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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노랑나비
한정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평점 :

외할머니는 예쁜 아기였다. 말간 얼굴로 나만 보면 "우리 예쁜 고은이."하며 웃었다. 아기들 웃음처럼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웃음.누구라도 따라 웃지 않을 수 없는 웃음이었다. 그런데 아기가 된 외할머니는 행동도 아기처럼 예측 불허였다. 사람은 늙으면서 생각도 흐려지고 행동도 흐트러진다고 하던데 우리 외할머니는 그런 일반화의 범주에서 살짝 비켜나 있기도 하다가 어떤 날은 우리 외할머니를 두고 한 말처럼 딱 맞아 떨어지기도 했다. (-16-)
집에오니 요양보호사 이모가 기다렸다는 듯 가방을 들고 나오며 말했다.
"오늘 할머니가 계속 주무시네. 점심 드시고 들어가셨는데 아직도 주무셔."
오양보호사 이모를 보내드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외할머니는 아기처럼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조용히 가방을 놓아두고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놀라 졸아보니 외할머니가 화장실 문을 반쯤 열고 서 있었다. (-55-)
전쟁이 아무리 치열해도 그건 어른들의 일이었고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놀잇감을 찾아 올아. 나는 방공호 속에서 갑갑해하는 동생들을 위해 이런 저런 놀이로 동생들을 잘해야 했어. 작은 자갈돌을 주워와 공기 놀이도 해주고 자투리 실로 실뜨기 놀이를 주로 했지. 칭얼거리는 끝수를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며 재우는 것도 내 몫이었어. (-79-)
피란 간 오빠와 올케가 무사하길! 가족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길! 하루종일 전쟁이 끝나 더 이상 죽거나 다치는 사람 없이 예전처럼 웃고 티격태격 다퉈가며 살 수 있기를 .그러나 함께 수놓으려는 소망은 며칠 더 기다려야 했단다. (-122-)
나는 외할머니에 대해 오래오래 생각했다.
'내가 만약 그때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나도 외할머니처럼 식구들 법 먹을 밥을 지어 방공호로 날랐을까?'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다들 그렇게 살았다니 나도 어쩔 수 없었겠지. (-160-)
요즘 아이들을 전쟁을 직접 경험한 어른들의 말을 잘 이해하기 힘들다. 세상이 좋아졌다는 말과 의식주를 해결하고, 흰쌀 밥을 원없이 먹을 수 있다는 말, 풍족한 삶을 살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편하게 살아간다는 말을 이해하기 어렵고 납득조차 힘들다. 디지털 문명보다 아날로그 문명이 익숙하고, 쉽게 돈을 버는 것보다, 피 땀흘려 돈을 버는 게 더 익숙한 어른들을 보면,아이들은 답답해 하고 있다. 역사적인 메시지를 담은 책 『그 여름 노랑나비』은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책이며,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해 주고 있었다.
외할머니 이선예와 손녀 딸 채고은, 두 사람의 나이차이는 74년이다. 외할머니는 이제 치매로 인해서, 어린이가 되었다.그 곁에 함께 하는 채고은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지금의 외할머니가 아닌, 소녀였던 외할머니의 과거 이야기, 전쟁 이야기다. 전쟁이 터지고, 아이들은 어른들과 미군과 국군에 의해 방공호로 피신했다. 북한 군이 처들어왔고, 그 북한군이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 하지만 , 북한 군들은 괴물이 아니었고, 신출귀몰 도깨비가 아니었다.전쟁 통에서도 아이들은 놀이를 했고, 전쟁에 물자를 공급하였고, 차출되었다. 시신이 뒹굴고, 포탄이 터지고, 사람이 죽어간다. 심각한 상황임에도 심각하지 않은 이유는 아이들은 전쟁 중에도 노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실뜨기,공기놀이, 제가차기,외할머니가 가지고 놀았던 것들이었다. 오빠가 있었고, 포탄 소리에 놀라기도 했다. 방공호에 밥을 해서 ,가져다 놓기도 했다.지금처럼 밥솥이 없었고, 물을 정수기에 서 떠다 마실수도 없었다.그 힘든 순간에도, 견뎠고,이겨내고 살아왔다. 외손녀 고은이가 할머니의 소녀였던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서,자기 상찱과 자기 반성을 하게 된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는 전쟁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피난이 무근 뜻인지 모르고,배고픔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던 전쟁이 나의 이야기가 되는 그 순간, 불행 뿐만 아니라 고통스러운 순간, 전쟁 트라우마를 겪으며 살아야 한다. 미운 건 전쟁이지, 사람이 아니라는 말 속에는 앞으로 우리가 북한과 함께 교류하고,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평화 메시지를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