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도서관 - 사색하는 머무름, 머무르는 사색들
정강현 지음 / 인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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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사실 이날 회견에서 내 마음을 무너뜨린 건 이 군더더기 없는 유언이 아니었다. 이상화는 자신이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상세히 설명했는데, 나는 이 대목에서 조금 울컥했다."다음 목표를 생각하고 더 달리려 했지만 무릎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31-)

공감한다는 것은 함께 마음을 교류하는 일이다. 마음의 전류가 내 쪽에서 당신 쪽으로 , 당신 쪽에서 내 쪽으로 흘러갈 때 우리는 공감의 전원 버튼을 기꺼이 누를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일방적으로 그 전류를 흘릴 뿐, 상대에게서 건너오는 마음의 전류는 닥치는 대로 차단해 버리는 '악성'정치가였다. 그러니까 그는 공무를 수행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차라리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악명 높은 '셀럽'에 불과했다. (-87-)

설렘은 꿈의 마음이다. 설렌다는 건 당신이 이제 막 꿈의 시동을 걸었다는 뜻이다. 가슴 한 켠에서 쿵쿵 설렘의 소음이 들렸다면, 당신은 이제 막 꿈의 기슭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다. 설렘이란, 그러므로 모든 꿈의 신호탄이다. 살면서 숱한 꿈을 품어왔다. 어린 시절 장래 희망부터 시작해 근사한 직업인이 되고 싶다는 꿈, 그리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꿈에 이르기까지, 꿈을 꾸는 건 언제라도 설레는 일이었다. (-137-)

소설 『순수 박물관』이 활자로 만들어진 세계하면, 이스탄불 시내에 문을 연 박물관은 공간과 사물로 창조된 소설처럼 보였다. 7월 하순이었고 ,이스탄불은 낮 최고기온이 38도를 넘나들 정도로 무더웠다. 순수 박물관이 있는 이스탄불 추쿠르주마 거리는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이 뿌려놓은 물로 축축했다. 입구에는 1445년 세워진 대중 목욕탕이 있었는데, 이 목욕탕은 600 년 가까이 이 거리에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160-)

호젓함이란 외로움의 복수형이다.상대를 상정하지 않고서도 우리는 종종 나 홀로 외로울 수 있지만, 오직 누군가를 가져본 사람만이 호젓함을 안다. 하나였던 마음이 둘로 쪼개져서 홀로 남겨질 때 ,우리는 호젓함의 기슭에 다다른다. 누군가 떠나버린 텅 빈 자리에서 ,호젓함은 복수형의 외로움으로 내려앉아 마음을 더 크게 짓누른다.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하는 것이 생의 법칙이라면 , 삶이란 결국 끝없이 이어지는 호젓함의 서사인지도 모르겠다. (-204-)

갓 정치부에 배치됐을 때 가장 의아했던 부분이 정치인이라는 직업 정체성 그 자체였다. 국회의원 대다수는 빼어난 학력에 경력도 눈부신데, 무슨 이유에선지 정치판에만 들어오면 평균 이하의 지성으로 수직 낙하하는 걸까. 사적인 자리에선 지극히 상식적이고 선량한 사람들조차 국회에 입성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뚤어진 마음 상태로 뒤바뀌는 건 왜일까.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평균 재산이 수십억 대인 국회의원들이 선거철만 되면 너도나도 서민이라고 주장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명백한 거짓말이었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낯 두껍게 서민 코스프레를 했다. (-241-)

정치부기자 생활을 오래하였던 정강현 기자의 산문집 『감정도서관』은 서른 가지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 '머뭇거리다' 에서'애끊다' 로 끝나고 있으며,작가의'시큰거리다'에는,우리의 삶 속의 희노애락과, 인생관, 생활관,가치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30가지 감정에서 눈에 들어왔던 감정은 '시큰거리다','공감하다','순수하다','설레다','호젓하다'이다. 우리는 살아보면, 시큰거릴 때가 있다. 시큰 거린다는 것은 멈출 때가 되었다는 것이기도 하며, 마음이 시큰거릴 때, 내 삶을 돌아보게 해주는 감정이다. 작가는 동계스포츠 선수 이상화의 은퇴 이야기에서,'시큰거리다'를 주워 담고 있었다.. 도전하고 싶었고, 무언가 하고 싶었던 이상화는 갑자기 홀연히 은퇴를 선언하였다. 이런 모습은 이상화 뿐만 아니었다. 2002년 포르투갈 결승골 주인공 박지성 선수 또한 비슷하였기 때문이다.

공감하다는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감정이다. 부족하고, 실수가 많아도,우리는 사람을 버릴 수 없다. 공감이라는 단어가 그것을 판단하고,결겅하고,경계를 짓는 단어이면서,인간의 고유한 감정이다. 그리고 공감하지 않은 사람을 경계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나를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공감하지 않은 정치인이다.그런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고, 4년뒤 새로운 정치인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그가 왜 대통령 감이 안 되는지, 저거 정강현의 정치적 시선에 따라서 읽을 수 있다.

'셀렌다'는 나의 꿈과 연결되고 잇다. 일에 대해 설레일 수 있고, 사람에 대해서 설레일 수 있다. 무언가에 설레인다는 것은 멈출 수 없다는 말의 다른 의미였다. 공감이라는 감정 만큼 설레임이라는 감정 또한 인간미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감정이며,위에게 꼭 필요한 생존 도구이기도 하다.

정치인의 본질을 '비뚤다'에 빗대어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감정은 마음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돈이 많고, 학력이 높은 정치인은 정치를 할 때면 아수라처럼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비뚤어진 심성이 정치인의 본모습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아쉬울 것 없는 기업인으로 살아온 이가 정치인으로 바뀌자 마자 그의 비뚤어진 모습은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나기도 하였고, 얼굴이 일그러진 채 노출되는 모습이 불편하게 생각된다.

이 책의 마지막은 '애끊다'로 끝나고 있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소회를 적어 놓고 있었으며, 일흔 여덟, 가난한 삶으로 시작해서,가난한 삶으로 끝난 한 남자의 삶에 대한 애끊은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우리 삶 속에 채워질 수 없는 슬픔으로 채워지는 눈물 한방울을 부정(父情)과 '애끊다'에 함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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