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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악집성
하응백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1년 6월
평점 :

삼수대엽(三數大葉)
낙동강상(落東江上) 에 선주범(仙舟泛) 하니 취적가성(吹笛歌聲)이 낙원풍(落遠風)이로다
객자정참문불락(客子停驂聞不樂) 은 창오산색(蒼梧山色) 이 모설중(暮雲中 )이로다.
지금에 정호룡비(鼎湖龍費) 를 못내 설워하노라. [작자 미상]
석양에 취흥을 겨워 나귀 등에 실렸더니
심리계산이 몽리(夢裡)에 지나거다
어디서 수상어적(數聲漁笛) 이 잠든 나를 깨우나니 [조준]
삭풍(朔風) 은 마무 끝에 불고 명월(明月) 은 눈 속에 찬데
만리변성(萬里邊城) 에 일장검(一長劍) 짚고 서서
긴 바람 큰 한소래에 거칠 것이 없에라 [김종서]
우레같이 소래난 임을 번개같이 번뜻 만나
비같이 오락가락 구름같이 헤어지니
흉중(胷中) 에 바람 같은 한숨이 안개 피듯 하여라 [작자 미상] (-50-)
길군악(行軍樂)
오늘도 하 심심하니 길군악이나 하여 보자.
아이업다 이년아 말 들어를 봐라
노나느니 나루 노나니루 느니 로느닌니루나니 나를니루 히히
나니나루 노나니나니나루 노오오 나니나루 우우노너
가소가소 자네 가소 자네 가다가 내 못 살랴
정방산성(正方山成) 북문(北門) 밖에 해 떨어지고 저 달이 돋아온다.
눈비 찬비 이슬 맞고 홀로 섯는 노송(老松) 남기 짝을 잃고서 제 홀로 살아나니
각씨는 이리로 하대서 내 못살랴.
어이업다 이년아 말들어를 봐라
조고마한 상좌(上佐) 중이 부도(釜刀) 채를 두루쳐 메고
만첩청산(萬疊靑山) 들어를 가서 기다란 고양남글 이리로 찍고 저리로 찍어서
제 호롤 찍어 나리느니 각씨네 이리로 하다가 내 못 살랴
어이업다 이년아 말 들어봐라.
어이업다 이년아 말듣거라
네라 한들 한궁녀(漢宮女) 며 매라 한들 비군자(非君子) 랴.
남의 딸이 너뿐이며 남의 아들이 나뿐이랴
죽기 살기는 노늘날로만 결단(決斷)을 하자
어이업다 이년아 말 들어를 봐라. (-97-)
<수심가> 는 서도의 대표적인 소리이다. 내용은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하고 사랑하는 님을 그리워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수심가>의 유래에 대해서는 서북인의 차별에서 비롯되었다는 설과 병자호란 때의 기생 부용이 지었다는 설이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으로 보이다. 가사를 살펴 보면 여기저기 시에서 차용한 흔적이 두서없이 보이는 점, 그리고 한문 문투의 혼합적 사용이 보이는 점 등으로 보아, 오랜 세월에 걸쳐 평양 지방을 중심으로 기방(妓房) 등에서 구전되면서,소리하는 자에 따라 변형되고 증편에 증편을 거듭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8-)
배치기
어영도 칠산을 다 쳐다 먹고
연평 바다로 돈실러 갑시다.
어허어 어허어어 어허으어 어허으어 어어허어 어화요
돈실러 간다 돈 실러 간다
연평바다로 돈 실러 갑세다
간곳마다 치는 북은
우리 배가 다 치고 났단다
이물 돛댄는 사리화 피고
고물 돛대는 만장기 띄었다.
연평 장군님 귀히 보소
우리 배불러서 도장원 주시오.
오동추야 달 밝은 밤에
새우젓 잡기가 재미가 난다
정월부터 치는 북은
오눨 파송을 내 눌러 쳤단다
연평바다에 널린 조기
양주만 남기고 다 잡아 드려라.
암매 숫매 맞 마춰 놓고
여드레 바다에 두둥실 났단다.
에 -헤이이 에-헤이이 에-헤이에 -헤이에 에이 에헤이 어하요. (-300-)
금드렁 타령
놀구나 싶은 맘 태산과 같은데
원수의 금전이 허락질 않네
금드렁 금드렁
세월이 가기는 바람결 같구요.
인생이 늙기는 흐르는 물 같네
간다네 가누나 유정(有精) 님 버리고
동설령(東雪領) 고개로 나 넘어간다
바람에 불리는 갈대와 같이도
변하기 쉬운 건 사람의 맘일세
못 살것 같더라 죽을 것 같더라
유정님 떨어져 나 못 살갔네
저 달이 밝기는 내 맘과 같아도
속사정 펴 보긴 샘물과 같다네
저산에 붙은 불 일꾼이 껄지라두
내 가슴 타는 불 꺼내지 못하네
비야 뭐 올래면 소낙비 좋지
실타래 느려서 내 속을 얽나요.
