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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론 - 어떻게 마주 앉아 대화할 것인가
최재천 지음 / 김영사 / 2024년 5월
평점 :

우리는 세대마다 시행착오와 발견을 반복하지 않는다. 우리 인간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출발선을 이전 세대가 전진한 곳까지 옮겨놓고 거기서 시작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밖에 없는 유일한 동물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밖에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 있다. (-7-)
Consilience 는 한마디로 '지식의 통일성'을 의미한다.이것은 옛날 어느 교수가 그 방법론에 관해 가졌던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그는 그의 동료들이 과학을 이용해 모든 것을 지극히 작은 단위들로 쪼개는 데 여념이 없어 전체를 보지 못함을 걱정했다. 그는 이 세상 모든 것은 다른 것과 조화를 이루며 통합되어 있으며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들을 분리하면 그들만의 고유한 존재의 이유가 손상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자들에게 이 같은 관점을 잃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래야 모든 과학이 개념적으로 통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상당히 무거운 주제이긴 하지만 와인이 더할 수 없이 어울리는 말이며 우리 네 사람의 뜻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단어다. 와인은 바로 우주와 인간을 통일을 의미하며 제조자는 이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19-)
나는 우리나라 학자로는 최초로 다윈의 성선택론 theory of sexual selection 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내가 하버드대 에드워드 윌슨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시작할 때 그 연구실에 있던 대학원생들과 연구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개미를 연구하고 있었다. 나는 "개미를 비롯해 벌목 Order Hymenoptera 에 속하는 꿀벌과 말벌이 어떻게 사회를 구성하고 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탁월한 이론도 있고 연구도 많이 됐는데 흰개미 termite 의 사회성 진화에 대해서는 밝혀진 게 너무 없지 않습니까? 저는 흰개미의 사촌 벌인 민벌레 Order Zoraptera 를 연구해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하고 싶습니다."라며 끈질기게 월슨 교수를 설득해 드디어 허락을 받았다. (-49-)
나는 그에게 교수 선발 과정에 정교수만 참여하는 게 합리적인가를 물었고 우리는 그에 관해 제법 열띤 숙론을 벌였다.한참 숙론을 이어가던 중에 그는 불쑥 대학원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출하면 참고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나는 곧바로 동료 대학원생들에게 지원자들의 강의도 열심히 듣고 이야기도 많이 나워본 다음 내게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보수적인 교수 선발 과정에 뜻밖에 대학원생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발상이 참신해서 그랬는지 퍽 많은 대학원생들의 의견서가 도착했다. (-101-)
국가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닉다. 어렵게나마 예측한 미래를 대비해 전략을 세우는 일 도한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그 어려운 일을 하라고 저희들을 여기 불러 모으셨습니다. 그리고 이 쟁쟁한 전문가들 맨 앞에 저를 세우셨습니다. 예전에 이런 자리는 당연히 경제학자, 경영학자 혹은 행정 전문가가 앉았습니다. 그런 자리에 생물학을 하는 사람을 앉히다니요.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138-)
우리가 숙론을 하는 데는 다양한 목적이 있다. 각각의 내용이 완벽히 나뉘지는 얺겠지만 줄잡아 열 가지 목적을 생각할 수 있다.
1.우리 모두에게 공동으로 주어진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서
2.해결책을 찾기 전에 우선 함께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공유하기 위해서
3.개인이나 조직 간의 우려와 겨해차를 드러내고 함께 인지하기 위해서
4.전략적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
5.조직 간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
6.조직 또는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7.서로 돈독히 협력하기 위해서
8.정책을 수립하거나 변경하기 위해서
9.정책이나 법안, 개발 계획 등을 공표하기 전에 주민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서
10.함께 협업 공동체를 결성하기 위해서.(-173-)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상대의 발언이 아무리 난해해도 말하려는 의도를 파악하고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은 일상적 인간관계에도 중요한 기술이지만 숙론을 이끄는 진행중재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 당연 으뜸이다. 대담이나 숙론이나 자신의 말을 잘하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상대의 말을 얼마나 잘 듣느냐가 중요하다. 자그마치 25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토크쇼의 제왕'이라느 별며을 얻은 래리 킹의 장수 비결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짧고 단순한 질문을 던지며 담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199-)
2021년 작고한 에드워드 윌슨(1929~2021년) 하버드대 교수가 있었다. 그의 제자가 바로 책 『숙론』을 쓴 진화생물학자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1954~)다. 최재천 교수가 쓴 책보다 먼저 접했던 것이 70만 구독자 유투브 『최재천의 아마존』 이며, 그의 박학다식함과 차분한 언변 뿐만 아니라 진화 생물학에 대한 어려운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해주고 있어서, 대중 과학 유투브로서 손색이 없었고, 70대 연세에도 불구하고 , 꼰대 마인드가 아닌 신세대 마인드 가지고 있었다. 책 『숙론』은 유투브 『최재천의 아마존』 를 빠짐없이 본 구독자라면, 이 책이 말을 글로 옮기는 거나 별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고, 에드워드 윌슨 교수를 졵경하고 있는 최재천 교수의 학자로서의 품격을 엿볼 수 있다.
책의 제목은 숙론이다. 회사생활, 경영, 사장이자 닉원으로 일할 때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가 가장 어렵다. 하지만, 숙론의 스킬을 익힌다면, 그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가 가능하다. 우리에게 숙론보다 토론 문화가 익숙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토론은 '누가 옳은가(Who is Rght)'가 주요한 화두였다. 하지만, 숙론은 '무엇이 옳은가(What is right)"' 가 중요한 화두기 때문에,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숙론은 사람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소통 방식이 달라진다.
그는 숙론과 함께 통섭을 같이 언급하고 있었다. 학자이지만,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으로 일하면서,익숙핝 역할보다 낯선 역할을 소화해내야 했고,적응하는 것이 급선무었댜. 숙론이 필요한 이유는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동물의 진화론이 생존을 위해서,스스로 바뀐 자연의 법칙이라면, 인간에게 스스로 진화하고, 진보로 나아가는 길은 숙론을 스스로 익히는 길이다. 사람을 깊이 관찰하고, 그 사람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이해하는 것, 숙론 만이 가능하다. 그리고 숙론을 나와 타인을 차별화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사람과의 관계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 나설 수 있다. 결국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숙론'은 미래에 인간이 AI에 필적하여 생존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다. 갈등을 중재하고, 협력을 도모하며, 리더로서,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면, 스스로 무언가 해낼 수 있고, 스스로 어떤 것을 해내야 하는지 전략과 전술을 만들 수 있다. 최재천 교수가 10세기가 토론의 시대였다면,21세기는 숙론의 시대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