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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섬과 박혜람 - 제2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임택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5월
평점 :





"파리에 도착해 제일 먼저 아랍세계연구소에 갔어요. 지상 십 층 건물의 파사드를 보면, 이백사십 여 개의 창에 이슬람 전통 건축 양식인 마슈라비아 같은 카메라 조리개들이 설치돼 있잖아요. 진짜 황홀했어요. 빛은 물질이었어요. 정교한 렌즈 시스템이 비츨 조절해 셔터가 열렸다 닫혔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건축물을 변화시키고 보는 사람의 인식까지 변화시켰어요. 적확한 빛,적확한 그림자, 간순했고, 투명했고, 또 가볍고,한가했어요.시적인 건물을 넋 놓고 바라보았죠., 그때 가방을 잃어버렸어요.전 재산을 날치기당한 거죠." (-58-)
불타는 떨기나무
김섬이 성당에 안 나간 지 십년이 훨씬 넘었다. 소위 말하는 '냉담자'였다. 그렇지만 양떼를 치던 모세가 호텔산에서 소명 받는 구절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었다.
몇 가지 도안을 홍지표에게 보여주었다. 모두 떨기나무와 연관된 그림이었다. (-126-)
"그 사랍은 외로웠어요.살아 있을 땐 시댁 식구들이 사람 취급을 안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와서 가족처럼 구는 게 좀 역겨워요. 아니, 슬프다고 해야 할까요? 인간적으로 너무 슬픈데 인간적이지 않은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노이혜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러고는 무릎 위에 턱을 괴고서는 웃는지 우는지 알수 없는 소리를 내며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183-)
먼 시선으로 설악산 자락을 바라보고 있던 김섬은 문득 처음 사귀었던 남자 친구가 생각났다. 과 동기였던 그는 다른 과 여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 그렇다고 함부로 여자를 사귀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태도를 신중함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했다. 그때 그와 함께 설악산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게 어느 계절이었는지, 설악산에 머물면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유명한 정치인이었는데, 그 친구와 함께 있으면 그의 아버지와 같이 있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미래를 망칠지도 모르는 사소한 여지까지도 철저히 관리하고 예방하면서 살았다. 김섬은 생의 첫 섹스를 그와 치렀다. 처음이어서 고통스러웠다. 그가 콘돔 하나로는 안심할 수 없다며 두 개를 덧씌워 사용해 더욱 아팠는지고 몰랐다. 사사건건 신중하게 예방하며 살던 그는 어이없게도 독감 예방 접종 부작용으로 생을 마쳤다. (-255-)
소설가 임택수의 『김섬과 박혜람』은 제2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소설은 몽환적인 느낌과 수채화로 얼룩져 있는 책의 겉표지가 인상적으로 남아 있으며, 두 주인공 김섬과 박혜람이 마주하는 상처에 대해서, 살펴 보고자 한다
이 소설을 눈물나는 소설이라 말하는 이유는 상처를 주제로 하고 있어서다., 박혜람은 도슨트이고, 김섬은 타투 일을 한다. 상처를 상처로 덮어 주면서, 타투가 주는 위로를 이 소설에서 느낄 수 있으며, 이성애와 동성애가 교차되고 있었다. 육체적인 만남과 정신적인 만남,이 두 가지 모두 다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김섬의 사유,무의식 너머에 존재하는 '‘소나무허리노린재’ 를 살펴보게 만들었다. 성처에 대해서, 도슨트 박혜람은 공공칠을 만나면서 자신의 문제를 '작문 치료'를 통해서, 해결하고자 한다. 일기처럼 자신의 일상을 기록함으로서,나의 상처를 객관화하며,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전재산을 잃었던 수호라는 사람은 헤람과 마주하면서, 파리 시내를 겉돌며, 자신의 불안을 프랑스인 샤를리를 통해 분출하였고, 샤르리의 연인 제롬을 마주하며,자신의 삶을 바꿔 나가고 있었다. 수호가 혜람에게 던진 질문,그 질문은 '죽은 자에게 산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일까?' 였다 .혜람이 이 질문을 꼽씹으면서,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 상처를 응시할 수 있었다.우리 앞에 놓여진 주검은 확실한 상처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