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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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단을 받고 나서 타슈 선생은 난데없이 귀하신 몸이 된 기쁨을 맛보았다. 뚱뚱한 데다 수염도 없어서 목소리만 아니면 영락없이 내시 같은데, 죽는 것마저 심장 혈관계 질환 같은 미련스런 병으로 죽을까봐 저어하고 있던 터였다. 선생은 묘비명병을 지을 때 독일인 의사의 고상한 이름도 빠뜨리지 않고 적어 넣었다. (-8-)



"난 약속을 어기는 건 딱 질색이거든.웬 허풍선이들 무리가 15일 자정을 기해서 전쟁이 시작될 거라고 약속하지 않았소. 16일이 됐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어. 누굴 바보로 아는건가? 수십 억 인구가 텔레비전 앞에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다고." (-55-)



:입술은 두 가지 역할을 하오.첫째,말을 관능적인 행위로 만들어준다고. 입술 없는 말이란 게 어떤 것일지 상상해 본 적 있소? 멍청하게 차가운 그 무엇,뉘앙스 없이 서걱거리는 그 무엇일 거요. 그게 바로 입술의 두 번째 역할이라오,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지 못하도록 입을 다물게 해준다는거지. 손 또한 입술을 갖고 있소. 써서는 안 되는 것을 쓰지 못하게 방해하는 입술 말이오. 이건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역할이오. 글재주와 불알과 자지를 제대로 갖춘 작가들이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한 탓에 작품을 망치곤 했지." (-94-)



"타슈 ?'

"당신을 경계하는 게 아니오. 진심으로 하는 얘긴데,당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구려. 우리는 완전무결한 행복을 누리고 있었고,신성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소.이런 바보스런 얘기 말고 또 무슨 얘기를 하라는 거요?" (-161-)



"생기를 불어넣는다고요?그것 참 예상치 못했던 표현이네요!이왕 그렇게 말씀하실 바에야 차라리 비타민 같다고 하시지요?"

"그렇게 말 못할 것도 없소.원기가 왕성해진다오.사랑하는 이의 목을 조를 때며 말이오." (-210-)



"이성을 잃어버리셨다는 건 알겠습니다."

"당신이 내 이성을 앗아갔으니까.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로,니나,이런 황홀경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오!"

"청심환은 어디다 두셨나요?"

"니나, 난 영원히 평온할 수 있을 거요.당신이 날 죽여주기만 한다면 말이오."

"무슨 말씀이시죠?" (-248-)



1967년 일본에서 태어난 아멜리 노통브의 『살인자의 건강법』 은 1992년 데뷔작이며, 인간에 대한 혐오와 자기 중심적인 사람에 대해서 근본적인 요소들을 심리학적으로 풀어보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 팔십이 넘은 타슈 선생과 타슈 선생을 상대로 인터뷰르 하는 30대 초반 여기자 니나가 서로 주고 받는 대화 속에서, 인간은 왜 인간을 혐오하는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돕고 있다.



타슈 선생의 본명은 프레텍스타 타슈다. 그는 두 달 안에 사망할 거라고 보고 있었다. 시한부 인생으로서, 팔순의 노작가는 대단한 명성을 얻고 있었으며,니나는 그의 인터뷰를 따낸 행운을 얻게 된다. 타슈 선생이앓고 있는 병은 엘젠바이베르프라츠 증후군이다. 이 병은 강간 및 살인죄로 감옥살이를 한 죄수들이 앓고 있는 희귀한 병으로서, 타슈 선생은 이 병을 앓고 있는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즉 인간 혐오의 결정체인 타슈선생은 자기애가 매우 강한 인물이며, 인간 혐오 뿐만 아니라, 빈정스러움과 조롱에 있어서, 탁월하다.



인간 혐모증에 걸린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간이라는 모순적 존재에 대해서, 불쾌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타슈 선생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그것이 묻어나 있었다. 결국 그가 보여주는 생각은 니나와의 인터뷰에서 묻어나 있으며,우리 주변에 타슈 선생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을 괕찰할 수 있으며,그들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인간 혐오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그렇다고 그들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단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를 뿐이며,자신의 소신이나 신념이 매우 뚜렷하다. 인간은 구제불능이기 때문에,고쳐질 수 없고,그들을 바꾸려고 하면,극단적인 선택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언론이나, 유투브, 미디어에서 , 어떤 저명한 학자,지식인과 인터뷰를 보면, 타슈 선생과 비슷한 방식으로 논리를 전개한다.그들의 빈틈없는 논리는 상대방을 설득려고 하지만,그것이 유혹이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때가 있다.이 세상에 정치적인 사람, 사회적 모순을 깊이 파고드는 이들,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 세상 비판과 더불어 인간 혐오에 가까운 행동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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