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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교시 인성 영역 ㅣ 스피리투스 청소년문학 2
김송은 지음 / 스피리투스 / 2024년 1월
평점 :

살아있는 남자는 흔적을 남긴다. 약간의 관찰력만 있으면 그 흔적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오늘처럼 재활용 쓰레기가 반출되는 날이면 더 많은 단서가 쏟아져 나왔다. 종량제 봉투 속에 꽁꽁 묶인 페기물에 비해, 재활용품은 아직 다하지 않은 제 쓸모를 호소하듯 맨몸 그대로 거리에 버려진다. 거기에는 조금 전까지 그 사물과 동거했던 거주자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40-)
엄마는 이런 예원을 혐오했다. 예원을 싫어한 건지, 예원의 비대한 모믈 경멸하는 건지, 아니면 놀라울 정도로 아빠를 닮은 예원의 외모를 증오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안방 드레스룸에는 스팽글이 화려한 연주복에 걸려 있다. 스물 다섯 살, 음악 하느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무대에서 엄마는 그때 그 옷을 입고 첼로를 연주했다. (-87-)
서연은 작은 방을 뒤져 빈 액자를 찾아왔다. 프로 넝마주이의 집에 액자 정도는 껌이지. 딱 맞는 프레임에 그림을 끼운 뒤, 네임펜을 가져와 유리에 적어 넣었다. 가족 사진, 서연은 침대에 누웠을 때, 시선이 끝나는 지점을 찾아 액자를 걸었다. 자기 저네도 , 아침에 일어나서도 절로 눈길이 닿을 수 있는 위치. (-139-)
다음 말 아침, 아빠는 큰 캐리어에 짐을 꾸렸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하라는 아빠는 당분간 출장이라는 뻔한 거짓말를 했다. 예원도 이 집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181-)
추적자에 대해서라면 다들 관심이 지대했다. 성인 인증을 통과하기 전까지 원론적으로 미성인은 누구나 추적자의 타깃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 단조롭던 일상이 갑자기 서스펜스 가득한 호러물로 변신했다. 숨어 지내던 이웃을 미성인이 사라질 때마다 괴괴한 소문은 삽시간에 하살 교에 번졌다. 직접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과장된 추측만 난무했다. 반항하는 자는 4구역 행이 아니라 저승행 열차를 타게 된다는 것은 이미 정서로 굳어질 지경이었다. (-241-)
소설 『6교시 인성 영역』은 어른과 미성인으로 구분하고 있는 미래의 또다른 사회를 엿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지구에서 태어나 미성년이 되어, 어느 기준을 넘어서면, 성인의 자격을 주는 것과 달리, 미래는 성인이 되는 것, 미성인으로 남는 것은 시험을 쳐서 결과에 의해 분리될 수 있음을 , 작가 김송은은 『6교시 인성 영역』에서 ,미래 또한 물확실하고, 불안한 사회가 될 개연성이 있다고 보았다.
지구는 인간의 활동에 의해, 점점 더 황폐해지고 있었으며, 인간이 남긴 흔적은 지구 쓰레기로 남아 있었다. 19세가 되면, 시험믈 치게 되는데, 그 시험은 두가지 종류다. 국영수처럼, 지식을 묻는 시험이 있으며, 인성을 점수로 매기는 시험이 있었다. 통상적으로 지식을 묻는 시험은 정확한 답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노력에 따라서, 원하는 점수를 얻을 수 있다. 6교시 인성 영역은 그렇지 못하다. 1~5교시까지 시험을 잘 친다 하더라도, 6교시 인성 영역을 망친다면, 19살이 된 미성인의 운명이 바뀌기 때문이다. 소설에서,인성영역을 채점하는 것은 인간이 아닌,AI 인공지능에 의해서다. 주관식으로 풀 수 있는 인성 영역에서, 기준치를 넘지 못하면, 앞에서 풀었던 다섯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다 하더라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강조 하는 인성 교육이 미래에는 생존과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또다른 성격을 가진 시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지구에 살것인가,지구를 강제로 떠날 것인가, 결정한다는 스토리,자괴감과 슬픔이 물밀듯 밀려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