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의 시간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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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달도 희미하다.

나른한 오후에 블라인드를 걷다가 마주친 희미한 낮달을 오래 바라본다. 까만 모니터에 비친 야윈 얼굴 위로 하얀 낮달이 어른거린다.

아직은 기다려야 할 때다. 환한 빛을 발할 때까지 조금 더 차오를 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 나만은 아니다. (-15-)

동산

지독한 수족냉증을 앓는 탓에 손이 따듯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이 겨울, 내 손을 녹이는 건 나보다 더 차가운 손을 지닌 사람이다. 꽝꼬아 얼어붙은 손과 손에 선명한 사랑과 약간의 견딤이 더해지면 마침내 온기가 번지기 시작한다.

얼어붙은 몸과 몸이 엉기면 빙산이 아니라 동산이 된다. (-50-)

분수에 맞지 않는 유난한 삶을 살았다.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 삶, 환대와 경계를 모두 그러 안는 삶, 좁은 엘리베이터 한가운데서 수많은 곁눈질과 침묵의 말을 견디는 삶.겨우 십여초의 시간.

겨우 십여 초의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 누군가의 한 시절이 된다. 한 시절은 한 인생의 좌우명을 바꿔 놓을 수 있다. (-89-)

나를 서운하게 만들던 사람들은 종종 서운하다는 말마저 새치기를 하듯 가로채갔다. (-139-)

책 『낮달의 시간』 은 작가 가랑비메이커의 열 번째 책이름이다. 책 한권 속에 '단상집'을 메인 타이트로 내세우고 있다. 이른 아침에, 우연히 본 달은 산허리에 걸쳐 있었다. 그 낮달을 보면서 흘렀던 눈물이 , 책 한 권을 쓰게 된 이유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많은 것을 놓치며 살아간다. 행복도, 침묵도, 여유도,시간도, 이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여질 때, 우리는 행복한 삶과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며,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어떤 삶인지 성찰할 수 있다.기다리지 않아서, 우리는 후회하는 삶을 살아가며, 후히가 아픔이 되고, 슬픔의 흔적이 되고 있다. 잠시 심호홉을 통해서, 내가 버려야 할 것을 버릴 줄 아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서운하다는 것, 서운하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매려와 존중이 우선되어야 한다. 소중한 것을 놓치며 살아가다가. 머뭇거리다가 ,시간을 놓치고, 관계를 놓치고, 감정을 놓칠 수 있다. 고요한 고독을 글로 옮겨 놓았고, 외로운 슬픔을 글을 통해,즐거움과 아픔을 잠시 멈추게 된다. 고요함 속에, 사랑과 배려가 존재하며, 일상 속의 단상들, 시간의 편린들이 모여서, 우리는 행복한 삶 속에서, 만족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따스한 삶, 즐거움 속에서, 눈물을 머금으면서, 살아갈 때,내 주변에 사람이 하나하나 보이고,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며, 소중한 가치들을 느낄 수 있다. 잎상 속에 의식하지 않으면, 보지 않는 낮달은 우리에게 삶의 틈을 만들고 ,관계의 틈을 만들고, 행복한 관계를 알게 해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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