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일기
경국현 지음 / 부크크(bookk)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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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백혈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였다. 죽는다는 그 감점에 빠져 있을 때, 미안한 사람이 딱 두 명이었다. 나의 달과 아들이었다.이상하게도 아이들만 눈에 아른 거렸다. 아버지로 더 살아주지 못하고 죽는 것이 미안했다. 5 살된 나와 2살 된 여동생을 두고 내 아버지는 뇌종양으로 졸아가시었다. 그분은 나처럼 죽음을 앞두고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을 받아들였을지 궁금했다.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이지만 내 삶에서 늘 그리웠던 분이다. (-5-)

내가 태어났고, 내가 죽어가는 것이라면, 나에게 있어서 시간은 처음과 끝으로 정의된다. 태어날 때 첫 울음으로 시작하였고, 죽음으로 마지막 호홉이 멈추면서 끝이 난다. 시간이 무엇인지 나는 알수 없지만 ,시간은 1차원이다. 일직선의 숫자로 표현한다. 천정이 보인다. 머릿속의 상상을 끄집어 그림을 그려보면서 소름이 돋는다. (-33-)

죽음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였을 때 '혼자'라는 것이 강하게 다가왔다. 그 누구도 나의 죽음을 대신할 수 없는 절대적 '혼자'라는 감정에 빠졌다. 이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그 와중에 혈연 관계에 대한 책임과 의무라는 것이 다가왔다. 늘 그런 부담이 가슴에 있었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왜 그렇게 살아' 그 누구도 그런 짐을 일방적으로 짊어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87-)

돈,일,인간관계,사업, 가족, 명예, 성공, 야망에 나의 감점을 총동원하여 삶을 복잡하게 해석하면서 전반전 살았다. 밤새 고민하고 잠을 뒤척이면서 살았다. 일부러 복잡하게 산 것은 아니었다. 그냥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질척이는 인생이었다. 병들었다. 복잡한 삶을 선택한 대가였다. 구차스럽게 변명은 필요 없다. (-133-)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그림을 그린다. 확실한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면 또 실수하는 것이다. 살면서 실수투성이로 살아온 이유이다.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다. 오늘 즐거운 일로 행복을 느끼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일 절망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인생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내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온갖 노력을 다해도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별짓을 다해도 인생이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172-)

책 『아부지 일기』은 삶과 죽음에 대해 말한다. 오십줄, 지천명이 되어서, 2017년 백혈병에 걸리게 되었고, 항암치료와 수술을 병행하게 된다. 저자는 그 이후 새로운 인생관, 가치관, 삶의 원칙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돈,일,인간관계,사업, 가족, 명예, 성공, 야망,이러한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기본 전제 하에 가능하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 죽음의 시한 선고가 내려질 때는 이러한 가치들이 무기력해지고, 오로지 시간이 제일 소중하다.무한정 존재할 것 같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 내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며, 불안하지만, 막 살지 않게 된다.

좌절, 질병, 슬픔,이러한 것들은 죽음과 긴밀하게 엮여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주어진 인생에 대해서, 수명이 있다. 자신에게 백혈병이 걸리고,다시 재발하던 그 시점에 ,1970년대 , 5살 되던 해 돌아가신 30대 초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 백혈병에 걸렸지만, 지금 당장 죽은다고 해도, 아버지보다 20년 더 오래 살았다는 것에 위로하였다. 백혈병 항암치료, 수술실에서, 무균실에서, 같은 병실에 있던 20대 아가씨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생에 대한 갈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그 죽음을 초월하게 되는 그 순간, 어떠한 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어떠한 불안도 내 것이 되지 않는다.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육신,그 육신의 수명이 조금 더 앞당겨졌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말하고 있는 에세이집 『아부지 일기』을 일게 되면,내일 당장 나 자신이 죽어야 한다면, 어떻게 나의 삶을 정리할 것인지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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