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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4년 5월
평점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도 많이 늦었다.
겨우겨울 살아남은 날.
골목길엔 벌써 호곤한 불빛
스스로 마음 자락을 밟으며 굴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도 여러 차례 비틀거리고
휘청 넘어질 뻔했다.
누군가 등 뒤에서 나를 붙잡아
덜 비틀거리게 해주고
넘어지지 않게 해주고 있었음을
나는 결코 모르지 않는다.
그때 나는 거기서
죽었어야 했는데
그쯤에서 나는 분명
사라지고 말았어야 했는데
구차하게 그러지 못하고
그러지를 못하고
이렇게도 망가진 초라해진 마음
후질러진 마음의 리트머스 시험지
어지할 텐가, 어찌할 텐가.
그래도 가보는 데까지는 가보아야 할 일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
날마다 돌아가는 집이 아닌라
영원의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
집에 가면 어머니 여전히 호롱불 밝히고
나를 기다려 반겨주실 것인가!
어머니, 제가 돌아왔어요.
어머니 생각 많이 잊고 살아서 죄솧해요.
그래요, 잘못 살았어요.
어머니께도 잘해드립지 못해서
그것이 미안해요.
사과부터 해야 할 일이 아니겠나. (-62-)
여행
힘겨운 날들
잠시 버리고
떠날 수 있음에 감사
아름다웠던 날들
그 자리에 남기고
돌아갈 수 있음에 감사
그걸 알게 된
나 자신에게
더욱 감사.(-138-)
우는 것도 힘이다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땅바닥에 조저앉아
울고 싶다고?
세상이
왜 이러느냐고?
왜 나한테만 이러느냐고?
그렇다면 울어라
소리 내어 정말로
어린 아이처럼
큰 소리로 울어라
오는 것도 힘이고 능력이다.
우는 힘으로 부디
씩씩하게 더 잘 살아라. (-157-)
윤슬 앞 1
까닭없이 서러울 때 있지요.
버림 받은 일도 없이 버림받은 것 같은 마음
몸이 아플 때
계절이 바뀔 때
강가에 나가보면 강물 위에
윤슬이 살아날 때지요
강물도 서러운 일 있어
햇빛을 빗보며 눈빛을 반짝이나 보아요
내가 몸이 아프면
말이 없고 조용해진다는 걸 아는 당신
고마워요. 감사해요
당신 그런 마음 염려로 내가 살아요. (-250-)
시인 나태주였다. 그는 1945년 생이며, 총남 서천에서 태어나, 공주사범대학교를 나와,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하교 교장으로 퇴임했다.시인 나태주는 교직에, 43년간 있었지만, 시인으로는 그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교직에는 정년이 있지만, 시인은 정년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나이는 나의 외삼촌 나이와 같았다. 그래서 그의 삶을 통해 외삼촌의 마음을 읽어본다. 상상해본다.광복절에 태어나 해방둥이로 성장함으로서, 새로운 인생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산문집, 그림 책 등 190여권을 쓴 다작 나태주 시인은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을 내려놓고,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시인 나태주는 약해지고 있었다. 마냥 나답게 살수 있을 것 같았던 그가, 2023년부터 자신의 삶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백수白壽를 바라보는 아버지 와 이제 그리워도 볼 수 없는 어머니,여든이지만, 아직 그는 소년으로 남고 싶었다.그리움과 외로움을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간다.
그리움의 끝은 죽음이다. 그 죽음조차도 문학이 될 수 있고,시가 될 수 있고, 산문이 될 수 있다. 시인 나태주는 자신의 모든 것을 시에 내재하고 있었다.생각과 경험이 오롯이 녹여 내리는 그 시적 상상력 안에서,그가 추구하였던 시적인 상상력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 위로하고, 스스로 치유하고자 한다. 소월시 문학상,, 흙의 문학상, 충청남도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등을 수상하였기에 , 삶에 대한 아쉬움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시인 나태주는 울고 있었다. 울고 있지만, 펑펑 울 수 없었다. 소년을 남고 싶었던 그가 아직은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다.아버지가 살아계시기에 그의 인생에 은퇴는 없었다. 단단하게 살아가고, 울고 싶은 마음을 뒤로 미루어 놓았다.그리고 그는 인생 시를 쓰고 있다.그 시집이 바로 집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 있는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