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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고 싶습니다
이만수 지음 / 카리스 / 2024년 7월
평점 :

딸을 그리며
얼굴보다
더 큰 입으로
강보에 묻혀 울던
핏덩이 하나
스무여섯해를 누려온
은근한 위안이자
근심이더니
이제 다 자랐노라
새 둥지를 틀어갈
짝을 찾았노라고
홀연히
제접을 떠나려 하누나
여린 마음
재치 없는 아둔함에
매정스레 흘긴 눈과
벼락같은 고함으로
기른 자식을
이제는
쉬이 나들수 없는
남의 집 문간으로
들이려 하니
못다 쏟은 정성과
못다 나눈 사랑의 아쉬움에
허허로운 가슴 가득
안개보다 자욱한
한이 어린다. (-63-)
천국
머무를 곳 없는 시간이
영원의 궤도에 오르면
생성도 소멸도 없는
진리의 세계에서
나래를 접으리라
무덤에 피어오른
님의 순결은
눈부신 정오의 태양
어두움 다시 없고
생명은 사철을 푸르리니
사람들의 마음에
욕심마저 사라지면
흘기는 눈도
정죄의 손가락도 없는 곳
신과 사람이 마주보는 그곳에는 사랑 항상 넘치리라. (-126-)
다스리지 못한 과욕, 단념하지 못한 미련, 시궁창, 그리고 무능한 자아, 이 요소는 사람이고 싶은 이유였다. 스스로 후회하지 않으며 살아간다는 것, 시집 『사람이고 싶습니다』에는 삶과 그리움, 화상과 반성, 표상과 재림, 천국에 대해서, 시인이자 목회 일을 하는 이만수 목사의 시선으로 느껴 볼 수 있었다.
삶에 있어서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존재한다. 생성이 존재하면, 소멸이 존재한다. 내 생 또한 언젠가는 세상과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시인 이만수께서는 다스리지 못한 과욕으로 인해 자신의 어리석음을 무능한 자아에 빗대어 말하고 있었다. 초심을 가지며 살아간다는 건,우정과 사랑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진리를 추구하며, 회심에 다라 살아간다는 것, 이별은 이별이었고, 석별은 석별이었다. 우리에게는 항상 애틋한 이별과 헤어짐이 존재한다. 석별 뒤에는 매번 기약할 수 없는 애틋한 그리움이 있다. 후횡도 있었다.
시 「바둑」 속에는 인간의 삶의 삼라만상이 들어가 있었다. 흰돌과 바둑 돌을 서로 번갈아 놓으면서,자웅을 겨루는 바둑은 집을 많이 짓는 이가 승리한다. 거대한 대마도 두 집이 있어야 살 수 있으며, 두 집이 없으면, 죽은 돌이 된다. 바둑에서, 대마를 잡는 자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는 것은 그런 것이다. 인생에서, 대마르 지키려는 자와 대마를 빼앗으려는 자 사이에서, 시소게임이 번번히 나타나고 있었다. 바둑 처럼, 사람도 두 집이 필요하다 말하고 있었다. 하늘에 한 집, 땅에 한 집, 삶의 조화와 균형을 바둑의 지혜에서 얻고 있다.
시 『딸을 그리며』 에는 딸을 키우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졌다. 우리의 부모들은 자녀 걱정으로 살아간다. 걱정하고, 고민하고, 위안과 위로를 자식을 키우는 과정에서 얻어간다. 새들도, 시간이 지나면,자신이 지었던 둥지를 떠나며 새로운 삶을 선택한다. 인간 또한 새 둥지와 같은 운명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서로에게 ,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에 대해서, 내 곁에 있을 때의 딸에 대한 그리움과, 내 곁에서 벗어날 때의 딸에 대한 그리움은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삶이 때대로 허무하고, 허망하게 느껴진다는 건 이 순간이다. 내 것은 아니지만, 내 것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몸은 이해가 되지만, 마음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 삶은 그런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윤회, 회자정리 (會者定離)와 거자필반(去者必反)은, 삶 속에서,나를 지키는 지혜가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