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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브라운 - 2024년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고예나 지음 / 산지니 / 2023년 11월
평점 :
"경성에 있는 카페 중 경성 브라운이 으뜸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더이다. 그게 다 여급이 내리는 가배 때문이라던데."
"소문은 과장되기 마련이지요."
홍설은 주전자의 물줄기를 일정한 양으로 흘려보내며 대답했다. 물줄기는 끊어질 듯 말 듯 하면서도 계속해서 가늘게 이어지고 있었다. (-22-)
비로소 홍설은 그의 속내를 짐작했다.
"내 당숙이 동경에서 가배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마침 일손이 모자라 사람을 구하고 있소. 그곳을 발판 삼아 도약하시오. 보수도 경성 브라운보다 나을 거요.동경에서 살아본 적이 있으니 그리 낯설지도 않을 터." (-86-)
명화는 이회영 선생이 앞에 있기라도 한 듯 얼굴이 홧홧해졌다.
"헌데 민 대신께선 명화 아씨가 아닌 홍설 아씨를 애초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습니다. 황제와 접촉할 만한 명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총독부의 의심을 사지 않을 만큼 평면적인 인물...친일 경력이 없지만 독립운동 이력 역시 없는 인물..궁녀가 아닌 여급이긴 하지마 가배와 황제의 궁합이 괜찮다고 판단하셨던 게지요." (-160-)
허씨의 눈앞에 이제껏 주시해온 여러 요한들이 떠올랐다.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속없는 사람처럼 헤헤거리던 방물장수.기생의 돈을 흥청망청 쓰던 기둥서방, 그리고 얼마 전 주막에서 괴로워하던 본연의 모습까지 모두가 한 사람이 만들어낸 자아였다.
"나리는 참으로 팔색조의 매력을 갖추신 분이더군요." (-232-)
정선생이 요한의 독방 문을 열자 바닥을 긁는 파열음이 묵직하게 퍼졌다. 그 소리를 방패 삼아 정선생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홍설이란 분은 여옥사 15호 독방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린 요한에게 정 선생이 쪽지 하나를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요한은 목이 매었다. (-305-)
다음 말 8월 6일. 하늘이 강력한 섬광으로 번뜩였다. 도시를 뒤덮는 빛으로 인해 사람들은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리틀 보이가 투하되자 히로시마는 순시간에 생명을 잃었다. 불길이 치솟는 가운데 비명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377-)
1984년 부상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졸업한 소설가 고예나는 『경성 브라운』을 통해 , 갑오개혁이 시행된 1894년~12896년으로 시간을 이동하고 있었다.그 당시 조선은 일제의 지배 하에 있었으며, 민영익을 포함한 민씨 집안이 조선의 외척으로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을미사변은 명성황후 민씨를 살해한 역사적 사건으로 , 소설 『경성브라운』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사다.
경성브라운은 조선시대 번화가였으며, 고종이 조선의 임금이었던 당시, 가배를 즐겼던 왕실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조선 백성은 나라를 잃은 서글픔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하지만 왕은 가배를 즐길 정도의 여유가 있었고, 그 당시의 모습을 경성브라운 여급 홍설의 삶에 일치하고 있었다.
독립운동가 우당이회영이 살았고, 조선의 배신자이자, 을사오적 중 하나였던 이완용이 나오고 있다.이화여전은 1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소설에서,조선의 26개 임금 고종을 독살하기 위해서,가배를 이용하였고, 홍설이라는 요인이 친일행적도, 독립운동의 흔적도 없엇던 평범함 여인이기 때문에,조선의 국격을 회복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인물로 나오고 있다.
1919년 파리강화회의 이후, 조선 ,대한제국 분위기는 바뀌었다. 소설은 1895년부터 1919년까지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경성브라운 여급 홍설이라는 인물의 삶메 반영하고 있었다. 우리의 아픈 역사와 슬픔, 린력거과 전차가 공존하였고, 농업에서 탈피하여, 상업으로 ㅈ너환하였던 그 당시, 노비로 살았던 이들에겐 조선이나 대한제국이나 지옥이긴 매한가지였다. 그들이 어떤 나라를 선택하든, 주어진 운명은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가 고예나는 그러한 우리의 사회적 현실을 디테일한 곳까지 포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