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단독주택 - 아파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단독주택에 살아 보니
김동률 지음 / 샘터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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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단독에 살면서 새로 생긴 취미는 한밤중 구도심 구석구석 걷기다. 자정 넘어 두세시간 도심을 걷는다. 한밤에 나서는 나를 아내와 아이들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놀린다. 그러나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밤길이 안전한 도시가 서울이다. 나는 안다.깊은 밤 산책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자정을 넘긴 야심한 시간, 취객들의 푸념조차도 연민을 느끼게 한다. 버스 전광판에는 '운행종료' 빨간 글자가 반짝인다. 운행종료라 ...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27-)



어머니가 텃밭을 가꾸며 흥얼거리던 노래가 들린다.<알뜰한 당신> 덕분에 푸성귀로 가득했던 텃밭은 이제 잡초만 무성하다., 해마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했던 전나무도,가을날 황금빛으로 물들던 은행나무도 목숨을 다했다. 죽은 이의 육신이 땅속에서 썩어 흙이 되듯 집은 곧 사라질 것이다. 하기야, 사라지는 것이 어디 옛집뿐이겠는가. 짧았던 젊음도 갔다. (-46-)



벌목공과 조경업자가 날을 골라잡았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길일을 택한 것이다. 목신이 놀라면 안 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경업자의 충고에 따라 어렵게 구한 무명 실타래를 열흘 전부터 나무에 군데군데 걸었다. (-79-)



산기슭 집, 찬바람이 지나간 11월의 아침은 서리와 안개로 종종 흐려진다. 늦가을에는 가지치기가 딱이라고 들었다. 전지가위를 들고 배콩나무, 수국, 들방미 가지를 제법21 모양 나게 자랐다. 가지치기를 끝낸 뒤 마당 구석에 쌓여 있는 마지막 낙엽을 치우고 하늘을 바라본다. 눈은 언제 오려나.늘 마지막 낙엽을 치우면 첫눈이 오더니만 눈은 오지 않고 밤사이 늦가을 비가 조금 내렸다. 어느새 바람이 차다. 집은 이제 경루로 가는 길목에 웅크리고 있다. (-121-)



눈이 온다. 전원 단풍나무 사이로 눈이 온다. 마음이 설렌다. 눈이 오는데로 설레지 않으면 그건 살아 있는게 아니다. 인생 다 갔다고 봐야 한다. 설레라고 하늘에서 눈이 오는 것이다. 솔가지에도 눈이 쌓였다. 이런 날은 아다모의 샹송 <눈이 내리네>를 들어야 한다. 눈 내리는 겨울밤,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다. (-173-)



1960~1980년대, 우리가 살았던 삶의 터전은 단독주택이 일반적이었다.집도 없고 절도 없었던 이들은 산과 가까운 곳, 달동네라 부르는 곳에 옹기종기 살았다. 그러한 삶이 어린 시절,오랜 추억 속의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다. 단독 주택에 살면서,골목을 사이에 두고, 서로 이웃간에 정이 잇었고,다툼도 존재했다.



이제 도시의 거주 형태는 바뀌었다.88 서울올림픽 이후 달동네는 하나 둘 사라졌으며,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빈민촌이 아파트촌이 되었고,단독 주택은 돈이 없는 이들을 위한 보금자리였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차이는 소통방식.그리고 이웃간의 정이 있었다. 도시민은 아파트 공간 안에서 편리함을 느끼며 살아가며, 때로는 아파트를 사고 파는 매매의 수단으로 살아간다.



단독주택은 어느 순간, 빈집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느 그 모습, 개와 함께 지내는 모습이 사라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서적으로 메마르다고 느끼게 된 것은 단독주택에 대한 추억이 하께 사라진 이후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아파트에서 살아온 시간을 잠시 내려놓고, 단독주택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된 이유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서,느껴 볼 수 있었다. 마당이 있고,꽃과 식물이 있으며,조금은 정돈되었지만,내가 직접 가꾼 소소한 소일거리들이 단독주택에는 존재한다. 봄에는 꽃눈을 맞으며 지낼 수 있고,겨울이 되면, 하얀 눈과 함께 살아간다. 단독 주택 주변에는 열린 공간이다.나무가 있고, 나무를 두러쌓 생명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바닥에는 풀이 생겨나고, 단독주택에 자투리 공간이 텃밭이 된다. 그래서, 수많은 자연과 생명이 함께 살아간다. 때때로 부지런하지 않으면, 지저분해지기 쉬운 단독주택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며, 서로 좋은 일,나쁜일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아파트엔느 이웃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잘 알지 못한다. 아파트가 추구하는 편리함의 역설이다.단독주택은 다양한 추억이 쌓이고, 특별한 일들이 생겨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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