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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평점 :

불여우였다. 만 원짜리 한 장 쓰는 것도 벌벌 떠는 구두쇠 영감을 어떻게 구슬렸기에 1백만원을 저리 망설임 없이 쏘게 만든 걸까? 저년이 우리 전 재산을 털어먹는 건 시간문제였다, 아니,이미 남편 앞으로 된 재산 상당 부분이 저년에게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하정은 치매에 걸리고 나서 사기라도 당할까 봐 집과 땅 등 재산 대부분을 남편 앞으로 돌려놓았다. (-18-)
지영은 조각상에 온몸을 찔린 채 죽어가며,'고슴고치'와 어우러져 고통스럽게 누워 있는 자신이 하나의 새로운 훌륭한 예술작품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편이 휴가지에서 며칠을 고심한 끝에 겨우 이름 붙였을 터인, 바로 '인생의 무게'라는 이름의 예술작품이. (-69-)
제기랄!
남들이 기피하는 군대를 나는 왜 두 번이나 가려 하는가? 물론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얼마 전 나는 교도소에서 몇 년쯤 썩어야 할 하찮은 비리를 몇 개 저질렀고 또 그 하찮은 비리 때문에 빈털터리가 되었다. 이 시간에도 경찰이 시시각각 포위망을 좁혀 오고 있을 것이다. (-133-)
"무슨 일이지? 구급차와 경찰차가 왔어!"
그제야 익숙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낯설여겨졌다. 나는 더 자고 싶었지만, 경찰차 사이렌 소리를 들은 범죄자처럼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나서 눈을 떴다. 상체를 일으키니 시력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눈에 낯설면서도 익숙한 풍경이 들어왔다. 화려한 벽지의 천장과 은은한 조명, 화장대와 컴퓨터, 작은 냉장고, 작은 테이블과 주변에 아무렇게나 늘어서 있는 술병들. (-201-)
"칼자국을 조사해 봤는데, 부엌칼에 찔린 자국이 아니었습니다. 과도나 잭나이프같이 폭이 더 작은 칼에 찔린 자국이었습니다. 범인은 준비해 온 칼로 김내성 씨를 찌르고 나서 증거를 없애려고 칼을 뽑아 창밖의 바다에 버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누군가가 잭나이프나 어떤 칼을 가지고 있는 걸 보신 분 있습니까?"
사람들이 다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379-)
소설 『완전 부부 범죄』은 여덟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부간에 일어나는 범죄들이 어떤 이유로,어떤 원인에 의해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범죄가 만들어지는지 소설의 형태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부부는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밀한 관계이다.그 친밀함이 친구가 아닌 , 적이 되는 순간, 잔인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었다. 불륜이나, 비리, 유부녀와 유부남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범죄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으며,그것이 돈과 연관된 일들이 대부분이다.
인간은 언젠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잃어버린다.그 것이 돈이 될 수 있고,건강인 경우도 있다. 치매에 걸리게 되면, 내가 가진 것에 대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이 사라질 수 있다. 돈, 보험, 통장이 내 소유에서, 가족 중 누군가의 몫으로 돌아간다 결국 가깝다는 이유로 은폐될 수 있고, 누군가가 의심하지 않으면, 묻혀 버리고 만다. 계획적인 범죄보다, 충동적인 범죄가 대부분이며, 눈앞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로 나타났다.
소설 『완전 부부 범죄』는 인간이 저지르늠 수많은 범죄가 완전한 범죄는 없다는 통념에서 벗어나고 있었다.범죄 없는 마을에서, 평온한 마을에 어떤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그 발생된 범죄는 마을을 발칵 뒤짚어 버린다. 도시 사람들은 어떤 범죄가 나타나도, 그것이 은폐될 수 잇지만, 마을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은폐가 거의 불가능하다. 여성이 저지른 범죄, 인터넷 매체를 이용하여, 발생한 범죄들, 우리가 생각한 가까운 부부 간에 일어나는 범죄는 다양하게 일어날 수 있고,그것이 우리 사회를 바꿔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