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엔진 소리 또 침을 삼킨 후의 말들
정선엽 지음 / 시옷이응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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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가 한쪽 귀퉁이의 오래된 만화책 대여점에 가서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있는 하루키의 책들을 잔뜩 빌려 땅바닥에 끌리는 수다스러운 슬리퍼 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느릿느릿 천천히 걸어갈 적에 드는 감정이나 생각 같은 것들이 있어요. 대여점에 직접 걸어가서 빌려온다는 건 그런 것들이 전부 포함되는 것 같아요.슬리퍼조차도. (-12-)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 다음 줄에 적혀 있었어요. 제일 깊숙한 지점에 들어있던 물기조차 증발해서 말라버린 점토 덩어리처럼 단단하게 뭉처진 한 개의 문단으로 말이죠. 그랬지만 여전히 부드러웠고 강의를 하실 때처럼 음성을 한껏 낮춘 말투였어요. 비록 전부 글자이긴 했어도 그런게 충분히 전달되느 것 같았어요.내 연락을 기다리고 계셨대요. 아주 오랫동안 , 틀림없이 내게서 어떤 루트를 통해서든 연락이 올 거라 생각했다고 말씀하셨어요. (-57-)

들어보고 싶어요. 그 철컥,하는 소리. 필름을 사용하는 아날로그식 사진기가 어던 소리를 내는지는 모르고 있는 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장소에서 듣는 건 다를 것 같거든요. 거기선 파도 소리만 들려와요.그리고 바람 소리, 다른 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요.이따금씩 철컥, 하는 소리가 났고요.

(-117-)

바로 옆자리에 앉은 승객이 거리끼는 기색도 없이 쉽게 말을 건다면 나도 모르게 경계를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긴 시간 동안 한 마디고 하고 있지 않고, 또 등받이를 한껏 젖혀놓은 채 자기만 아는 행동을 일삼고 있지 않는다면,내시 한 번 쯤 대화를 할 수 있길 바라게 될 것 같기고 해요.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부터 아주 사소한 말이라도 천천히 오고 가게 된다면 원래는 경계심이 솟아나야 할 자리에 다른 게 만들어지게 되겠죠.가령 호기심이나 관심이라든지, 뭐 그런 비슷한 종류의 것들 말예요. (-155-)

한 직장에 매이지 않고 의뢰가 있을 적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내가 익힌 기술로 일을 하는 게 나한테는 꽤 맞았어요. 소속이 확실한 것에 비해선 안정돼 있다고 보긴 아무래도 힘들지만 그만큼 하고 싶지 않은 일은 굳이 안 해도 돼서 좋았죠. 남는 시간엔 영화를 보거나 스노보드를 타면서 여가도 들길 수 있을 정도는 돼서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게 대체로 만족스러웠어요. (-191-)

작가 정선엽의 소설 『비행기 엔진 소리 또 침을 삼킨 후의 말들』은 독특하다. 비행기가 뜨고 난 뒤,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소설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되고 있다. 작가 정선엽의 소설 『비야 다오스타』, 『빨간머리 소년을 찾아서』,『양 백 마리』, 『해변의 모래알 같이』이 독특한 제목과 스토릴를 추구하고 있었기 때문에,이 책도 기대를 품고 읽어 나갔다.자가 정선엽, 소설을 쓰면서도, 특별한 수상 이력 없이 인간의 삶을 그련내고 있어서, 신선하면서, 한 편의 소설에서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홍콩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어떤 일이 일어나까 싶지반, 여러가지 일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다.서로 경계하면서도,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면, 가까운 이들에게 말하지 않는 내 삶의 경험,느낌들을 말하게 된다. 생각과 경험을 서로 탐색하기 시작한다. 소설 『비행기 엔진 소리 또 침을 삼킨 후의 말들』은 어떤 튿정한 주제나 문학적 구조 없이,따옴표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인간은 어떻게 대화를 하고,대화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제3자의 입장에서,관찰자 역할이 되어서 소설을 읽어 볼수 있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라카미하루키였다.이 하나의 작가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 과정에서,나의 생각, 나의 느낌, 나의 가치관이 술술 나오게 되고, 공통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수다가 진행되고 있었다.맥락 없이 인간의 상상력과 호기심에 의해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머릿 속에서는 장소과 시간이 옮겨 다니고 있었다.그 와중에 두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서로에 대해 알게 되었고, 보이지 않는 심리를 읽게 된다.대화라는 것은 서로 공통되는 것이 없으면 진행되기 어렵다, 단 하나라도 공통된 가치와 신념,경험이 있다면,얼마든지 이야기가 만들어지고,그 이야기 속에서,나의 생각과 경험이 옳고 그른지 평가하고 있다. 결국 마지막에는 행복한 삶을 두 사람이 원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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