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딛고 다이빙 - 안 움직여 인간의 유쾌하고 느긋한 미세 운동기
송혜교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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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할 시간이 없어." 살면서 이 말을 몇 번이나 뱉었을까.이건 묘비명으로 쓰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내 삶을 정확히 꿰뚫는 단골대사였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다 여기 잠들다.

평균 수명보다 아주 이르게 .(-8-)


친구들이 쏟아내는 운동 예찬론을 수도 없이 들었음에도 ,나의 철학에는 어떠한 변화도 찾아오지 않았다.나는 이미 나 자신을 '안 움직여 인간'으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풍경은 앉아서 봐도 되고 생각은 글을 쓰며 정리하면 된다는 게, 가능하면 힘닿는 데까지 누워 있자는 게 나의 신조였다. 정말이지 이유 없이 걷고 싶지는 않았다. (-21-)



움직이지 않고 자세를 교정할 방법은 없는지, 꾸준한 노력 대신 내 고민을 한번에 해결해 줄 물건은 없는지 찾아 헤맸다. 군인들이 입는 전술 조끼처럼 비장하게 생긴 자세 교정 밴드처럼 목 깁스처럼 보이는 자세 교정 받침대,굴곡이 엄청난 자세 교정 배개까지, 자세 교정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어찌나 그럴싸해 보이는지.이러다가는 자세 교정 옥장판이라도 사게 될 것 같았다. (-55-)



후들거리는 다리로 헬스장 계단을 내려오며 생각했다.그가 맑은 눈을 반짝이며 다가올 때부터 수줍게 거절했어야 했다고. 어쩌다 맹수의 눈에 띄어 이런 고난을 겪느냔 말이다. 이게 효과가 있겠나 싶은 강도로 운동을 해도 나약한 내 몸은 비명을 질러대는데.이런 부위에서도 통증을 느낄 수 있는 건가. 20년 넘게 깃들어 산 몸이 이렇게 생경할 수 있는건가. (-77-)



나는 젊은 여자에 미친 사람처럼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이 여자를 원했다. 기필코 친구가 되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다행스러운 건 이러한 마음이 나 혼자만의 감정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 역시 동네 친구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며 나를 반겼다. 무려 3년 동안 시도했지만 이 동네에서 또래 여성을 찾는 게 워낙 힘들어 친구 사귀기를 포기했다고 했다. (-159-)



접영을 배우고 있자니 '어린 시절 걸음마를 떼는 게 꼭 이런 기분이었을까?'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이들이 수없이 넘어지며 한 걸음을 떼듯이,수없이 물을 먹으며 겨우겨우 동작을 하나씩 배워 갔다. 자유형과 평형을 처음 배울 대도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접영은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누군가 옆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면 코미디영화가 필요 없을 게 분명했다. (-203-)



'오운완'이라는 단어가 있다. 오늘 운동 완료 라는 뜻이다. '오운안'이라는 단어도 있다.오늘 운동 인하고 싶다' 를 뜻한다. 운동예찬론자들은 ''오운안'을 혐오하고,'오운안'을 강요한다. 운동하지 않으면, 밥먹을 자격, 술 먹을 자격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1만 보 걷기르 장려하고, 맨발 걷기 모임을 만든다. 건강과 활력, 성공을 위해서다. 특히 여성에게 몸무게, 가슴, 허리 사이즈에 대해서, 매일매일 평가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외모, 성형은 필수가 되고 있다. 성공하고 싶은 자들에게 적극 '오운완'을 권장하고 있다.



작가 송혜교는 배우송혜교가 아니다.이 책은 '오운안'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책이며,나무늘보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왜 우리 사회가 오운완을 적극 장려하느가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이유, 그것이 결코 나에게 이롭지 않다는 것을 이 책에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있었다. 오운완으로 살지 않아도 괜찮으며,나면의 페이스로 오운안을 적극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오운안으로 살고 싶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다.



즉 나무늘보로,살아가면 스트레스를 덜어낼 수 있다.남들의 페이스에 쫒아가다 보면, 뱁새가 참새를 쫒아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지는 줄 모르는 상태가 된다. 오운안은 경쟁을 멀리하는 생활습관이다. 특히 나의 삶의 조화로움,계획적으로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운동 중독과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행복하기 살아가는 것,사회가 만든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몸매,몸무게 숫자 하나로 스트레스 받지 말 것,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살 수 있고, 쉬고 싶은 것을 누리며 살 수 있다. 바닷가에 비키니 옷을 입고 자신의 몸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정점당당하게 살아야 하며,나무 늘보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고통스러운 삶, 아픈 삶에서 멀어질 수 있고, 사람과 부대기면서, 시간에 구애 되지 않고,계획적이지 않으면서도,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며,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즉 성공하기 위해서, 꼭 오운완으로 살아가지 않아도 되며, 운동을 적극 장려하는 우리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 내가 나를 직접 챙기는 일상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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