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청색지시선 7
이어진 지음 / 청색종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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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를 심은 건가 내 몸에서 흔들리는 나뭇가지,우아한 풀들이 자라나는 공중의 들판 너는 길고 나는 아름다워 꼬리에서 자꾸만 긴 뱀이 자랐네 팔에선 좁은 들길이 자랐네 내가 걸어간 발자국을 달빛 내려앉은 공중이라고 해줘 나에게 와주었을 때의 저녁,나무가 흔들리는 들판에서의 만남 별들이 고요해지면 우리는 긴 혀를 뻗어 서로의 입술을 훔쳤네 관자놀이에서 흘러내리던 별 그날 이후 나는 공중의 바람처럼 밤하늘에서 빛났지 별이 되어 반짝이다가 나는 나를 데리고 먼 여행을 떠났지 별이 온몸 가득 흔들리기도 천 개의 나뭇가지로 내 마음 속에서 흔들리기도 (-15-)

「잠의 나뭇가지 」

검은 피아노 한 대 바닷가에 앉아 있네 파도는 피아노 발목을 감으며 흘러가고,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도 눈 꼭 감고 말해 주지 않고 나의 손가락은 도마뱀처럼 바닷속으로 달아난다 너는 멀리서 나의 손가락을 바라보고 있고 뛰어들고 싶은 도마뱀 , 사랑을 할 때 우리는 한 음악이었을까 손가락에 파도가 흘러넘친다 바다는 파도를 사랑하고 단풍은 단풍을 사랑하는 법, 나는 몸을 둥글게 말고 커다란 피아노에 몸을 싣고 바다 위에 떠 있듯이 구름이듯이 흘러간다.

하얀 건반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112-) 「검은 피아노의 흰 파도」

시인은 시를 통해서,자신을 증명하고, 스스로 존재감을 내뿜었다. 사랑도, 마음도, 이해도,공감도 시로 표현될 수 있다. 정제된 언어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다가, 스스로 언어의 마술사를 꿈꾸며 살아가는 이들이다.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마음 속 깊은 것을 드러내기 위해 애를 쓰는 이들이기에, 삶을 관찰하고,나를 관찰하며, 자연와 인간을 엮어서, 세상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이들이다. 시인 이어진도 시인의 자아와 세상을 엮기 위해서 태어났으며, 두 편의 시집 『

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를 써낸바 있다.

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은 독특한 제목이 인상적이다. 마치 어린 유아들이 즐겨 듣는 동요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만들어진 시적 상상력은 어른이 되어서, 몽환적인 시를 잉태하고 있다. 지구라는 존재, 인간이라는 존재는 ,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그 자체라고 말하고 있다.

시인 이어지은 사물과 사물을 이어간다. 사물과 사람을 이어내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 인간의 마음을 지구 자연과 연결하는 그 짜임새가 돋보였으며, 바닷가 파도를 피아노 건반으로 상징하였고,은유와 직유로 시를 한줄 한줄 채워 나간다. 칠흑같은 어둠 속 피어나는 하얀 파도, 그리고 칠흑과 파도가 만들어내는 클래식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고유한 자연이 만들어내는 음악이다. 시 「검은 피아노의 흰 파도」 에서 , 나의 존재와 나의 희소성, 그것은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며, 그것을 누군가 인정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스스로 돋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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