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탈출기
백지영 지음 / 알렙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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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책상 위의 컵을 들고 슬쩍 탕비실 문을 열었다. 포트에 물을 끓이고 모카골드 한 봉지를 뜯어 컵에 쏟았다,. 뜨거운 물을 넣으니 달콤한 향기가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역시 커피는 믹스가 최고다. 빼빼로 과자도 하나 뜯어 입에 물었다.여직원들은 믹스는 살이 찐다며 손도 대지 않았다. 다들 손에 커피 전문점 로고가 박힌 컵을 들고 있었다. 탕비실을 나오자 달콤하 모카골드 향기는 원두커피 향에 아쉽게도 묻히고 말았다. (-13-)



아침부터 면박만 당한 오빠는 입이 댓발은 나와서 학교로 갔다.

학교엔 야구 잠바를 입고 오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대전이 홈이었던 OB가 서울로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원래 서울 팀이었던 청룡 팬들은 어린이 회원에 등록해 보란 듯 잠바를 맞춰 입고 다녔다., 그래서 오빠에게도 청룡 잠바가 필요했다. 오빠는 진정한 서울 팀은 청룡 뿐이라고 했다. (-83-)



"나, 대학갈래!"

내 말에 오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방을 들어갔다. 취했으면 들어가 자라, 아빠도 헛기침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식구들이 잘 못 알아들었구나 싶어, 나는 힘껏 손을 뻗으며 한 번 더 소리쳤다. (-139-)



"잘못은 당신이 하고 왜 나한테 이래요?"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점심을 먹고 탕비실로 향할 때였다. 어딘가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팀장 방 앞에 우리 부서는 물론 다른 부서 사람들까지 모여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인지 사람들 틈에 끼어 팀장 방을 들여다봤다. 우리 너머에 아라가 보였다. 아라는 독기가 가득한 얼굴로 팀장을 쏘아보고 있었다. (-219-)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다.핸드폰을 손에 쥘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눈 딱 감고 지워버릴 까 하다가도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핸드폰의 사진이 아라에게 조금은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면 회사에서 나도 미운털이 박힐 게 뻔했다. 아라가 아니면 내가 지방으로 가야 할지도 몰랐다.아니 아예 잘릴지도. (-244-)



소설 『하우스푸어 탈출기』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를 아우르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과거에 비해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해서, 하루 하루 빈곤한 삶은 어느 정도 벗어난 상태다. 절대적 빈곤에서는 벗어난 상태지만, 상대적 빈곤은 여전한 상태였다. 갑질 과 을이 존재하며,그것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곳에 현존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우리 스스로 하우스푸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집에대한 애착과 집착이 사회 전체의 중요한 화두가 된지 오래돼었다. 



소설 『하우스푸어 탈출기』은 1980년대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달동제가 존재하고,여전히 개발도상국인 대한민국의 사회구조를 보여주고 이썼다. LG 트윈스의 전신, MBC 청룡이 있으며, 장국영에 대한 추억도 있었다. 여자가 공부해서 무엇하냐고 타박하던 시절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스스로 삶의 족쇄가 되어, 개미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하우스푸어 탈출기』 주인공 붕다미는 그렇지 않았다 .1억을 모아서, 하우스 푸어에 벗어나, 내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세입자에서 벗어나, 월세를 받을 수 있는 건물주가 된 셈이다.



작가 백지영은 봉다미를 통해서,내 생각을 180도 뒤짚어 버리게 한다. 내 집을 가지게 되어서, 세입자가 주는 월세를 따박 따박 받으면서 살아간다면,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힘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통념을 깨트리고 있었다. 세입자가 도리어 봉다미에게 월세를 받고 싶다면 직접 찾아오라고 한다. 울이 갑질을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내 집을 겨우 가지게 되었지만, 삶은 편해지지 않았다. 세입자도 마찬가지이지만, 건물주의 입장도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또다른 주인공 조아라가 나오는데,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조아라가,어느 순간, 팀장에게 모난돌이 되고 말았다.잘못은 팀장이 해놓고는 피해자인 조아라가 하루 아침에 가해자가 되고 만 상황이다. 회사 내에 보이지 않은 따돌림과 관행이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조아라, 봉다미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힘든 사회구조를 간직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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