범인을 찾지 못한 사건 중 하나였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며 ,지금은 드론으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실종 사건이다.
소설 『악의 고해소』은 한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그 사건을 상상하게 된다. 물론 이 소설에서, 세아이 최정수,박경윤,소재욱, 이 아이들은 부모 몰래, 귀신을 찾는다며, 목숨을 건 무모한 모험과 용기를 행하고 있었고, 곧바로 실종되고,시신으로 발견되었. 하지만, 범인은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알고 있었으며,그 범인이 밝혀지기까지의 과정 하나하나,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사실을 함축하고 있는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1992년 8월을 향하고 있다. 지금은 거의 다 금지된 이야기들이 소설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천주교 성당 뒤편에 있는 고해소는 나의 죄를 말하고, 죄를 씻는 성스러운 과정이면서, 장소였다. 이 소설에서 우리는 어떤 장소나 어떤 사람에 대해서,그 목적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인간이라는 정체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과정 속에 우리가 추구하는 바에 대해 하나하나 따질 수 있다. 어린 시절 ,아픈 기억들, 그 안에 숨겨진 죄채감이나 죄의식은 ,소설 속 주인공의 직업, 인생의 항로를 바꿔 놓는다.
소설 속 미제 사건'주파수 실종 사건'에 대해서,유일한 생존자이면서 목격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범인을 찾고, 어떤 도구로 그 미제 사건에 접근하는지 ,범인이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 역추적해 간다면, 지금과 다른 1990년대 당시의 우리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자와 묻으려 하는 자의 끈질긴 시소게임이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