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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좀 그만 버려라 - 개정증보판
강철수 지음 / 행복에너지 / 2024년 7월
평점 :

개는 도시풍경도 바꾼다.
고층 원룸에 애인도 남편도 아닌 개랑 산다.
개 주인은 웬만큼 문이 아파도 참는데 개 코가 말랐다고 화들짝 병원으로 다려간다. 4만 원에 분양받은 개 치료비 20만 원을 군말 없이 결제한다. 대한민국 개는 상전, 개 주인은 몸종이다.
개를 때리거나 굶기면 경찰이 달려오고 큰 소리로 욕하고 윽박질러도 이웃이 신고한다.
개들은 굳이 좋은 세상이 오게 해달라고 기도할 필요가 없다. 지금 여기 이 나라가 천국이다. (-5-)
오랜만에 오고 보니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내가 제일 궁금한 것은 모가지를 끌고 온다고 했던 아들 소식이다. 직접 물어볼 수는 없어도 부부가 주고 받는 말, 국제 전화 내용을 종합해 보니 우와! 아들이 흑인 처녀랑 결혼해서 둘이 한 직장에 다닌단다. 항공모함보다 큰 쇼핑몰에서 급료도 꽤 빵빵하단다. (-75-)
무초는 모르는 정치인이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자기를 한 번이라도 쓰다듬지 않은 국회의원이 없단다. 장관, 차관, 무슨 비서실장, 검사, 판사까지 자기한테 개껌을 사다가 바쳤단다.진짜인지 뻥인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 만약 무초가 개가 아니고 사람이면 온갖 군데를 다니면서 사기도 칠 수 있는 인맥이다.
무초는 추억에 젖어 사는 개이기도 했다. (-143-)
그러데 어느 날'개가 어딜 혼자 돌아다녀'계엄령이 내렸다. 모두 집으로 들어가라는 ,계엄령 아닌 개엄령! 멍멍이 단속법 ,졸지에 개 줄에 매여가는 개와 밀착 수비 개 주인.
어떤 개는 입마개까지 했다. 개 뽀뽀 원천 봉쇄! 그래도 맹견한테 물려 병원가는 것보다 낫다. 개가 개를 더 잘 무니까. 그러나 도시 개들의 원초적 적군.진짜 원수는 아파트다. 쓸 만한 개가 모두 그 안에 있으니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다. 거기야 경비원이 24시간 철벽수비! (-216-)
그러나 공부 밖에모르는 이 남편.무슨 생각인지 다용도실에서 기다란 빨랫줄을 꺼내왔다.빨랫줄이면 어떻고 쇠사슬이면 어때! 드디어 산책을 나가는구나! 나는 그저 좋아서 겅중겅중 뛰었다.
그런데 이런 게으름쟁이 남편! 20미터쯤 되는 빨랫줄을 내 목에 매더니 그 줄을 끌고 나가는 게 아니고 한쪽 끝을 대문 기둥에 묶었다. 그리고 나를 혼자 놀고 오라고 문밖으로 내보냈다.
그래 놓고 자기는 개 산책 다 시켰다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최대 20미터까지만 갈 수 있는 한정된 자유 산책이긴 해도 거실에 갇혀 있는 것보다 좋기는 했다. (-271-)
웃기는 암캐 제니.그녀가 나 몰래 또 다녀갔다.
아카시 나뭇가지에 쥐포 세 마리를 걸어놓고 갔다.
3일에 한 번 꼴로 맛있는 것을 살짝 갖다 놓고 사라진다.,
그렇게 부끄럼쟁이면 그냥 할머니랑 놀지 웬 스파이 흉내?
나랑 사귀고 싶으면 숨지 말고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야지! 혹시 얼굴에 화상자국이 있냐?나는 그런 거 안 따지는데. 쥐포는 혼자 먹는 것보다 둘이 이야기하면서 뜯어 먹는 게 훨씬 더 맛있는데. (-294-)
뜨거운 여름 길바닥에 얼굴을 대고 누워서, 꾸벅 꾸벅 조는 잡종 누런 강아지를 보면, 개팔자가 정말 상팔자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가끔 인간으로 태어나 것이 힘들 때,개처럼 생각없이 살아보고 싶어졌다. 인간에게 개는 충성스러운 존재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때로는 두려운 존재로 각인될 때가 있다. 개르 무시하기도 한다. 특히 양떼를 모는 목장견, 추운 시베리아 ,남극 툰드라 지대에서,썰매를 끄는 시베리안 허스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시각장애인 견 등등 인간과 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개를 사회적 동물로 생각하고 있다.그러나 인간의 관점이 아닌, 개의 관점으로 인간 사회를 본다면, 입장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모순, 인간의 착각, 인간의 더러움, 인간의 배부른 짓, 인간에 대한 연민 등등등, 인간과 개, 둘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 책 『개 좀 그만 버려라』을 통해서, 상상하고, 이해하고, 느껴 볼 수 있다.
소설 『개 좀 그만 버려라』은 개를 가족처럼 선호하면서,개와 함께 산책하거나, 집안을 개에 최적화하거나, 결정적인 순간 내가 키우는 개를 먼저 버린다. 특히 내가 키우는 개를 한적한 곳에 차를 잠시 세워서, 반려견을 풀어 버린다.집개가 하루 아침에 야생 개가 되거나, 유기견으로 전락한다.개팔자가 상팔자가 아닌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고 만다.음식 쓰레기가 음식 쓰레기 통에 들어가면서 ,길거리 개는 먹을 것이 거의 없어졌다. 어렸을 때, 개들은 마당에 풀어 놓았으며, 바깥에 개줄에 묶어서, 인간이 사는 공간과 개가 사는 공간이 분리되었다. 한때, 도로 위에 개 세마리가 방치된 채 서로 어울려 노는 것이 익숙했다.그런데.,이제는 할 수 없다. 길 위에 목줄이 풀린 개가 주인이 없으면, 위험한 동물로 치부한다.곧바로 신고되어서, 계엄령이 아닌, 개엄령이 선포되고 만다. 개는 억울해도 억울하다 말할 수 없었다.유기견으로 전락되는 순간, 인간에게 해를 끼치거나,다치게 하는 순간,안락사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의 의지가 아닌 인간이 정한 선택과가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즉 이 소설은 인간의 모순과 위선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었다. 개를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를 책임질 줄도 알아야 한다. 말못하는 짐승이라도, 감정이 있고,생각이 있다. 인간으로 태어났고, 개로 태어났을 뿐, 서로 신분 차이,계급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