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에는 도돌이표가 찍혀있지
이소한 지음 / 보노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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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이 나를 헤집는다. 그 틈에 우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차오른다. 어느 날은 짜증이 되기도하고 공허가 되기도 하고 눈물이 되기도 하는 우울이 버거워지면 다 놓아버리고 싶어 지는데,그럴 때마다 엄마를 생각한다.(-20-)

나는 살고 싶어졌다. 끔직했던 순간들을 휘휘 저어 날려 보내고 그저 보통의 날들만 곱씹으며 보통의 오늘에 감사하며 내일의 나를 맞이해야지 살아남아 다행이다. 살아가야지 희망하며 살아내야지 소망했다. (-32-)

토해내고 싶은 감정은 켜켜이 쌓여갔고 나는 곪아갔다. 우울 안에서 살면서 거기에서만 살아갈 수 있으면서도 우울을 벗어던지고 싶었다. 모두 내려놓고 도망가고 싶었다.

살아갈 수 있는 나날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날들에 불행도 우울도 없이 온전한 나로 살아있기를 원했다. 나인채로 살아 숨 쉬고 싶었다. (-70-)

'왜 이렇게 사는 게 고될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욕실을 향했다. 몇 걸음도 되지 않는 그 거리가 ,손을 들어 양치를 하기가 물을 틀고 세수를 하기가 힘겨웠다. 납덩이를 매달아 둔 것처럼온몸이 무겁기만 했다.

'욕심의 무게였을까.우울의 무게였을까.' (-88-)

대한민국은 자살 공화국이다.경제적인 수준에 비해 행복지수가 낮은 곳으로서, 우울한 삶과 불행한 삶으로 채우며 살아간다. 우리 스스로 우울이라는 도돌이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중이다.우울한 삶은 우울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내 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지고, 한강을 건너면,그 한강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죽음이라는 것이 그만큼 가까이 있다는 걸 ,우울한 사람은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간다.

우울은 아프지 않아도 아픈 질병이다.인간이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우울이라는 병이 갑자기 찾아왔다. 언어와 고차원적인 철학을 받아들이면서, 영장류이자 포유류이면서, 동물이 추구하는 본성을 거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허용되는 모든 일들이 인간사회에서는 허용되지 않거나 금지한다. 예컨데, 남을 공격하고, 위해를 가하거나, 폭력적인 행위들 말이다.하지 말라고 하면, 다른 우회적이 방법을 써서,위해를 가한다.남들에겐 모르는, 복수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혀 있는 현대인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도, 우울증과 무관하지 않다. 돌아보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우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오고 있다. 어느 순간 씻겨진 것 같은 우울한 감정이, 갑자기 불현듯 나타날 때가 있다. 그럴 때, 스스로 미쳐 버리는 순간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끔찍하다고 말하게 되고, 나의 아픔을,우울한 감정을 누구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우울은 때로 배신과 혐오, 차별과 왕따의 형태로 나타난다. 죽음이 코앞에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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