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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독백 - 서경희 소설집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3년 12월
평점 :
"황진미, 처음부터 끝까지 기울여서 찍는 영화가 어딨니? 오블리크 앵글 함부러 쓰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이따위로 할 거면 영화 때려치워. 집안도 어렵다면서 일찌감치 정신 차리고 돈이나 벌어." (-13-)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몸이 떨렸다. 큰 추위는 가셨다지만 난방을 끄기에는 아직 추웠다. 나는 전기장판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내 발바닥이 엄마의 허벅지에 닿았다. 엄마는 차갑다며 또 짜증을 냈다. 만성탈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45-)
은아슈퍼에서 종이컵과 초를 샀다. 라이터는 주머니에 있었다. 콜라도 한 병 샀다. 삼촌이 준 만 원을주인에게 건넸다. 주인이 6,500원을 거슬러 주었다. 콜라를 마시면서 해변을 향해 걸었다. 할머니는 휴지를 받겠다고 이른 저녁을 먹고 해변으로 나갔다. (-97-)
여자에게 쉰이란 숫자는 권태를 의미했다. 아이들은 더 이상 날 필요로 하지 않았고 남편은 타인과 다를 바 없었다. SNS 에서 내 삶을 근사하게 포장하는 일도, 프티성형에도 이력이 났다. 나는 자신에게마저 무신경한 상태였다. 수영을 마치고 나온 샤워장에서 권태의 이유를 깨달았다. 지은의 나체를 보게 된 것이다. 말라 비틀어진 줄 알았던 열정이 깨어나는 걸 느꼈다. 그날 아침 나는 다시 태어났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간직한 여체는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162-)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서다가 손에 들었던 클러치 백을 놓쳤다. 립스틱이며 손거울,휴지 등이 사방으로 튀었다. 상체를 숙이고 물건을 주워 담는데 신물이 넘어왔다.과식을 한 게 후회되었지만 이미 늦었다.상비약으로 들고 다니는 소화제르 챙겨 먹었다. 과식하는 버릇이 생긴 건 파업 초반에 했던 단식 투쟁이 끝나고부터였다. (-194-)
책 『밤의 독백』에는 여덟 편의 단편 소설이 이어지고 있었다. 작가 서경희는 자신이 쓴 단편 소설 스무 편 중에서, 시대적인 이야기로 채워진 여덟 편을 선택한다.이 소설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언급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는 갑과 을로 나뉘며,차별과 혐오, 멸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소설에서 , 주인공의 삶이 비뚤어지고,왜곡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말하고 있어서, 눈길이 간다. 직어븐 가지고 있지만, 그 직업을 가지기까지 겪어온 아픔의 시간이 존재한다. 어떤 일에 대해서, 보람을 느끼기보다, 꿈과 희망이 사치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일을 못하면,그 사람의 꿈을 꺾어 버리는 걸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얻었던 사회적 스트레스와 언어적 폭력으 다른 애꿋은 사람들에게 풀 때가 있다.폭력이 학습되고, 누군가에게 희생양이 되어서, 되물림 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사건이 되고, 누군가가 자살을 가장한 타살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극단적인 일은 반복된다. 같은 일을 하면서,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말한다. 현실은 일을 못하면,곧바로 언어적 폭력이 진행되고, 그 사람의 인격을 말살시켜 버린다.암묵적인 갑이 행하는 언어적 폭력에 대해서, 나약한 을은 속수무책일 때가 있다.
주인공이 집안에서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그것을 본 가족들은 ,주인공의 마음은 이해하기도 전에, 타박하기 일쑤다.사회적 약자로서, 을이 을을 공격하고 있다. 이 소설은 음침하면서도,우리 사회의 아픔과 슬픔을 담아내고 있어서,인간의 내면 속 상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