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리는 한계가 없다 - 불의의 사고 후 유튜버 CJPARK이 한 발로 굴리는 유쾌한 인생
박찬종 지음 / 현대지성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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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3일 금요일, 오후 5시 40분경.

"퇴근하겠습니다!"

사무실을 나와 1층에 보관해둔 자전거를 끌고 왔다. 딸깍, 클릭을 끼우고 집으로 힘차게 출발했다. (-17-)

나는 화학회사에서연구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해온 일들은 흔히 실험실 연구원의 이미지로 떠오르는, 조그마한 플라스크와 시험관을 기울이며 현상과 원리를 탐구하는 일이 아니었다. 고분자 연구원인 내 일은 작은 실험실 안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그램이 아닌 킬로그램 스케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78-)

퇴원해서 집에 돌아온 다음 날, 나는 주차구역 설치를 건의하기 위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조차도, 아파트에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우리 장애인 주차 칸 하나도 없어요?" 하고 주변에 물은 뒤에야 "없다" 라는 답변을 할 수 있었다. 이후에 전화를 넘겨받은 상급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년에 아파트 부지 한쪽에 불필요한 시설물을 철거하고 주차면 확장을 계획 중이었거든요.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그곳에 설치해드릴 수 있는 건데. 최근에 아파트 내부 수리나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로 예산을 사용하는 바람에 내후년에 예산을 확보해서 설치하게 될 것 같습니다.아무쪼록 그때까지 다른 곳에 주차를 하시고...." (-156-)

새로 받은 자전거에 장착되어 있던 안장이 나와 잘 맞지 않았다. 나중에 숙소에 들어와서 보니 회음부가 까맣게 멍이 들었고, 손가락만한 멍울이 만져졌다. 자전거 안장은 사람마다 취향과 궁합이 달라서 프로 선수의 경우에도 자신이 특별히 선호하는 안장은 떼서 옮겨 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209-)

결혼식 당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와 결혼식장에 도착했다. 영지가 고른 실크 드레스와 하얀 튤립 부케가 정말 잘 어울렸다. 우리 둘 다 긴장을 많이 할 것 같아 결혼식 도핑(?) 용으로 미리 준비해 둔 청심환을 하나씩 나누어 마셨다. (-241-)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큰 불편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두 손과 두 말이 일상생활을 보낸는데 큰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며, 축복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내가 팔이 하나 없거나, 다리가 하나 없다면 대한민국 사회가 축복이 아닌 지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과거에 비해 장애인 복지혜택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지만 ,일반인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어전히 바닥이기 때문이다.

저자 박찬종 연구원도 2021년까지 일반인처럼 살아왔을 것이다. 평범한 연구원으로 살아가면서,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2022년 트럭에 자신의 몸이 깔리면서, 인생이 180도 달라지고 말았다. 자전거로 출퇴근 하다가, 큰 트럭과 충돌하고, 자전거는 사고 처리 후 폐기되고 만다.

지옥은 생각했던 것보다 가까웠다. 일상생활을 살수 있게 해달라고, 의사 선생님에게 간절히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단, 무릅만 살려다라는 간절함만 남아있었다. 사고 이후 뼈에 큰 골절이 새겼으며,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가해자였던 트럭 운전자는 박찬종 연구원이 죽을수 있을 거라는 공포와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다행히 그는 재활을 성공하였고, 한쪽 다리는 절단되었지만, 무릅은 살아있었다. 장애가 내 삶의 한계가 되지 못한다는 걸,그는 보여주고 싶었다. 사고 나기 전 자전거 타는 운동 습관은 버리지 않았고, 왼쪽 다리는 의족 신세를 져야 했지만,그의 삶은 사고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 장애인으로서, 운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불편한 점을 볼 때, 우리가 장애인에 대해 더 배려하고,그들이 생각하는 요구가 특권이 아니라, 일반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자 사회적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하게 장애인 주차 구역이 아닌 주차구역을 넓게 보장하고, 보편화함으로서, 일반인들의 자동차가 주차하는 잃이 사라져야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행복과 희망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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