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의 마을 걷는사람 소설집 12
이정임 지음 / 걷는사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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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칫국 사이소-, 재칫국, 뜨끈뜨끈한 손두부도 있습니다.'촌두부' 가 적힌 파란색 다마스일 것이다. 직접 보지 않아도 머릿ㅅ속에 흐르는 장면들. 목욕탕이나 공원에 다녀오는 노인들은 길에서 마주친 누군가와 싸우듯 이야기를 나눈다. 거가 싸더라, 파이더라, 내나 거기, 그런 말이 사랑은 야속하지만 재첩국은 사달라는 말과 섞여 돌림노래처럼 울린다. (-130-)

멀어졌다. 민박 가능, wifi 완비, 튜브 대여 등 알록달록한 간판들이 요란했다. 놀아도 된다는 실감이 났다. 나는 기대에 찬 나머지 대학 시절 유행했던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나문희 여사처럼 코에 힘을 넣고 물었다. (-83-)

미정이 말하자 경선이 정리했다.

"설탕을 녹여서 달고나 아니, 똥과자를 만드는 행위를 쪽자라고 부르고, 똥과자에 틀을 찍고 그 틀 모양대로 뽑아내는 과정을 뽑기라고 불렀지. 떼어낸 모양에 따라 뽑기의 성공, 실패가 판가름되고."

미정은 뽑기만 해 보고 직접 쪽자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129-)

연기 할머니의 화출이가 또 시작됐다. 날이 갈수록 할머니의 출현이 점점 더 잦아들고 있었다. 요즘은 연가로 인한 고생담에 이어 자신의 이력을 함께 쏟아내고 있었다. 목소리는 빗소리에 묻혀서 평소보다 작게 들렸지만 분명 크게 내지르고 있었다. (-189-)

1991년 오월,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금요일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학교에서 어린이날 기념 봄 운동회를 벌였다. 학교에서 어린이날 기념 봄 운동회를 벌였다. 나라 곳곳에서 노태우 정권을 규탄하는 데모가 벌어지고, 젊은 사람들이 죽어 가기 시작했지만, 어린이들은 그런 것은 모른 채로 어린이날을 즐겼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249-)

세탁소 맞은편 가게에 만하방을 개업한 아줌마는 나와 동갑인 딸을 데리고 살았다. 그 집 딸이 우리는 아빠가 싫어서 도망 나온 거라고 내게 말했다. 하지만 그 도망은 금세 끝났는데 딸의 아빠로 짐작되는 사내가 만화방에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가게 안에서 팔던 어묵 냄비와 연탄 화덕이 길에 던져지고 아줌마는 사내를 피해 오르막길을 달렸지만 결국 잡혔다. (-263-)

이정임 작가의 『도망자의 마을』 는 『손잡고 허밍』 에 이은 두 번째 소설이다. 1990년대 우리의 삶을 이해하고, 잊혀진 과거 속에서, 사라진 기억들을 회상하도록 돕고 있었다. 소설 『도망자의 마을』 은 일곱 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 이 가난한 서민들의 삶, 1991년 방영되었던 사랑이 뭐길래, 어린 시절 굿것질거리로 즐겼던 뽑기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들은 가난했지만, 불행하지 않았다. 내 것을 나누어 먹었던 정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공중전화에서 줄을 서서 전화를 했던 기억들이 있었다. 노태우 정권 당시 , 데모도 끊임없이 있었으며,지금보다 더 위험한 세상 속에 살아왔지만, 지금이 더 위태로운 삶으로 기억되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소설 속에서 힌트를 찾게 된다.

주말 드라마 『사랑이 뭐질래』, 『젊은이의 양지』, 『첫사랑』 한편이 시작되면, 사람들의 왕래가 끊어진다. 광고 회사,방송사가 드라마 하나로 먹고 살 수 있었기에 가능하다. 자신의 부족한 것이 있어도, 어떤 일로 인ㅁ해 모든 것이 물거품 되었던 순간에도,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다 하더라도,그대는 피신할 수 있었고,도망다닐 수 있었다. 인간에 대한 예의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은 무시무시한 폭력도 만연되어 있었던 그 시대를 긍정하게 되는 이유도 , 내 옆에 이웃이 있었고,그들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존재했다.

과거에서 향수를 느끼며 살아가는 위들에게, 지금 놓칠 수 없는 것들, 20세기에 태어나 , 21세길,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지금 사회에서 회복해야 할 가치들이 무엇인지 책에선 열곱 편의 단편소설에서, 일곱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지금보다 암담했던 그 시절을 긍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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