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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수놓다 - 제9회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수상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평점 :





"하지만 바느질을 좋아해서 수예부에 들어갈지도 모릅니다."
교실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한 것 같았다.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빨라진 심장박동을 억누르느라 제대로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12-)
예의바른 아이, 혹은 건방진 아이, 이유 없이 목소리가 큰 강사,다정한 강사, 고압적인 보호자, 살가운 보호자, 어느 쪽에도 특별히 관심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일이니까, 월급을 받고 있으니까. 상대가 좋다거나 싫다는 생각을 일일이 하지 않고, 누가 무슨 부탁을 해도 담담히 공평하게 처리하려고 애써 왔다.
"마쓰오카 씨,성실하게 생겨서 능력 좋네." (-63-)
소위 말하는 '남자다움'에 얽매이는 건 아니다. 그런 구시대적 사고방식은 사라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요스미가 튀지 않길 바랄 뿐. 남들 눈에 평범하게 보이면 좋겠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아무튼 집단에서 튀어봤자 좋은 일은 하나도 없으니까. (-116-)
기요스미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나는 아버지 역할을 하나도 하지 못했어. 그러네 딸의 결혼식 드레스를 짓는다고 나서는 건 잘못된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고.삿짱도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을 거야.기요가 나를 의지해 준 건 정말 기쁘지만....이라는데 어떻게 생각해?" (-163-)
내게 새 디자인을 창조해 내는 재능이나 센스가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았지만 그것을 사업으로 만들려면 또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고, 내게는 그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오리지널 상품 판매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내가 사장이 되면서 마침 무직이었던 젠을 디자이너로 고용했다. (-204-)
자기는 누나 어머니, 할머니와 살지만 아버지는 혼자니까.그게 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걸렸다는 기요스미의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해 몸을 기울였다. 옆자리 4인석 테이블을 차지한 종업원들이 맥주를 마실지, 만두는 몇 인분 시킬지 옥신각신 하고 있다. 가게에서 켜둔 텔레비전 소리가 드리지 않을 정도로 큰 목소리로. (-241-)
청량한 가족 이야기, 데라치 하루나 씨의 소설 『물을 수놓다』을 읽다 보면, 내 삶과 겹쳐질 때가 있다. 우리 사회가 만든 통념과 틀, 역할, ~다움,그 틀에서 벗어날 때 생기는 갈등과 고민이 겹쳐질 때가 있다.그 고민들과 걱정들이 층층히 쌓여질 때, 우리는 나와 너를 구분하고,그 구분된 기분과 경계에서, 서로에 대한 상식을 만들어 나간다. 여기서 상식이란 일관적이지 않을 때가 많고, 주관적인 경우가 많았다. 소설 속에서,네 가족이 한 가정을 이루면서,누나가 바라본 남동생 마쓰오카 기요스미, 마쓰오카 기요스미가 바라본 누나를 살펴 볼 수 있다.
두 남매를 보면, 남의 속도 모르고 ,내 기준으로 결정되는 여러가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에서 ,함축하고 있는 것은 그런 것이다. 부모가 이혼 후 남동생 마쓰오카 기요스미는 바느질을 잘하였기에 수예반에 들어가려고 한다, 반면 누나는 자신이 가진 여성다움, 성정체성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서로가 바라보는 시점이 서로 다름이나 다양성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질투나 시샘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위 남의 속도 모르고,부럽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의도치 않은 행동은 자기 방어를 위해 만들어진 행동이다.그 행동이 타인에게는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개인의 개성보다 조직ㅇ이 우선일 때,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 그럴 때, 착각과 오류,왜곡이 발생 할 수 있다, 부모가 이혼하고,남매가 서로를 바라보는 해석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모습이 우리 가족 안에서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것을 작가는 청량한 가족 이야기 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