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우리 삶은 이미 아름다운 것임을
조정희 지음 / 아마존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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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으로 신음하던 그는 결국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생 수은은 절대로 안된다던 동료들의 간곡한 당부를 저버리고 생 수은을 씹어 삼겼다. 생 수은을 씹어 삼키자 기도를 막고 있던 돌가루가 거짓말처럼 녹아내렸다. 찢어질 것 같던 목구멍의 통증도 사라지고 숨통도 트였다. 그 대신 다른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수은의 독기가 그의 온몸에 퍼져 버린 것이다. 그는 그렇게 수은 중독자가 되었다. (-11-)

대들어 매를 부르는 아내였다. 철수는 그렇게 죽이라고 달려드는 영희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던 날도, 몽둥이를 휘둘러 실신시킬 뻔 했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그도 사람이었다. 죽이네 살리네 지랄을 떨어도 다음 날 아침이 되면 후회가 밀려왔다. 이러다가 정말 마누라 잡겠다. 술 끊어야지 큰일 나겠다, 다짐 또 다짐을 했다. 하지만 형들에게 불려가 갖은 타박을 당하며 시달리다 보면, 형이나 형수들 앞에 여전히 각을 세워 꼿꼿한 아내를 보면 아침의 다짐은 허사가 되기 일쑤였다. (-53-)

월남 선생 직산점은 3월 31일자로 영업을 종료합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계좌번호를 알려주시면 3월 분 급료를 정산해 드리겠습니다.

영희는 작성한 문자를 최와 박에게 동시에 전송했다. 그리고 벽에 걸린 달력을 뜯고 매직을 찾은 다음 뜯어낸 달력 뒷면에 '개인사정으로 휴업합니다.'라고 썼다. 스카치테이프를 찾아 달력에 쓴 글씨가 잘 보이도록 출입문 유리에 붙이고 문을 잠갔다. (-149-)

작가 조정희는 1950년대 전후세대 를 온몸으로 겪은 세대였다. 전쟁이 끝나고, 태어났으며, 미군정 지배 하에 있었던 대한민국에서, 배를 곯으며 살아온 그들이다. 배고품과 가난, 봄에 느끼는 굶주림, 일하지 않으면, 흰 쌀밥을 먹을 수 없었던 그 시절을 이겨냈으며, 출생 신고조차 하지 못한 채,어린 아이들이 죽어가야 했던 그 시절이었다. 출생 신고가 늦었던 그 시절, 박정희 군부 독재는 그들에게 새마을 운동을 각인하였으며, 1960년대 경젤르 살리기 위해서, 월남 전쟁이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던 시절이다.결코 아름답지 않았던 그 시절이 현재가 아니 과거로 전환됨으로서,아름답게 느껴진다.

소설 『기억하라 우리 삶은 이미 아름다운 것임을』의 앞부분에는 농약이 등장한다. 눙사를 짓는데 농약이 쓰여지기도 하지만, 제초제는 농촌의 흔하디 흔한 자살도구에 불과했다. 먹고 사는 것이 어려웠던 그 시절, 일을 해도 그것이 전부 농부에게 돌아가지 못했다.지금은 제조체로 자살할수 없도록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었지만, 21세기 초 만하여도, 집안에서, 농약을 마시고 죽은 일이 비일비재했다. 남편 철수와 아내 영희, 그 때 당시 태어난 이들의 흔한 이름이었다. 수은 중독, 술 중독, 철수의 또다른 이름이었다. 영희는 그런 남편을 지극지긋해 했다. 철수는 자신의 과오를 느끼며 살아가지만, 그러메도 불구하고 ,또 술을 마시고 있었다. 후회로 얼룩진 막장 인생,그 인생조차도,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작가의 마음은 , 견디면서 살아온 그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삶의 희노애락에 느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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