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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
이옥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9월
평점 :

마지막으로 송이가 5학년 때 마났던 개털보, 엄마와 꽤 오래갔던 남자였다. 엄마는 두툼하고 희멀건한 얼굴에 구레나룻을 타고 내려온 검은 털이 매력적이라고 했지만 송이는 징그러운 개털보라고 생각했다. (-20-)
엄마는 눈을 부릅뜨고 시장을 휘젓고 다녔다. 엄마가 꽃다발을 골라주면 상인들은 순식간에 신문지에 도르르 말아서 건넸다. (-41-)
어떻게 해야 할까? 어쨌거나 엄마가 대호 씨와 찢어져야 답이 나온다. 엄마가 결혼을 한다면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물론 부모가 재혼을 해서 더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송이와 엄만의 생활은 이미 잘 세팅된 상태다. 둘이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도 부족함도 없다. (-90-)
김광석은 아내를 잃은 후 한동안 가게를 닫았다. 얼마쯤 지나 다시 열긴 했는데 예약 손님 몇 명만 받고 멍하니 앉아서 김광석 노래만 들었다. 그래도 세월이 약이었다. 요즘은 광석이 다시 눈동자를 빛내며 일도 하고 좋은 아빠가 되려고 애도 쓴다. 어쨌거나 눈물샘 자극하는 이야긴 멈추고 싶어서 송이가 준서를 쿡 찔렀다. (-125-)
참 가지가지 한다. 다 큰 어른이 징그럽게 어리광은, 어떻게 딸이 저녁은 먹었는지 물어보직도 않냐. 송이가 입을 웅 다물고 쳐다보았다. 엄마가 송이를 힐끔 보고 욕실로 들어갔다. 송이가 입을 삐쭉댔다. 엄마가 손을 닦으며 나오더니 송이 머리맡에 우뚝 섰다.
"한송이, 너 엄마 무시하고 망신 주는 게 그렇게 좋아?" (-140-)
우리는 하루하루, 24시간 애쓰며 살아간다. 견디며 살아가며,오해하며, 무언가 만들어 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견딘다는 것은 지금 힘들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나만 견디고 있다고 생각할 때,좌절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허무함, 헛헛한 마음을 덤으로 생각하며 살아간다. 단, 나 뿐만 아니라,내 주변에 모든 사람이 견디며 살아간다고 생각할 때, 나는 나를 위로 하고, 서로를 아끼며 살아갈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나만 고생하고, 나만 힘든게 아니고, 다른 사람도 힘들다고 생각하며, 서로를 챙각하고,위로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설슴 없이 한다.공감하지 않고,이해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싹트고 있다. 청소년 소설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의 주인공 한송이와 김준수, 그리고 송이 엄마와 준수 아빠의 삶을 보면, 우리 주변의 이웃처럼 느꺼졌다. 평온한 듯,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가는, 걱정 없이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누구나 고민하고,걱정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 안에서, 아픔과 슬픔을 내색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걸 알 수 있다.
송이는 아빠 없이 송이 엄아와 함께 살아간다.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송이 엄마는 꽃집보다 다른 일을 해왔다. 하지만 인생이 내 의도대로 되는 일보다 내 의도대로 되지 않은 일이 더 밚았다. 준수 아빠 김광석 미용실 원장도 마찬가지다.준수도 , 엄마 없이 준수 아빠와 살고 있었다. 엄마의 행동이 마음이 들지 않아서, 매번 틱틱거리는 송이, 그 송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닥 마음에 들이 않는 송이 엄마, 김혜경, 두 사람이 화해하고, 준수와 준수 아빠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느끼고, 생각하고, 고민한다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삶의 여유를 얻을 준비를 만드는 과정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