입쌀에 좁쌀은 독독이 있어도
재미쌀 없이는 나는 못 살갔네
일상에 놀기는 풍악이 좋은데
절구통 춤에도 세월만 간다네
동산에 달 뜬 건 가득 차 메워도
덧 없는 세월엔 백발만 성성
당신의 사랑이 물밀 듯 깊어주
내 가슴 쓰린 건 어제가 오늘. (-332-)
이렇게 세 집서 하나씩 낳기는 낳았는데 신수가 불행턴지 한 집은 딸을 낳고 도 한 집은 계집애를 낳고 또 한 집은 여자를 낳았읍네다 이 세 아기의 이름을 짓되 어떻게 짓는고 하니 이 정승의 딸 이름은 태몽 꿈꿀 적에 달 세개를 받아 보았다는 꿈을 꾸고 그 애를 낳았다고 해서 꿈을 따라서 세월네라고 이름을 짓고 김 정승의 딸 이름은 꿈에 달 네개를 받아 보았다고 해서 네월네라고 이름을 짓고 최정승네 딸의 이름은 백발노인한테 달비 한쌍 받아서 배배 틀어 치마 폭에다 썼다는 꿈을 꾸고 애를 낳았다고 배뱅이라고 이름을 지엇습니다 (-456-)
님아 믿을 것이냐 못 믿을 건 님이로구나
꿈에라도 보인단 말은 그도 역시 못 믿을까
꿈아 무정한 꿈아 날과 무슨 원수길래
오는 님을 노내느냐 가는 님을 붙들어 놓고
잠든 나를 깨워 주지 지금쯤은 잠을 자느냐
다른 처자 뉘였느냐 모두 다 꿈에 그쳤구나. (-523-)
평양가 (平壤歌)
갈까 보다 가리갈까 보다
임을 따라 임과 둘이 갈까 보다
잦은 밥을 다 못 먹고
임을 따라 임과 둘이 갈까 보다
임을 따라 임과 둘이 갈까 보다
부모 동생 다 이별하고
임을 따라 임과 둘이 갈까 보다
불붙는다 불이 불붙는다.
평양성내 불이 불붙는다.
월선(月仙) 이 집에 행여 불 갈세라
월선이 집에 불이 불붙으면
육방관속(六房官屬) 이 제가 제 알리라
가세 가세 노리 놀러 가세
월선이 나와 소매를 잡고
가세 가세 어서 들어들 가세
놓소 놓소 노리놓소그려
직령(直領) 소매 노리놓소그려
떨어진다 떨어진다 떨어진다 떨어진다.
직령(稙領) 소매 동이 동떨어진다.
상침(上針) 중침9中針) 다 골라 내어
세모히 당사(唐絲) 로 가리감춰 줌세. (-622-)
까투리타령
까투리 한 마리 부두둥 허니 매방울이 떨렁
우여우여 허허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
전라도라 지리산으로 꿩 사냥을 나간다.
지리산을 넘어 무등산을 지나 금성산을 당도허니
충청도라 계룡산으로 꿩 사냥을 나간다.
충청도를 올라 계룡산을 넘어 경상도 가야산 당도허니
경기도라 삼각산으로 꿩 사냥을 나간다.
걍기도를 올라 삼각산을 넘어 광주산성을 당도허니
경상도라 태백산으로 꿩 사냥을 나간다
경상도르 내려 문경을 넘어 청량산 보현산 당도허니
가원도 금강산으로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
옫재산에 올라 금강산을 복 태백사에 당도하니
황해도 구월산으로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
구월산에 올라 금강산을 보고 태백산에 당도하니
황해도 구월산ㄹ으로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
구월산에 오라 달마산을 보고 불타산에 당도하니
평안도 묘향산으로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
묘향산에 오라 천마산을 보고 평양 모란봉에 당도하니
함경도라 백두산으로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
백두산에 올라 용왕담을 보고 보래산성에 당도하니. (-754-)
날 오라네
날 오라네 날오란메 건넌 말 벗님이 날 오라네
오라는 데는 다 뜨면 가고 동네나 술집은 낮에나 가지
청삽사리 짖지마라 낯익은 벗님이 찾아갔다.
님을 찾어 내 왔누라 그리운 벗님이 찾아왔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정 많이 든 님아 날 좀 보소
그립던 님 만나러 왔소 그대 얼굴을 보러 왔소
내 가슴에 깊이 든 병 그대로 인하여 병이 들어
골수에 깊이 드니 그대 아니면 고칠 수 없네. (-844-)
그 자리에 엎드러
[아니리]
이렇듯 목욕을 하고 수변에 나와 심봉사 옷을 입을 양으로
아무리 찾아보아도 의복이 없거날,
아, 내가 분명 여기다 지팽이로 누러 놨는디 아디로 갔을가?
