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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 나를 위로하는 일본 소도시 ㅣ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1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24년 6월
평점 :

다카마쓰는 일본 43개 현 중 가장 작은 가가와 현의 현청 소재지다. 또한, 가가와현의 정치,경제, 문화의 중심 도시이자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언젠가 일본의 모든 현에 가보는 것이 꿈인 나는 다카마쓰에서 한 달을 지내며 다카마쓰를 비롯한 가가와현의 여러 도시와 마을를 여행하기로 했다. (-7-)
가가와현의 주식인 우동의 역사는 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헤이안 시대 794~1185) 에 당나라로 불교유학을 다녀온 승려 '고보대사'가 밀을 제분해 국수 만드는 법을 배워와 전파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예로부터 가가와현이 따뜻하고 강수량이 적어 쌀보다는 밀 재배가 쉬운 탓도 있었다. 가장 오래된 자료는 겐로쿠 시대 (1688`1704) 에 그려진 병풍 '금비라제레도'인데 고토하라궁에서 제사를 올리는 풍경에 우동 집이 세군데나 들어 있다. 적어도 300년 전부터 우동을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다. (-24-)
미(美)의 추구는 본능이다.예술가는 내면의 환희,고통, 사랑, 절망을 타고난 재능과 단련된 기교를 활용해 독창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다. 가가와 현에서 만난 그림과 조각, 문학, 건축에는 미적 가치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작가의 따스함이 배어 있었다.그 대상이 지역 사람이 될 수 있고, 먼 곳에서 온 외지인, 혹은 작가 자신이기도 했다. (-79-)
또 그의 대표적인 장편 소설 『진주 부인』에서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보드고 차별에 대항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작품은 1920년에 신문에 연재되었는데 순종적인 일본 여성상을 비웃는 요부 루리코의 복수기를 그린다. 소설 속 루리코는 여느 판므파탈처럼 한눈에 현혹될 만큼 눈부신 외모와 지성을 갖추었다.(-90-)
이노쿠마 겐이치로는 노년에 모든 소장 작품을 기부함으로써 동네 놀이터에 가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역 앞 미술관을 탄생시켰다. 스승이었던 앙리 마티스나 동시대를 산 파브로 피카소의 유명세에는 미치지 못했을지 몰라도, 마루가메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이들에게는 한 단계 높은 문화를 선물하며 누구보다 고귀한 유산을 남겼다,성공은 '세상은 조금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라고 정의내린 랄프 월도 에미슨의 시는 화백을 위한 말이 아닐까. (-104-)
리쓰린 공원 역시 다카마쓰를 대대로 다스리며 막대한 권려과 부를 거머쥐었던 마쓰다이라 가문이 1745년에 완성하여 수백 년 동안 별장으로 사용했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1875년, 마치 비밀의 정원처럼,바깥 세상이 급변하는 동안에도 과거의 영화에만 시간이 멈추어 있었다. (-149-)
쓰시마 신사를 찾은 8월 4일은 다카마쓰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기고 했다. 급행열차르 놓치는 바람에 보통 열차를 타고 1시간 20분 쯤 달려 쓰시마노미야역에 도착했다. 역 주변은 이미 축제의 기분 좋은 소란으로 떠들썩했다. 다양한 길거리 음식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포장마차 거리를 지나 행복의 다리로 향했다. 이미 신사로 향하는 긴 행렬이 늘어서 있었다. (-209-)
사나기지마에서 보낸 반나절 동안, 사회에서 보기 어려운 어른들의 해맑은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말이 통하지 않는 작은 생명체와 교감하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자세를 낮추고 언어를 몰랐던 동심으로 돌아가 눈빛과 몸짓, 그리고 체온으로 마음을 표현햤다. 물론 천진하기로는 고양이들도 뒤지지 않았다. 카메라를 꺼내면 피하기는커녕, 렌즈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바람에 초점이 빗나간 적도 여러번이었다. 특히 오모토 씨가 나눠 준 과자 봉지를 뜯었을 때, 내 주변으로 쪼르르 몰려와 앉은 자세로 애절하게 쳐다보던 눈빛은 영락없는 강아지였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듯 낯선 이에게 다정한 모습도, 인기척에 눈을 가늘게 뜨고 잽싸게 몸믈 숨기는 모습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 아닐가. (-281-)
한국의 도시는 위태롭고,불안하고,때로는 저돌적이다, 촘촘히 붙어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 물건과 물건 사이는 인간 스스로 인간미를 잃어버릴 정도로 미워질 때가 있었다. 사람이 미워지고,도시가 미워지고, 스스로 나를 위로하고 싶은 그 순간, 인간이 선택하는 것이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소환하는 위로 여행이다. 여행은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현재의 삶이 빠르고, 나의 페이스를 잃어 버렸다고 느겨질 때,내 페이스를 찾기 위해서, 여행을 선택하곤 한다. 굳이 자동차 없이 두발로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상관없을 것이다. 특히 명절이면, 한국보다 해외로 떠나는 우리의 삶의 패턴은 여행 트렌드에도 반영되고 있었다.물맑고 공기 좋은 강원도 시골보다, 일본의 43개 현 중에서,자장 작은 현 일본 시코쿠 카가와현의 현청소재지 ,인구 40만의 다카마쓰시로 떠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행스럽게도 인천공항에서, 다카마쓰시로 더나는 여행 특가 상품도 있기 때문에, 2박 3일 , 40만원 남짓 여행 자금으로 여행코스로 알맞은 여행지다.
다카마쓰는 고양이 덕후, 우동 덕후라면 강추하고 싶은 곳이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 공간 속에서,천덕꾸러기 미운 길고양이가 아닌, 다카마쓰에서 , 관광객에게 대접받고,인간과 고양이가 교감하며, 서로를 존중하고,배려할 수 있는,종과 종이 서로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다.여기에 더해 다카마쓰 는 환경적인 특성 때문에,밀이 자라고, 우동 특화거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예로부터 우동음식이 발달하였으며, 식당마다 다른 특징의 우동의 맛을 느낄 수 있다.작가 이예은에게는 다카마쓰가 일본여행 비즈니스를 위한 여행 장소이지만, 예술가에게는 다카마쓰는 자신의 창의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다.특히 한국에서, 문화기획을 하거나,미술적인 감각이 떨어진다고 하는 이들이 다카마쓰의 매력이 홀릭되어서,이곳에 정착하며 살아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 몸과 마음이 무너진 이들이라면,이 곳에서 조용한 곳을 따라, 과거의 영과을 뒤로한 별장 가까운 곳으로, 산책, 홀로 걷기,워킹으로 자신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