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이 반했습니다 - 꿰맨 눈과 기울어진 사랑
김하진 지음 / OTD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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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드 노이드가 뭐야?"

아아, 스페이드 노이드 가 뭐냐면....준이 상기된 얼굴로 설명을 시작했다.

'우주로 추방당한 인류' 를 의미하는 건담 용어인데 애니메이션 속 핵심 인물인 '사야'도 스페이스 노이드에 속한다고. 준이 '사야'에 강세를 두자, 그것이 중요한 정보라도 되는 듯 모두를 '사야'를 검색했다.

사야아 아즈나블. 빨간 제복에 은색 헬멧을 쓴 금발의 인형 파일럿. 미희는 캐릭터 이미지의 빨간 제복과 준의 빨간 항공 잠바를 번갈아 보았다. (-16-)



대상은 이심과 사귄 적도 ,헤어진 적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포즈를 요구했다. 지나치게 생생한 들판과 달리 대상은 녹화 장면을 재생해 둔 것처럼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이심은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허공에 떠 있는 쌍안경을 집어 들었다. 외눈 시술을 해서인지 쌍안경의 한쪽 구멍으로만 대상을 볼 수 있었다. 눈이 불편해 쌍안경을 벗엇다 다시 썼는데, 대상은 무소음 카메라와 하나인 것처럼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핸드폰 위로 드러난 대상의 이마가 애틋했다. (-73-)



어느 월요일이 그렇듯, 사람들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지난주와 다른 게 있다면 줄을 선 인원이 두 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다. 견인시설이 문을 닫긴 한 모양이지. 회사가 도살장이라도 되는 양 울상인 표정들을 보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120-)



2023 목포문학박람회 청년신진작가 출판 오디션 수상작으로 다섯며의자가와 다섯 소설이 출간되었다. 현실을 전복하는 파격적인 상상력,  김하진 작가의 『한 눈이 반했습니다』는 그의 첫 소설집이며,이 소설의 독특한 컨셉과 스토리 구성을 느꼈다.  『한 눈이 반했습니다』 은 여섯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솔로 인 더 라이트」,「한 눈이 반했습니다」,「얼리지 않아」,「 견인지역」,「 베이비 캐링」,「 비닐, 하우스」, 다.



「솔로 인 더 라이트」,에는 현실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두 주인공,미희와 준이 나오고 있다. 인형과 어덜트 장난감에 대해서, 덕후로서 살아가는 두 주인공이 마주하는 세상은 자신과 어느 정도 동떨어져 있으며,나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런 모습은 세상과 단절하면서, 자신의 열등감, 컴플렉스를 스스로 숨기기 위해서,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다. 우리는 두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를 감지하면서, 우주적 세계관, 우주적 언어로 채워지고 있는 소설의 독특함을 느낄 수 있다.



「한 눈이 반했습니다」 는 제목이 독특하고,낯설면서, 불편하다. 왜 작가는 사람이 아닌 눈에 주목하게 되었는가 의아할 정도다. 제목이 차별화를 주면서, 족자들이 주목하게 만드는데 탁월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작가의 의도 뿐만 아니라,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였으며, 주인공이 어떤 이유로 눈 수술을 하게 되었는지,그 수술 후 인생의 변화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안에 숨겨진 물안과 걱정, 어떻게 한 인간의 내면에 스며들고 있는지,행동과 감정,느낌을 살려서 잘 표현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환경에 지배 당하고, 그 환경을 지배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이 나의 가치관, 세계관,인생관으로 난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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