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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사한 아저씨의 심리적 부검
조은일 지음 / 예미 / 2023년 12월
평점 :
저는 충남에 위치한 논산 훈련소에 무보직으로 입소한 뒤 강원도 철원의 말단 부대에 배치되어 155 mm 견인포병으로 잠깐 지내다 행정병으로 보직 변경을 하였습니다. 당시 월급은 30만 원대였습니다. 군 복무 기간이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되는 과도기였기 때문에 20개월 복무하였습니다. 휴대폰은 군 생활 절반 정도 되던 시점부터 개인정비 시간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5-)
이곳저곳 다 가 보았지만,마지막 종교행사는 역시 불교다. 스님이 틀어 주는 노래가 마음에 들어서다. 언제나 직접 고른 노래를 한 곡씩 들려주며 말씀을 시작하신다. 오늘의 노래는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앨범 6집 수록곡 '마음이란'이다. 사랑을 할 때의 설렘, 그리고 헤어진 후 과거를 돌아보는 내용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가사다. (-49-)
일과가 끝나고 민 상병이 날 취사장 뒤편으로 부른다. 내가 잘 때 아무 터치 없던 선임이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다닌 거다. 석 하사도 그렇고, 사람들은 남의 잘못을 본면 찍어누를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김 일병도 , 후임들도 풀 뽑으며 속으로 내 욕했곘지만 깨우지는 않았다. 왜 그랬을까? 사람들에겐 욕할 대상이 필요한 것 같다. (-100-)
보급관실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간부님들이 공 상병의 진술서를 팔락팔락 넘기며 대충 훑는다.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징계 처리가 내 임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곧 공 상병이 들어오고 보급관님이 징계 절차를 읊으신다. 공 상병은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신문 절차도 있고 변론 기회도 있지만 법정 영화처럼 논박이 오가지는 않는다. 이미 사건에 연루된 모든 병사로부터 진술서를 받아 놓은 상태다. 거기 적힌 내용이 통일되지 않으면 진술서를 다시 쓰기도 했다. 보급관님은 징계 대상인 공 상병에게도 진술서를 여러 번 받았다. 최대한 뉘우치는 투로 적어야 강한 처벌을 면한다면서. (-149-)
부대 차원에서 단독군장 희망자, 잔류 희망자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행군은 20kg 완전 군장을 메고 하는 것이 원칙이다.그러나 훈련을 제대로 하는 것만큼 부대에서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행군을 빼려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다. 수 병장은 어깨가 안 좋다며 단독군장을 하기로 했다.강 상병도 은근슬쩍 껴서 단독군장 희망자로 묻어간다. 그는 완전군장을 왜 하냐며 자신을 똑똑한 사람, 나머지 사람들을 호구 취급하고 있다. 그래서 행정 분과에서 완전군장을 메는 건 나와 신일병 둘 분이다. (-199-)
책 『폭사한 아저씨의 심리적 부검』은 조은일 작가가, 2018년 3월 26일부터 2019년 11월 23일까지, 20개월간 육군 병사 행정병으로 복무한 기록을 담아내고 있었다. 이등병부터 시작해서, 병장까지, 평발이었던 저자가 겪어야 하는 군대 내에서의 불합리한 문제들을 꼬집고 있었다.
군대는 매우 엄격한 조직 문화다.대한민국 사회에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과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한다. 사회생활을 잘 한 사람은 군대 생활을 한 이들로 생각하고 있으며, 군대 내에서,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 왕따 뿐만 아니라,관심사병으로 분류된 병사가 자살하는 이유까지 읽을 수 있다.
실제 월남전을 참전한 1940년대생 남자들은 지금 아이들의 군대생활을 우습게 생각한다. 예전보다 군대 문화가 폭력적이지 않으며, 군대 내에서의 폭행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군대 복무기간도 상당히 줄어든 상태이다. 문제는 지금 아이들은 군대 내에 있는 불합리한 현실을 견디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성 세대들은 지금 군인들을 보면서 군기가 빠졌다. 정신이 해이해졌다고 말한다. 이런 문제들이니 책에 나오고 있느데,저자는 자살 위험군에 속하지 않으면서,매순간 자살을 생가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심리적 부검'상태세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며,군대를 제대하고 난 이후에도 휴유증이 남아 있었다.
군대생활을 잘하려면,까라면 까,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는 것을 항상 마음에 품고 있어야 한다. 잘 견뎌야 군대생활을 잘할 수 있고, 원리 원칙보다 요령이 우선인 곳이다. 저자처럼 군대생활을 하게 되면, 부적응자가 되거나, 호구로 불릴 수 있다. 특히 군대 생활에서는 다양한 포상 휴가 가 존재하는데,자신의 말 한마디 행동하나로 인해, 포상 휴가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화가 나더라도 꾹 참아야 하는 현실이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500개가 넘는 질문이 담긴 심리검사지에서 걸러지지 않는 군인들이 많다는 걸 알수 있다. 조은일 일병은 저자 혼자 만이 아니라 다수가 될 개연성이 있고,그로 인해 자살을 항상 생각하거나 ,실제로 군대 내에서, 휴가 나온 뒤, 탈영 및 자살을 시도 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