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제임스 - 문명의 한복판에서 만난 코스모폴리탄 클래식 클라우드 32
김사과 지음 / arte(아르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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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는 생애의 대부분을 런던에서 보냈고, 죽기 직전 영국 국적을 취득하기도 했지만 진짜 영국인이 되지는 못했다. 고정된 정체성처럼 그와 거리가 먼 개념도 없었다. 그가 온 생애를 건 글쓰기를 통해서 갈망한 것은 안락한 소속감이 아닌 광기에 가까운 자유였다. 오직 제국의 수도만이 그런 극단적인 정신적 자유를 개인에게 선사한다. 그곳에서라면 단단히 뿌리내린 정체성 없이 수십 년간 도시의 표면을 표류하는 채로 지내는 것이 가능하다. (-13-)

뉴먼의 완벽한 신붓감을 원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신 같은 신랑감을 마다할 신붓감이 있을 리가 없다. 그는 미국인 답게 순진하고, 개인주의적이며,스스로를 사랑한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매력적인 여자 클레어 드 싱트레다. 그녀는 몰락한 귀족의 후예로서 원치 않은 결혼이 실패로 돌아가 슬픈 나날을 보내고 있다. (-69-)

그는 자신의 세속적 성향을,현실적 성공을 향한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한번은 런던에 온 한 무리의 미국인들이 런던 사교계에서 성공하고자 노력했으나 실패한 또 다른 런던에 사는 미국인들의 흉을 보는 것을 듣고는 몹시 불쾌해하며 이렇게 언급한 적도 있다."사회적 지위는 야망의 목표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헨리 제임스는 파리의 사교계에 속하고자 노력했지만 실패한 그 도시를 떠났고, 런던에서 마침내 사교계 유명인사가 되는데 성공한 뒤 그에 대한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121-)

라이에 정착한 헨리 제임스는 1898년 『나사의 회전 The Turn of the screw』 이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을 발표한다. 초짜 가정교사인 주인공 '나'가 작은 마을 블라이의 대저택에서 겪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묘사한 소설이다. 일인칭시점 소설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작품으로 50대의 제임스가 소설적 테크닉에 있어 완숙기에 들어섰음을 보여 준다. 주제 면에서는 미국과 유럽 사이의 문화충돌을 다룬 '인터내셔널 테마',즉 거대한 세계에 관한 탐구를 잠시 접어두고,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하여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아주 작은 것을-파고들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153-)

결국 다음 해 2월 28일, 저녁 6시경 그는 숨을 거둔다. 그의 곁에는 엘리스 제임스가 있었다. 그녀의 기록 속 헨리제임스가 죽음에 이르는 장면은 기이하게도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공지능 HAL 이 죽음에 이르는 장면과도 비슷하게 느껴진자. 죽음이란 그런 것일까? 혹은 기록이란 모든 것을 끔찍하도록 무정하게 만드는 걸까? (-194-)

헨리 제임스Henry James는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이다. 그는 1843년 4월 15일 미국뉴욕 맨해튼의 워싱턴 플레이스 21번지에서 태어나 1916년 2월 28일 영국 국적을 겨우 얻은 상태에서, 영국 사교계 품안에서 세상을 떠났다. 영국 첼시국교회에서 장례식을 치룬바 있으며, 메리트 훈장을 수여받는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광기어린 자유로운 시선과 관점으로 바라보았던 헨리 제임스가 남긴 저서로 『나사의 회전』이 있으며,대표적인 유령소설이다. 뉴욕의 청교도 문화에 대한 혐오와 환멸을 느꼈던 그가 ,보스턴과 런던, 프랑스 파리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그가 살았던 곳이 곧 헨리 제임스의 정체성의 뿌리가 될 수 있었다.

2017년 소설 『풀이 눕는다』 을 썼던 김사과 작가는 『헨리 제임스 - 문명의 한복판에서 만난 코스모폴리탄 클래식 클라우드 32』를 통해서, 헨리제임스의 문학기행 뿐만 아니라,그가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면서, 걸어온 문학적 기행(奇行·琦行) 까지 살펴 보고 있었다.그의 대표적 『나사의 회전』,『아메리칸』, 『워싱턴 스퀘어』, 『한 여인의 초상』은 프렁스 정체성을 추구하면서, 영국 사교계에 편입하고자 하는 헨리 제임스의 인생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다. 평생 한 장소에서, 어디로 떠나보지 못했던 이들에 비해, 그는 100년 전 미국, 영국, 프랑스를 오가면서, 자신이 추구하였던 인생관 ,가치관에 따라 살아왔으며,그것을 문학적 가치로 완성하였다. 뿌리 없는 차이는 돌멩이와 같은 삶을 살아오면서, 완성된 문학적 광기가 영국 사교계의 새로운 문학 영역으로 인정받으면서,그의 생애를 알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레온 에델은 『헨리제임스의 생애』 를 저술한 바 있다. 그리고 헨리제임스의 형 윌리엄 제임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심리핮가 철학자이며, 대표작으로 『 심리학의 원리』 (아카넷)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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