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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류귀복 지음 / 지성사 / 2024년 2월
평점 :
24시간 운영되는 치과의 응급 당직 근무는 주로 인턴이 담당한다. 하루 평균 응급환자 수는 두 세명이다. 없는 날도 있고, 다섯 명인 날도 있다. 환자가 많이 따르는 ,일명 '환타' 인턴에 당직인 날은 유독 응급실이 붐빈다. 복불복인 것 같지만 은근 공평하다. 의사에게는 경험이 곧 자산인데 환자를 본 만큼 내공이 쌓인다. 주간에는 외래 진료 열외의 장점 아닌 장점이 있고, 혼자 처리할 수 없을 때 도움받을 사람도 있으니 부담이 작은 편이다. (-19-)
치과에서 검사하는 엑스레이는 방사능이 아니라 방사선이 나온다. 또한 방사선은 방사능와 다르게 촬영 중에만 발생하고 촬영 후에는 즉시 사라진다. 질문에 위와 같은 사실로 답을 할 수도 있지만 나는 환자의 질문에 숨겨진 '이 검사 인체에 해롭지 않나요?'라는 의미에 대해 답변하기로 결정하고, 정보의 전달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집중한다. (-45-)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논어》 에서 공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직장인처럼 나 역시 퇴근 후 업무를 극도로 싫어한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시킬 수는 없다. (-108-)
정확히 무슨 매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발레 덕분에 아내의 매력이 더욱 올라가서 애틋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취미로 발레를 시작한 아내는 처음부터 깊이 빠져들더니 몇 개월 후에는 얼굴에 미소가 늘었고, 말과 행동이 더 다정해졌다. 한두 달 하고 그만둘 것 같았던 아내의 친구마저도 재미있다며 2년째 매달 수강료를 같이 결제하고 있다. (-174-)
정신을 차리고 아이에게 아빠 회사에 가서 사진을 찍어보자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할머니의 걱정 유전자가 손녀에게까지 전달되었는지 평소 즐겁게 이야기하며 사용하던 '아빠 회사'라는 단어를 딸이 기가 막히게 '치과'로 번역하더니 일생을 함께 한 애착 인형을 잃어버린 듯 대성통곡을 한다. 서럽게 울기 시작한 딸의 눈물이 길어지면서 기침까지 동반하니, 습관성 기침이 재발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걱정은 은행 예적금처럼 스스로 몸집을 볼리는 능력까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전략을 수정하여 천장에 매달린 TV에서 나오는 '뽀통령' 이 아이의 혼을 빼앗는 틈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진료하는 소아치과의 문을 두드리기로 한다. (-219-)
류귀복 님은 가톨릭 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치과에서 일하고 있으며,방사선사로 근무하고 있다. 저자는 불교적인 가치관에 따라 살아가고 있지만,종교는 기독교였다. 책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 입니다』에는 치과와 방사선사로서 직업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진정성 있는 에세이 느낌을 얻게 된다.
방사선사를 만나면, 먼저 물어보고 싶은 것이 방사선에 대한 질문이다. 후쿠오염수 배출로 인해 한국인에게느 방사능 트라우마가 있다. 대체로 내가 모르면 공포와 두려움을 느낀다.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내가 겪고 싶지 않은 것이다. 특히 수술이나 진단을 받기 위해서, 방사선 진단기,X-레이,CT,MRI와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 저자는 물론 방사선사로서, 내성적이며, 원칙주의자 답게, 납방어복을 착용하고, 환자를 대하고 있다. 방사선 배출량은 극소량이지만,인체에 무해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의사이면서, 환자이다. 강직성 척추염을 가지고 있으며, 2주에 한변 자가면역치료제 주사를 맞고 있었다. 그리고 딸 바보이기도 하다. 주부 9단에 대한 존경심도 드러내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방사선사가 아니라면, 소소한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에세이라고 불수 있다.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린 딸아이을 키우면서, 취미가 발레인 아내와 행복을 꿈꾸는 평범한 남편이면서 아빠였다,. 에세이를 통해서,자신의 내성적인 성격을 넋두리 하듯 풀어내고 있다.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스트레스를 글을 통해서 풀어볼 수 있다는 것,그것이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삶의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