바람에 날라 갔는가.
허허, 거 누가 나하고 농할라고 실쩍 감춘 것 아니여?
아,이리 내 놔.내 의복 내놔.
아무리 찾고 헤메어도 적막강산에 대답이 없거날
그제야 도둑 맞은 줄 짐작하고
[창]
그 자리에 엎드러져서
허허 이제는 꼭 죽었네 허허 이제는 영 죽었네
불꽃같은 이 더위에 옷을 훨씬 벗었으니 디여서도 죽겠구나
알몸이 되었으니 굶어서도 꼭 죽었네
백수풍신(白首風神) 늙은 몸이 황성 길을 어이 갈이거나
이 무지하 도적놈들아 내 의복 가져오너라.
머고 입고 남은 허다헌 부자집 다 버리고 내 것을 가져가니
그게 차마 될 말이냐
봉사 것 가져가면 열두 대 줄 봉사 난단다.
옷 가져 오너라 나 어쩌다 훨씬 벗었오.
귀머거리 앉인뱅이 날보다는 상팔자라
일월이 밝았으나 동서분별9東西分別)을 내 못하니 살어 있는 내 팔자야
모진 목숨 죽지도 못 허고 내가 이 지경이 웬일이냐. (-921-)
<적벽부> 는 원래 송나라의 유명한 시인인 소동파(蘇東坡,1036~1101) 가 1082년 귀양을 가서 쓴<적벽부>에서 유래한다. 원래의 <적벽부>(이를 '후적벽부'라 한다) 가 있는데, 한문 원본 그대로만 토만 달아서 송서(誦書) 로 부르는 경우(경기 송서) 도 있고,<적벽부> 의 원문을 우리말 속으로 재성하여 가사를 새롭게 만든 서도 송서도 있다. 누가 우리말 식으로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서도 송서로는 오래전부터 붕여왔던 듯하다.
내용은 소동파가 벗(양세창) 과 술잔을 기울이며 뱃놀이를 하면서 조조의 대군과 오나라의 대군이 일전을 겨룬 적벽대전을 회상하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하는 것이다. 1972년 발매된 김정연과 오복녀의 『서도소리대전집』에서도 <적벽부>는 송서로 분류하고 있다. 수심가 자락으로 끝을 맺는다.<적벽부> 는 묵계월, 유창 등에 의해 경기 송서로도 전승되었는데 ,가사는 소동파의 <적벽부>원문에 토만 단 것으로 서도 송서와는 조금 다르다. (-1039-)
문화평론가 하응백 작가의 『창악집성 昌樂集成』 이다. 가곡, 가사, 시조, 서도민요, 서도좌창, 서도입창, 서도시창, 경기민요, 경기잡가, 경기입창, 경기재담소리, 남도민요, 충청도민요, 제주도민요, 단가, 가야금병창, 경상도민요, 가원도민요, 송서,불가까지 아우르고 있으며, 가난과 아픔, 소시민의 서글픔,그이룸,허무함을 소리로서 , 구전으로 전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국악이 익숙하지 않았던 독자들에게 국악이 어떤 의미를 품고 잇는지 알게 해주고 있었다. 오래전 영화 서편제를 소환하느 책이기도 하다. 인생에 대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들 대도 있다. 그것을 한풀이로, 민요나 가사로 대신하곤 한다. 지금은 사라진 자연의 멋을 가사와 소리로 접근할 수 있다. 사진 속 기생의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과 함께 살아왔던 조선이의 생활사은 상상해 볼 수 있다. 문학,소리, 음악은 장르는 다르더라도,우리의 삶과 일치하고 있다. 삷ㅁ이 노래가 되고 ,삶니 가사가 되고,삶이 시조가 되었다. 지역마다 가사와 시조, 민요가 다른 이유다. 한국인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악집성』을 필히 읽어야 하는 이유다.
풍류에 대해서, 국악전문가 혹은 국악 전공예정자에게 국막,민요한자락에 대해서,정확한 소리를 전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소리(昌) 와 음악(樂) 을 집성(集成) 하여서, 우리의 깊이 우러나오는 기쁨과 슬픔,희노애락에 대해서, 우리의 정서를 이해하고,전근대의 시와 시조, 한시, 현대시에 숨겨진 정서를 이해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우리의 정서라는 것을 글이 아닌 소리로 느껴야 한다.그것이 매우 어렵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이런 경우,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면, 음악이 추구하는 느낌 뿐만 아니라, 맛과 멋을 느낄 수 있으며,기록되어 있지 않아서,구전으로 흘러운 소리들,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나감으로서,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느낌을 다시 체크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