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직은 투명한 - 서울시인협회 청년시인상 수상 시집
권덕행 외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순해 빠진 것들은
한 번 깨면
잠들 줄 모른다.
거미 같고
거미줄 같은 것들
옴팡 뒤짚어쓰고
등신같이
웃는다. (-21-) 「가난의 근거」 (권덕행)
얼마나 핥았으면
지구가 이렇게 작아졌을까
일부러 깨물지 않아도
흠 많은 삶이었다.
쪼개지면서도
사람이 사람을 품는다.
달가닥거리면서
지구를 몇 바퀴나 돌았을까
명상 옆에 놓인 알사탕
할머니 맛이 났다. (-42-) 「알사탕」 (김은유)
날카로운 가시가 많다는 건
상처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처 받기 싫다는 것이다.
또 그런 가시를 겉에 내놓는다는 건
상처 죽 싫다는 것이다.
세상 가장 나쁜 사람은
선인장 같지 않은 사람이다.
가시를 제 안에 숨긴 채 상대를 안고 뒹구는
그리하여 결국은 피투성이로 만드는
화려한 비극화 秘棘花 같은 사람
사람의 털도 가시면 어떨까. (-46-) 「선인장」 (김준호)
술독에 빠진 친구 한 놈
20년을 거의 매일
술을 안고 살았겠다.
취해도 술이 들어간다.
음주운전 벌금만 수회 째
그래도 술이 좋단다.
그런 녀석이 딱 한번
마음먹더니 술을 끊었다. (-77-) 「담에 꼭 한잔하자」 (-이용환)
시집 『아직은 투명한』은 64 편의 시로 채워졌다.시인 여덟 명, 각각 8편의 시가 있었고, 공평하게 64 편이 시로 완성하고 있다. 시라는 것에 대한 개념,시인의 역할은 무엇인지 항상 생각해 왔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시인은 그 당연한 것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으며, 인생, 사람을 시에서 , 행간과 자간에 담고자 하였다.
순수하다는 것, 그것이 약아빠진 것과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순수해서, 항상 약자로 남게 되고,가난한 채 방치되고 있었다. 세상은 약아 빠진 이들의 편이 되었고,그것은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지속될거라는 것은 나를 아프게 했다.
선인장에 대한 시, 내 주변에 항상 까칠한 사람이 있다.그들은 까칠한 것 뿐만 아니라, 상처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시인은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본질을 꿰뚫고 있다. 즉, 나와 선인장의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 선인장 가시에 질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선인장 뿐만 아니라, 고슴도치도 마찬가지다. 선인장 같은 사람이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 ,내면 속에 선인장 같은 가시를 품고 있는 사람이 더 위험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그러하다.
눈깔 사탕이라고 했다. 김은유 시인은 「알사탕」 으 통해 추억을 과거에서 현재로 돌려 놓는다. 어릴 적 할아버지 앞에 가면, 할아버지는 언제나 사탕을 손주에게 주었다. 돌이켜 보면 ,노동으로 단련된 투박한 손, 소나무 껍질처럼 울퉁불퉁한 그 손으로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알사탕은 작은 지구였다. 입안에 맴도는 지구는 조금씩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