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의 비밀 -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어린이 부분 수상작
민후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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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정말 귀신이 보여?"

짝을 바꾸면서 내 앞자리에 앉게 된 세영이가 뒤돌아보며 물었다. 벌써 2학기인데 아직도 소문이 진짜냐고 묻는 애가 있다니, 그것도 하필 최세영이라니! (-8-)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학원비가 싸서 수개차배에 다닌다고 말할까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은행장 아빠와 중학교 선생님을 엄마로 둔 유민이은 나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 과자를 먹다가도 배가 부르면 얼마나 남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주저 없이 쓰레기통에 버린다. 과자가 남으면 봉지 입구를 모아 테이프를 붙여뒀다가 나중에라도 다 먹고 빈 봉지만 버리는 나와는 확실히 다르다. (-36-)

'내가 죽므면 우리 엄마도 저렇게 슬프고 힘들겠지.'

그 생각을 하니 부모님께 자신이 여기에 있다고 말하지 말라는 세영의 마음이 온전히 느껴졌다. 슬픔을 뛰어넘는 절망감과 깊은 비애가 어깨를 짓누른 듯했다. 그때 서현이가 다가와 나를 끌어안았다. (-81-)

그때였다. 나는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내 입술 위에 무언가 닿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세영의 손바닥이 내 입술을 덮고 있었다. 내가 놀란 이유는 순간 손바닥의 감촉이 느껴져서였다. (-98-)

박윤후 작가의 『열세 살의 비밀』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이 열세살이 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초등하교 6학년, 그때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고민이 존재한다. 그 고민이 어른의 시선으로 볼 때 대수롭지 않고,사소한 것처럼 보여지지만, 실제 아이들에겐 그것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책 속 주이공 민아의 마음을 읽게 된다면, 열세살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고민의 흔적과 따스한 우정과 정서릉 이해할 수 있다.

책 속에서,민아는 독특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빠가 돌아가시고,아빠를 보게 된다. 세경이 교통사고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민아는 세경의 모습을 귀신으로 볼 수 있었다.민아의 이러한 특별한 능력은 친구들에게 널리 소문이 나고 말았다.

이 책에는 또다른 메세지를 읽을 수 있다.민아 ,유민,세경, 서현의 마음을 읽었다. 잘사는 아이 유민이 부러운 세경, 수개차배에 다니면서,중학교 수학 선행학습을 하고 있었다. 세경이 교통사고로 죽은 후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 내 소중한 사람이 사망하게 되면, 3일장과 49재를 올린다. 민아는 망자에 대해서, 49일동안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49재란 삼악도(三惡道; 지옥도·아귀도·축생도) 에 망자가 가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옥불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다.

책에는 열세살 이면 느낄 수 있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서 느끼는 부러움이 있었다. 가난한 삶과 부자의 삶이 아이들의 입장에선 상당히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과자가 먹기 싫으면 과감하게 버리는 유민의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나이도 그렇다. 내가 어릴 적 , 내 또래 아이들이 바로 이런 모습을 보여준 바 있었다. 도시락을 보더라도, 맛이 없으면 남기는 아이들이 있다. 그땐 몰랐지만, 어릴 때 부모가 부자라 해서, 영원히 부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철들고 알았다. 세경에게 유민이 당장 부러울 수 있지만, 그것이 영원히 부럽지는 않다. 어릴 적 습관이 어른이 되어서 고치지 안흘 대가 잇었다. 유민은 지금 풍족한 삶을 살고 잇어서, 풍요로운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지만, 상황이 어려워서,가난한 삶으로 바뀌게 될 때, 여전히 풍요로운 생활습관을 버리지 못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부러움이 열등감으로 바뀌게 된다. 가난한 삶,열등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 자체가 내 삶을 빛나게 할 수 있다. 열세살이 되어서,한계에 부딛치게 되는데,그 순간을 지혜롭게 극복하게 되면, 지혜로운 삶으로 이어갈 수 있다. 청소년 소설임에도,어른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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