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레드카펫 네오픽션 ON시리즈 20
김청귤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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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여름이라고 해도 새벽이라 그런지 춥더라고요.제가 자고 일어나서 생리인 거 확인하고 방 안 뒤지다 생리대고 진통제고 없으니까 너무 화나서 그냥 입고 있던 그대로 나왔거든요. 반팔에 반바지.씩씩거리며 걷는데 추우니까 소름 돋고 배는 더 아프고 좆같았어요. (-14-)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마법소녀는 시간이 지나자 정부의 관리 대상이 되었다. 누가 마법소녀로 각성할지도 모르고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예비 마법소녀라는 이름 아래 어릴 때부터 각종 체력 단련을 비롯해 유연성, 민첩성을 기르는 무술을 가르쳤다.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국어, 영어, 수학 같은 건 배우지 못했다. (-44-)

미세먼지 인간은 인간의 3대 욕구인 수면욕, 식욕, 배설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호홉을 하면 미세 먼지 수치를 0으로 떨어뜨리고 숨을 쉬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 신체 일부가 사라져도 호홉을 하면 다시 재생한다. (-79-)

"오늘 오전 10시 35분, 서대전사거리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운전자가 갑자기 미세먼지 인간으로 변이한 것이 원인입니다.변이 때문에 교통사고 수습이 불가능하니 당분간 그 일대를 지나는 시민 여러분께서는 또 다른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서대전사거리 일대의 공기가 일시적으로 아주 좋아졌으니 근처 주민들은 마스크를 벗고 막은 공기를 마시러 산책하러 나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106-)

그런데 브래지어를 착용하자마자 명치가 답답하고 숨도 제대로 못 쉬겠고 체할 것 같았다. 그동안 몸을 조이지 않고 가슴만 가려주는 브라렛을 했는데, 인공 가슴을 달았으니 국가에서 만드는 와이어가 있는 브래지어어를 착용해야만 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와이어가 있는 브래지어를 한 적이 없어서 몸에 가해지는 충격이 더 큰 것 같았다. (-169-)

앨리스는 걸음걸음마다 힘을 싣고 팔도 힘차게 휘줄렀다. 점점 속도가 붙어서 걸음이 빠른 걸음으로, 빠른 걸음이 달리기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손가락 사이를 간지럽혀서 웃음이 저로 나왔다. 지금까지 앨리스가 만난 이들 중에서 진짜 웃는 건 체셔 뿐이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여왕은 행복할까? 어떻게 웃을까? 머릿속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생각들이 앨리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194-)

김청귤 작가는 독특하다. 판타지적인 요소들과 만화적인 캐릭터, 몽환적이면서,몽상가적인 메소드를 소설에 함축하고 있다,그 과정에서,매우 실험적이면서 도발적이기까지 하다.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냉혹하게 바라보고 있으며,사회적 모순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여섯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는 『미드나잇 레드카펫』 도 그러하다. 이 소설은 「한밤의 유혈 사태」, 「마법소녀, 투쟁!」,「이달의 네일」,「서대전네거리역 미세먼지 청정 구역」 , 「찌찌레이저」, 「앨리스 인 원더랜드」 로 구성되어 있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 볼 것은 여성의 사회적 불평등과 미세먼지에 대한 이야기다, 대체적으로 여성은 신체적인 특징으로 인해 브레지어를 차며 살아간다.이러한 문제로 인해 행동에 제약이 가해지고, 사회적 편견과 모순에 갇혀 버리게 된다. 마법 소녀가 등장하고, 생리를 하는 여성이 욕하는 장면 속에는 남성이 이해하기 힘든 여성들이 느끼는 남성 중심사회에서,뱉어내고 싶은 구토와 배설 같은 요소들이다.

1996년 015B의 「신 인류의 사랑」 이 있다. 작가 김청률은 이 소설에서, 독특한 형태의 신인류를 만들어서 ,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미세먼지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신인류가 되어 인간사회에 적응해 나간다면, 어떤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지 상상하였다.미세먼지가 가득한 세상에서, 미세먼지 인간이 등장하여, 미세먼지가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날 때,그 모습을 지켜 보는 평범한 인간의 시선이 느껴진다. 교통사고를 당해도, 미세먼지 인간은 다치지 않는다. 인간의 3대 욕구도 미세먼지에겐 해당되지 않는다.어쩌면 인간이 꿈꾸는 유토피아 세상에 ,미세먼지 같는 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고 말았다. 인간은 얼마든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이한 발명품을 만들어내고, 상품화하기 때문에, 로봇이 등장한 것과 같이,미세먼지 인간과 같은 기능을 하는 개체가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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