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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승리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평점 :




어어머니는 아버지한테 몸을 굽혀 아버지 손을,
아버지 이마를 만진다. 어머니는
엄마 노릇에 너무 익숙해서
이제 아버지의 몸을
아이들에게 하듯이 살살
쓰다듬는다. 처음엔 부드럽게
그러다 고통에 무감해진다. (-13-)
나는 당신 없이 살거예요.
엄마 없이 사는 법을
언젠가 배웠으니.
제가 그걸 기억 못 한다고 생각하죠?
평생 안간힘으로 그걸 기억하려 했지요. (-15-)
당신은 마치 다리가 무릎에서 잘려
휠체어를 탄 사람이 된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나는 당신이 걷기를 바랐어요.
그리고 그런 상상을 너무너무 믿었기에
나는 말해야 했어요., 당신이 일어서도록 재촉해야 했지요.
당시는 왜 내가 말을 하도록 했나요?(-25-)
자기 천막 안에서,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온 존재로 슬퍼했다.
그리고 신들은 보았다.
그가 이미 죽은 사람임을,
사랑한 쪽의 제물이었음을.
죽을 운명이었던 쪽의. (-32-)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루이즈 글릭은 2023. 10. 13 세상을 떠나게 된다. 섬세하고,예리하면서, 인간의 삶을 통찰하였던 여류 시인 루이즈 글릭은 일리아드 오딧세이에 등장하는 아킬레스의 신으로서의 슬픔과 상실을 차용하여, 자신의 아버지의 삶과 연결짓고 있었다. 아킬레우스의 시선에서, 아버지의 시선으로 옮겨가는 인생사에서, 그녀가 1985년에 쓴 네번 째 시집 『아킬레우스의 승리』이다.
『아킬레우스의 승리』 에는 시인의 삶이 있고, 슬픔과 상실이 존재한다. 인간의 삶은 결국 죽음이라는 필멸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삶 속에서, 아킬레스는 펠레우스와 요정 테티스(바다의 여신)의 아들이었으며, 니체적인 열정을 가진 자, 아킬레스가 되었다.이 시집은 인간의 삶을 섬세하게 다루면서, 관통하고 있었다. 나에게 이로운 것이 타인에게 이로운 것이 될 수 있으며, 인간에 삶의 고통의 근원은 어디에서 시작되고,어디에서 끝이 나는지 아버지가 살아온 삶의 여정을 따라가 보고 있다.
시인은 말하고 있다. 아기가 태어나, 남자가 되고, 남자는 아빠가 된다. 그리고 아빠는 할아버지가 된 이후 아기로 되돌아간다. 루이즈 글릭은 바로 이러한 아버지의 삶을 시로 표현하고 있었으며, 휠체어에 의존하는 아버지를 낯설게 바라보고 있다. 삶에 목적을 두는 사람과 죽음을 목적으로 두는 사람의 차이를 선명하고, 순수하고,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아버지를 닮은 딸, 그로 인해 아버지가 살아온 인생을 , 딸은 그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시에서, 아버지의 삶과 일상을 보면서,자신의 미래가 어떠한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삶보다 죽음이 더 소중한 이유, 그 죽음 속에 영원한 사랑의 실체, 그것이 인간의 삶과 인간사회를 들여다 보게 해 주는 내 삶의 매개 역할을 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