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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의 직관주의자 -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 디자인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평점 :
이러한 증강현실 기술을 차에 탑재하기 위해 누군가는 '상상'을 '상자'에 담아야 한다. 증강현실 기술을 탑재하면 증가하는 공기저항 때문에 차의 주행거리가 줄어들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게다가 이 기술 때문에 자동차의 형태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 모두가 원하는 스포티한 생김새를 포기하고 마치 버스처럼 짧은 보닛을 달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증강현실 기술이 탑재된 차량은 더이상 판매하고 싶지 않다는 자동차 매장이 속출하고 있다는데, 어찌된 일일까. 증강현실 기술의 유무가 차량 판매와 무슨 상관인지 궁금하겠지만 어쨌든 사실이다. (-22-)
반면 지혜는 목적이 없으며 그럼으로써 또다른 질문을 일으킨다. 지혜를 얻기 위한 뚜렷한 질문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뚜렷한 질문이 없으니 정답이 없다. 그런데 정답이 없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질문의 주체인 나는 용기를 얻는다. (-72-)
그렇다면 왜 우리는 단순해져야 하는가?
첫째는 단순함은 개인의 취향을 떠나 모두가 멈추게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쉴 곳인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기술과 사물들을 쏟아지니 우리 주변에는 여백을 찾는 일과 사물의 고유성 등이 존재감을 가지는 일이 어려워졌다. 아무 의미 없는 사물이 눈앞에 있더라도 사물의 존재에 뭔가 기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사물을 보며 사물을 관조하는 일은 없어진지 오래다. 일종의 기술 강박이다. (-135-)
창의적인 일, 문제를 해결하는 일인 디자인에서도 아는 것들이 때론 새로운 생각을 방해한다. 지나치게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생각의 유연함이 떨어지는 것 또한 바로 이러한 이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안다는 것은 그만큼 해다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많히 알고 있다는 뜻이다. (-210-)
그뿐만이 아니다. 자연이 수용할 수 있는 영역을 타로 베듯 관통하는 도로가 지도를 채우기 시작하며 도시의 자연스럽던 가로수가 개발이라느 명분으로 처참히 베어져 나갔다. 그렇게 뒤엉킨 도로 위에는 자연을 회복하자며 전기차가 등장했다. 전기차가 등장하기 이전엔 최소한 자동차와 걷는 사람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비율이 어느 정도 균혀을 이루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무분별하게 등장한 전동스쿠터는 멀쩡한 두 다리를 대신하려고 한다. 더 빨리 가겠다고 자전거 페달 앞에 굳이 전동모터를 단다. 가로수를 ㄷ지나치며 매일 건강함을 얻던 자전거 마저 '빠름'에게 그 본질을 약탈당하고 있다. (-270-)
지혜와 이성으로 가득찬 세상에 살고 있다. 지식은 텍스트에 의존하면서, 강요된 기술, 강요된 정답에 따라 살아간다. 다양함이 사라지고, 차별과 혐오, 배타적인 모습이 우리 세상을 채워 나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상'을 '현실' 로 바꿀 수 있는 디자인 사고이며,디자인 사고는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의 도구다.
지식은 정답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 지혜는 사람마다 각자 다르다. 경험과 체험이 다루고 살아오면서, 보고,듣고,느끼고 생각한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성주의자보다,직관주의자가 되는 것, 첫 시작은 그림그리기, 낙서하기에서 시작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고,창의적인 씨앗으로, 내 삶을 바꿀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기술들을 활용하려면, 상상이 우선이다. 나의 상상을 현실적인 상자로 전환하기 위해서, 나의 직감 훈련이 필요하다. 세상을 낯설게 보고,그 낯설음을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함만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할 수 있고,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무엇보다 단순함이 지속성을 추구하고, 우리가 원하는 생존기술을 디자인적 사고에서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상상하기 위해서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인내심을 가지고 ,내가 보고자 하는 대상과 거리를 둘 수 있을 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얻는다. 디자인이 예술과 다른 이유, 디자인은 인간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고, 욕구와 욕망을 얻는다. 예술은 실용성이 베재된 채, 가치와 개인의 희소성을 추구한다. 즉 디자이너는 밥 굶어 죽지 않지만, 예술가는 희소성을 자신의 최우선 가치이기 때문에,그로 인해 굶어 죽을 수 있다. 평생 그림 한점 밖에 팔지 못했던 압생트를 즐겨 마신 반 고흐가 대표적인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