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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감각 - 21세기 지성인들을 위한 영어 글쓰기의 정석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좋은 글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뒤집어 놓는다. 심리학 교과서에 실린 유명한 그림, 이렇게 보면 술잔이지만 저렇게 보면 마주 본 두 사람의 얼굴 윤곽인 그림처럼 말이다.도킨스는 여섯 문장만으로 우리가 죽음을 보는 방식을 뒤집었고, 합립주의자의 관점으로도 삶을 얼마든지 찬미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게다가 그 언어가 어찌나 마음을 뒤흔드는지, 내가 아는 많은 휴머니스트가 자기 장례식에서 이 글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33-)
고전적 글쓰기 스타일은 하나의 핵심적인 비유로 요약되는데, 그것은 바로 세상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쓰라는 것이다. 작가는 독자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볼 줄 아는 사람이다.그래서 독자도 그것을 볼 수 있도록 독자의 시선을 적절히 이끌어 준다. 이때 글쓰기의 목적은 보여 주기이고,글쓰기의 동기는 객관적인 진실을 보여 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66-)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방법은 앞 이야기의 연장선에서 나온다. 바로 원고를 자기 자신에게 보여 주는 것이다. 단 이상적인 경우라면 스스로에게도 그 글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다시 보여 주는 것이다. 만일 여러분이 나와 같다면, 자신이 쓴 글을 다시 보았을 때 아마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내가 이 말을 왜 썻더라?' '어째서 이렇게 이어지지?' 이보다 더 자주 드는 생각도 있다.'대체 이 쓰레기 같은 글을 누가 쓴 거야?' (-154-)
작가는 왜 이따위 비비 꼬인 문장을 쓸까?자기 머릿속에서 떠오른 구절들을 그 순서 그대로 종이에 옮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작가의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떠오른 순서와 독자가 그 생각들을 쉽게 복구할 수 있는 순서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것을 지식의 저주의 구문 편이라고 해도 좋다. 작가야 당연히 자신이 품은 지식의 그물망에서 개념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훤히 보이고 ,그렇다 보니 자신이 두서없이 늘어놓은 단어들로부터 연결 관계를 해독해 내려면 독자가 우선 질서 있는 분지도를 머릿속에 그려 내야 한다는 사실을 깜박 잊는 것이다. (-225-)
일관성은 주제를 주어 위치에 계속 두거나 적절한 연결어를 고르는 것 같은 기계적 선택에만 달린 문제가 아니다.일관성은 독자가 여러 단락을 읽는 과정에서 마음속에 형성된 인상에도 달린 문제이고, 그 인상은 작가가 텍스트 전체를 망라해 장악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329-)
신문 칼럼에는 이런 구조를 지적하도록 훈련받은 옴부즈맨이나 편집장이 가려낸 '실수'를 사과하는 말이 늘 실린다. 현수 수식어는 무척 흔하다. 마감에 쫓기는 기자들의 글 뿐 아니라 유명한 작가들의 글에도 흔하다. 이런 구조가 편집된 글에 종종 나타나고 신중한 작가들마저 쉽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가지 결론이 가능하다. 현수 수식어가 유난히 음흉한 문법 실수이므로 작가들이 민감한 레이더를 발달시켜야 한다는 결론, 그리고 이것이 아예 실수가 아니라는 결론이다. (-401-)
스티브 핑거는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의 존스턴 패밀리 교수다. 인간의 마음과 언어,본성, 심리에 대해서 꿰뚫고 있는 인지과학자로 손꼽히고 있었다. 『빈서판』, 『생각거리』,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등 다수의 책이 번역되어 있다.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들은 나름 글쓰기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무라카미하루키, 박완서, 박경리, 히라노 게이치로, 스티븐 킹 등의 작가들의 글쓰기 패턴을 보면, 그들이 왜 위대한 작가이자, 독자들이 사랑하는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 비결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출간됭 신작 『글쓰기의 감각』은 영어 글쓰기 뿐만 아니라, 한글로 글쓰기를 위한 모든 이들을 향하고 있다.
글쓰기의 기본은 구문과 문장이 독자를 향하고 있어야 한다.그건 자신이 쓴 글이 오직 자기 중심적인 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기본 룰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 같은 단어의 중의적인 표현,개념이 명확한 글, 시대에 뒤떨어진 단어와 어휘 선택, 추가적으로 문장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고, 산만한 글이 잇다. 검증되지 않은 작가들이 쓴 글이 독자를 외면하고 있으며,자신의 글을 낯설게 보아야 하는 이유다.
책에는 지식인의 저주가 나온다. 논픽션을 쓸 때,특히 조심해야 한다. 사실에 근거한 글쓰기가 우선이며, 독자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과 가치를 얻을 것인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제 뿐만 아니라 독자의 수준도 고려해야 하며, 대중적인 책을 쓸 것인지, 전문적인 학술서를 쓸 것인지 스스로 인지하고 글쓰기를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추가적으로 글쓰기는 상시적으로 이어진다. 좋은 글쓰기는 능동태를 쓰며, 연결어를 최소화한다. 글의 짜임새 균형이 잘 잡혀 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더 나아가, 글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기준을 확인해 본다면,글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매력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능동태로 글쓰기 만큼중요한 것은 2인칭 글쓰기다.글을 쓸 때, 1인칭과 3인칭의 차이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2인칭 글쓰기로 패턴을 전환하여,명확하고,간결한 글쓰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 누구나 글을 쓰고,독서를 하며, 그 안에서,독자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그를 쓴다면, 글쓰기가 돈이 되고, 글쓰기 재료가 모여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독자들이 사랑하는 글쓰기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