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속 이 공간을 유지할 운명이었나 봐요
채도운 지음 / 지베르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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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서울 말씨를 쓰게 된 계기는 학력에 대한 열등감 때문이었던 듯 하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난 공부를 빼어나게 잘한 건 아니었고, 그렇다고 못한 것도 아니었다. 나름 성적이 좋아 이화여대, 서강대 등에 면접하러 가곤했다. 하지만 지방에 살았던 내게 면접은 정말이지 낯선 절차였다. (-22-)

아빠와 함께 TV 를 보면, 주로 무협영화를 보곤 했는데, <엽문> 의 견자단 <도신> 의 주윤발,<취권>의 성룡이 모두 아빠처럼 보였다. 가만 보면 닮은 구석도 꽤 많다. 그래, 아빠란 존재는 정말 한없이 커 보이고, 멋지고, 자랑스럽고 , 또 우러러보게 되는 것만 같다. (-62-)

그러니까 , 1만원짜리 책을 가져와서 2,000~3,000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이다. 한 달에 몇 권의 책을 팔 수 있을까? 책 100권을 팔면 20~30만원의 이익을 얻는데, 과연 한 달에 100권을 팔 수 있을까?나오는 수익금으로 월세, 전기세, 소득세 등 각종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내게 돌아오는 인건비는 과연 있을까? (-135-)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삶을 살아내는 하나의 방법을 배운다. 그외에도 남편의 인사이동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진주로 와서 외로움을 많이 타는 한 손님의 이야기.성적 때문에 울고 불고하는 중학생 손님들, 사랑이 최대의 고민인 청년 손님 등등, 수많은 손님의 이야기들을 마음으로 듣는다. 그리고 그네들의 인생이 담긴 한 권의 책을 내 마음속 도서관에 보관해 둔다. (-174-)

사랑방은 따스하다. 사람이 모여들고, 함께 행복과 인생을 논하는 곳이다.사랑방에 군불을 때워서, 군고구마 , 감자, 돼지고기를 나누머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을 넘어서서, 함께 행복과 삶을 공유한다는 것을 뜻한다.

에세이 『나는 계속 이 공간을 유지할 운명이었나 봐요』는 진주에서, 까페 & 서점 보틀북스를 운영하고 있는 채도운 작가의 에세이집이며, 서점과 까페를 운영하는 작은 독립서점의 주인장이기도 하다. 하루 하루 풀칠하기 힘든 서점 하나 운영하다 보니, 흑자보다 적자가 나기 쉬운 경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독립서점은 그런 곳이며,남편의 도움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필자는 자신을 애매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대체로 정착해서 한곳에 머무르며 살아오지 않았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로 인해 ,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 했으며, 말투에 그것이 배여 있었다. 서울 말씨를 습득하게 된 것은 자신의 열등감 뿐만 아니라,서울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내면 속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다. 삶에 있어서, 스스로 애매한 위치에 놓여질 때가많았다.

즉 애매하다는 것은 ,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규정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이며, 그의 삶이 단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거다. 그런 사람은 어디에 발 붙이기가 함들 수 있고, 겉도는 삶을 살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보틀북스의 정체에 대해 알 수 있다. 서점은 동네 사랑방이며, 책을 파는 것을 넘어서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용의 작업실이다. 부동산 이야기, 학교 문제, 성적, 친구나 가족 문제들이 이 곳에서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성공이라는 것이 어떤 하나로 규정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남편의 말 한마디로 자신의 미안함과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접어야 했던 책방을 운영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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