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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와 별의 소녀
키란 밀우드 하그레이브 지음, 조경실 옮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3년 11월
평점 :
나는 매일 아침 습관처럼 지도 앞에 섰다. 은색 물감으로 된 아프릭의 강줄기가 애집트의 강과 만나는 지점을 꼼꼼히 살핀 다음, 애집트와 이어진 유로파 만의 곡선 지형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따라갔다. 마치 바다 건너 한 손이 다른 손을 꽉 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반대편 벽에는 암리카 해안과 길게 이어진 해류를 스케치한 지도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얼어붙은 땅','사라지는 삼각지대','하늘색 바다'처럼 이상하고 신기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도의 종이는 근사한 진청색으로 염색돼 있었고, 해류는 실로 장식돼 있었다. 아빠는 머리카락처럼 가는 바늘을 사용해 하늘색 바다는 금실로, 사라지는 삼각지대 주변은 검은색 실로, 얼어붙은 땅 주변은 흰색 실로 해류를 표현해놓았다. 하지만 동쪽 해안을 지나면 모든 게 멈추고 말았다.빈 공간에는 딱 한 단어만 적혀 있었다.
'인코그니토.' 알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13-)
루페와 나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한쌍이었다. 루페는 남자애들만큼 키가 컸는데, 내 키는 루페의 어깨에도 못 미쳤다. 심지어 루페는 지난 한 달 사이 키가 더 자란 것처럼 보였다. 걔네 엄마가 좋아하지 않을 게 뻔했다. 아도리 부인은 슬픈 눈과 냉소를 머금은 얼굴에, 몸집은 작고 옷차림은 맵시 있었다. 루페 말로는 자기 엄마는 평소 잘 웃지도 않을 뿐더러 여자애들은 뛰어다녀도 안 되고 루페처럼 그렇게 키가 커도 안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26-)
아도리 총독은 스튜를 덜 익지도 않고 냄비를 통재로 자기 앞에 놓고 빵을 찍어 먼저 식사했다. 그가 충분히 먹고 난 뒤에야 다른 사람들도 허겁지겁 음식에 달려들었다. 나는 미스 리틀 옆에 두고 치킨 스튜를 먹고 싶지 않기고 했지만, 한 사람이 너무 급하게 먹다가 사레가 들려 음식이 코로 줄줄 나오는 걸 보고는 입맛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126-)
총독은 자기 아버지도 죽인 사람이었다. 이전까지는 그가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 확신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총독이 곁에 있을 때는 잠시도 틈을 보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루페, 총독은 루페가 죽었다고 믿는 눈치였다. 그의 말이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지만, 나는 루페가 죽지 않았다고 예전보다 더 힘껏 믿기로 했다. (-161-)
피부에 잦은 서늘한 기운이 놀랄만큼 시원했다.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물에 얹은 소매 주변으로 얇은 파란색 디가 하늘하늘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엄마 지도가 이 물에만 반응하는 걸 보고 평범한 물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건 정말이지 너무 놀라웠다. 물병을 살짝 흔들어 출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직은 꽤 남았다는 걸 확인했다. (-245-)
이제 검은 숲은 더 이상 검지 않았다. 단순히 눈에 덮여 그런게 아니었다.지하로 흐르는 맑은 물과 바닷물을 빨아들인 나무의 껍질은 소금 결정처럼 하얗고 반들반들하게 광택이 돌았고, 나무에 달린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과일은 조야의 특산품을 찾아 자기 나라로 가져가라는 상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나뭇잎에 쌓인 눈이 떨어지면서 얼굴과 목뒤로 눈가루를 흩뿌렸다. 나는 부지런히 파블로를 쫒아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그로메라와 나머지 마을을 잇는 산길은 예전보다 훨씬 넓어져 있었다. (-302-)
책 『잉크와 별의 소녀』은 판타지 소설이다. 키란 밀우드 하그레이브의 첫 소설이며, 50만부 팔린 판타자 영국 작가로서, 영국 도서상이 선정한 ';올해의 아동 도서'로 꼽혔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지도를 만드는 아빠의 딸이며, 가보 리오스다. 책에는 이사벨라로 나오고 있다. 이사벨라와 친구관계인 루페가 나오고 있으며, 조야 땅을 통치하는 아도라 총독과 파브로가 등장한다.
이사벨라는 호기심이 강한 소녀였다. 아빠가 일하는 지도 만드는 공간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엄마 지도를 보게 된다.그 지도 속에동쪽 해안 텅 비어 잇는 곳,그것이 이사벨라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미지의 땅이다.
왜 방치해 두었고, 왜 아무 것도 쓰여지지 않았다. 단 '인코그니토''라고 되어 있었을 뿐이다. 아도라 총독도 그 땅에 가본 적이 없고, 지도 제작자인 아빠도 직접 가본 적이 없다. 단 이사벨라는 그 땅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새로운 곳, 익숙하지 않은 곳, 낯선 곳은 언제나 공포스럽고,위협적이다. 하지만 그곳은 매우 매력적인 곳이기도 하다. 이사벨라와 이사벨라의 친구 루페, 그 땅으로 향하게 되는데, 아도라 총독은 루페가 죽은 줄 알았다. 이 소설에서, 이사벨라가 걸어온 그길이 모험과 도전, 용기의 길이다.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낸 길이며,지도에 기록될 수 있는 곳이다. 검은 숲이 걷히게 되고, 생명의 숲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 판타지 소설 『잉크와 별의 소녀』 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