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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평점 :

후안은 온몸으로 아이의 고통을 느꼈다. 말문이 막히는 원시적인 고통, 현기증 나도록 생생한 날것의 고통. 그SMS 탁자를 붙든 채 ,아들과 그 고통으로부터 멀어지려 애써야만 했다. 가스파르는 대답하지 못했고,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곽투라 빵은 절반만 먹은 상태였다. 자신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 그렇게 눈치 없이 들러붙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야만 했다. (-18-)
가스파르의 몸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내가 거부하고 나설 줄은 몰랐을 거야. 나는 당연히 그러겠다고 했었지. 로사리오는 사고가 나기 직전에 이 다툼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했었어. 의식을 할 때마다 나는 극한으로 내몰리고 있었고. 그녀는 거기에 대해 분노했던 거야. 그런데 결국엔 가스파르가 위험에 빠지고 말았어. 이제 그들은 언제 나처럼 그 아이가 메디움이 맞는지 시험해 볼 거야.그리고 이번엔 맞는다는 결과가 나올거야. (-74-)
튜닉은 검은 명주로 되어 있었다. 후안은 알몸에 튜낙이 흘러내리게 걸친 뒤 소매 쪽에 난 두 개의 홈으로 팔을 꺼냈다. 팔은 바깥으로 나와 있어야 했다. 플로렌스임이 분명했다. 후안은 내려가기 전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불필요한 옷차림이었다. (-188-)
가스파르는 첫 여름을 즐겁게 보냈다. 하지만 두 번째 여름의 어느 날 밤,알 수 없는 이율로 아빠에 대한 걱정에 휩싸여 아파트를 벗어나 공중전화로 뛰어갔다. 커다란 알처럼 생긴 둥근 전화 부스 안, 구멍이 숭숭 뚫린 플라스틱에 기대어 여러 차례 집에 전화를 걸었다. 다음 말 밤에도 통화시도는 계속되었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1월이었다. (-269-)
날씨는 추웠고 가벼운 두통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편두통으로까지 번지진 않을 것 같아 그냥 걸어오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약국에 들러 아스피린 한 줄을 구입했다. 요즘은 약발이 덜 받긴 했지만, 의사들과 비키는 이보다 센 약을 먹기엔 아직 어리다고 말리곤 했다. 하지만 아빠는 센 약들을 거리낌 없이 내주었다. (-330-)
가스파르는 체념했다. 얼음, 가만히,깁스는 아냐, 라는 말을 들었다. 아빠가 비에드만 박사에게 이제 가겠다고 하자 그러지 말라고 말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아빠는 언제나 처럼 모든 말을 무시하고 혼자, 아마도 걸어서 돌아갔을 것이었다. (-413-)
가스파르는 큰 아빠에게 쏘아붙이곤 아무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방으로 곧장 뛰어 들어가서는 큰 아빠가 들어오지 못하게 열쇠로 문을 잠갔다. 문을 두드릴 수도 있으니 천장을 보고 누워 헤드폰을 끼웠다. 이전에 넣어놓았던 록밴드 더큐어의 음반이 오디오에 들어 있었다. (-493-)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우리 몫의 밤 1』는 남미 오컬트 호러 소설이라고 말한다. 작가 마리아나 엔리케스 는 1973년 생,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으며,언론학과 사회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하게 된다.문학적 깊이를 소설 문학에 접목하였으며, 이 소설이 아르헨티나 특유의 문화와 역사,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본성과 삶을 함축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후안과 가스파르다. 주술 혹은 죽음, 기사단 이 나오고 있으며, 아빠 후안은 자신의 아들이 자신과 비슷한 운명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며, 기사단 추적을 피하기 위한 묘안을 짜내고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주술이란, 우리의 무당과 비슷한 개념이며,이 소설은 한국에는 거의 없는 게이에 대한 묘사가 적나라하게 나오고 있었다. 물론 아르헨티나 특유의 축구 사람,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들이 뜨거운 해를 숭상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것은 아들 가스파르가 죽은 엄마 로사리오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머리가 아픈 가스파르의 심리적인 변화, 엄마가 존재하지 않고, 그 안에 숨겨진 비밀, 앞으로 후원자가 될 큰 아빠 루이스, 그리고 가스파르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파블로, 팔이 하나 없는 아델라, 비키까지, 공격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가스파르가 살아갈 인생 여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소설에는 한국의 문화적인 요소가 아르헨티나에도 존재한다는 사실, 재단,수호신,마녀 사냥이 기사단과 엮여 있으며, 가스파르가 두통에 시달리면서, 아스피린에 의존하는 그 모습, 한 때 한국보다 더 경제적으로 윤택했던 아르헨티나 사회 풍토를 엿볼 수 있으며, 기사단을 차지하려은 과정에서 숨어있는 음모와 비밀을 파헤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