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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한문 수업 - 고전으로 세상을 잇는 어느 한문번역가의 종횡무진 공부 편력기
임자헌 지음 / 책과이음 / 2022년 9월
평점 :

한문을 하려면 두 책을 정말 읽고 또 읽어야 한다. 달달 외듯 읽어서 이 책의 문형이 내 안에 새겨지게 해야 한다. 특히 《맹자》 가 좋다. 《논어》 는 본문 내용이 짧으니 주 까지 함께 읽어야 하지만 《맹자》 는 본문 내용이 길어서 주까지 외지 않아도 문형을 충분히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맹자》 를 1,000독 하면 저절로 문리 文理 가 난다고 한다. 물론 나도 1,000번은 읽지 못했다. 하지만 백 단위까지는 본 것 같다. (-35-)
내가 선택한 공부 방법은 '서당개 3년 공부법'이었다. 내 생각에 공부는 '풍월'이 주요하다. 들은 풍월이 있어야 공부가 수월하다. 특히나 새로운 분야는 더욱 그렇다. 낯선 공부는 아무리 제미있어도 그 분야 전반의 대체적인 분위기를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분야를 시작할 때 너무 꼼꼼하게 알려는 노력 자체는 좋다. 하지만 작고 단순한 질문이라도 정확한 답을 알려면 그 분야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이해해야 할 경우가 많다. (-68-)
이후로도 상임 내내 보학을 더 공부하지는 못했다.(안한 건가?)워낙 관심이 없다 보니 할 공부도 많은 데 굳이 손이 가지 않았다. 족보를 줄줄 꿰시는 선생님들이 신기해 보일 따름이었다. 어떤 `사람 이름이 나오면 그 조상은 누구고, 그 조상 누가 누구랑 친한데 어디와 혼인을 맺어서 어떻게 됐고, 누구의 제자고 등등 이 주르륵 흘러나오는데 그걸 다 어떻게 외우시나 싶었다. 다만 내가 공부할 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점점 한문에 오래 발을 담그고 있다 보니 보학이 필요하구나,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10-)
시역은 정말 쉽지 않았다. 이때야 비로소 역사문헌 국역실습에서 왜 그런 재미없는 각종제도에 따른 어휘를 가르쳤는지 알게 되었다. 그 시간에 졸았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일성록》 정조 17년 6월 26일부터 30일에 이르는 기사를 시역으로 받아들고 본격적인 번역에 들어갔다. (-134-)
시역의 결과는 처참했다. 노력한다고 했지만 그 옜날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지금 이 순간으로 옮겨 와서 신문을 읽는다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세종대왕 덕분에 글자는 읽을 수 있겠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왕정에서 민주정으로 이행하면서 조선과는 정치행정에 관한 모든 제도가 바뀌었고 그에 다른 용어도 바뀌었다. (-135-)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정조를 매우 좋아한다. 그냥 '좋아한다' 라는 한마디로 표현이 될까? 너무 좋아한다는 말이 아니라 오래 함께하며 이런 저런 모습을 보니 멋있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그래서 응원하고 싶은 복잡 미묘한 감정을 갖게 되었다는 뜻이다. 나보다 훨씬 오래 많이 《일성록》을 번역한 선생님들도 대개 나와 비슷한 마음이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누가 정조 욕하는 것을 차마 못 듣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나 역시 그렇다. (-162-)
일단 한문은 정해진 문법이 없다.현대어는 어떤 언어든 확실한 문법이 있고 그 안에서만 활용되는데, 한문에는 그 문법이 없는 것이다. 물론 아예 없지는 않다. 다만 외형적으로 이것이 문법이고 정확히 이 체계로 문장이 쓰이나고 말할 수 있는,겉으로 드러난 문법이 없다. 그래서 앞서도 말했지만, 아주 기초가 되는 이를테면 사서 를 달달 외우면서 그 안에 내재된 문법을 체화해 가는 방식으로 이 언어를 익히는 것이다., (-209-)
작가 임자헌은 이화여대 심리학을 전공하고, 한학의 매력에 빠져,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 교육원 상임연구부를 거친 이후,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번역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자헌 자각가 쓴 책 『마음챙김의 인문학(날마다 인문학 3)』을 2021년에 읽었기 때문에, 책 『나의 첫 한문수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이 책은 임자헌 한문 번역 에세이이다. 딱딱할 것 같은 책이라는 편견과 다리, 술술 읽혀졌으며, 한자에 대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도 된다. 어떻게 한문학 공부에 매진하였는지, 본격적으로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전문 번역가의 기로 들어서기까지 어떻게 한문 공부를 시작했는지, 웃을 수 없는, 울수도 없는 각종 에피소드가 적혀 있었다.전문 한문번역을 시작하면서,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읋는 심정으로 한문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책에는 한문 고전 연구 및 번역에 대한 길잡이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한문 전공자들이 고전 연구에서, 본격적으로 번역을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서,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이해를 돕고 있으며, 고전 번역 기본서로 『맹자』 와 『논어』를 손꼽는다. 여기에 『통감절요』, 『승정원일기』,『일성록』,『조선왕조실록』이 포함되고 있으며,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교 책판이 추가되고 있다. 특히 조선은 기록의 나라로서, 500년 간, 쓰여진 유교적 고전 기록이 상당하다. 한문으로 쓰여진 고전들을 하나하나 번역하기 위해서는 전문번역 인력이 필요하며, 자신이 어떻게 고전에 매력을 느끼느냐에 따라서, 번역가로서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 임자헌 작가는 정조와 정조의 기록이 많이 남아 있는 『일성록』 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조선초기의 기록들 대부분이 소실된 승정원 일기가 그 어떤 기록보다 방대하다.번역가가 되기 위해서,항상 각종 사전과 가까이 하며, 무언가 해내려고 하는 시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한 번역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논어》,《맹자》, 《주역》, 《대학》, 《중용》을 기본서 하되 , 1000독을 하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맹자공부를 시작하고 있는 나로서,부끄러움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있다. 특히 한문 고전 번역은 영어처럼 체계적인 문법 구조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한문 고전원에서,어떤 공부를 하고, 본격적으로 번역일을 하기 위해서,필요한 지식 뿐만 아니라 시대적 배경 뿐만 아니라 역사, 족보까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걸 앐수 있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 언어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고전 연구에 있어서,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전문번역위원이 더 늘어나야 하며, 번역에 있어서 기본서가 되는 각종 사전의 질적인 확장와 양적이 확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