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색 [내色] - 감정에 색을 입히다
이수진 외 지음 / 아무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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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애와 나는 소리를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기로 태어났잖아. 선천성 난청이었으니까. 나에게 목소리를 만들어 준 건 엄마 아빠 언니 이렇게 우리 가족들이었지. 엄마는 내가 옹알이가 없는 걸 알고 더딘 아이라 생각하며 인내심을 가졌는데 "이루리" 하고 이름을 부르는 데도 쳐다보지 않는 것에 마음이 더 철렁했다고 말하곤 했어. 그때 내가 정말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는지 천둥소리 같이 큰 소리는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당연하지, 아기였으니까. (-11-)

설희는 조용한 아이였다. 그 애는 햇빛이 잘 드는 창가를 좋아했다. 체육관에 불이라도 꺼져 있으면 햇빛을 찾아 커튼 밑으로 갔다. 혼자 있는 것 같아서 다가가 보면 허공에 대고 중얼중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43-)

인터넷에는 유흥비 마련을 위해 사기 친 일당을 구속한 일로 시끄러웠다. 개인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던 김모 군은 귀엽지만 불쌍해 보이는 동물 사진을 올리고, 사람들의 동정심을 이용해 후원금을 뜯어냈다. 인터넷에 출처도 없이 떠돌던 사진을 편집해 있지도 않은 보호소의 개들을 만들었다. (-87-)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나야 했다. 나연에게는 엄마가 연락이 안 되어도 걱정하지 말라고 미리 언질을 해두었다.따로 연락하겠다고 . 보라는 성애가 준 연보라색 바지를 입고 외출용으로 들고 다니는 작은 에코백에 지갑과 휴대폰, 태블릿과 에어팟만 챙겨 잠깐 외출하듯 병원을 나왔다. 돌아갈 일 없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병원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118-)

"저희는 라리나 최가 광고 모델로 적합하지 않은 점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립니다. 또한, 이로 인해 삼일절이라는 국가적 기념일에 국민께 큰 심려를 끼친 점도 사과드립니다. 저희는 라리나 최와의 계약을 즉시 종료하였으며,라리나 최의 독립회사 사이에 어떠한 관계도 없음을 명확히 밝힙니다." (-138-)

엄마는 왜 눈을 뜨고 키스를 해? 나는 콩자반이 사라진 뒤, 소파 밑에 쭈그려 앉아 발톱을 깎으며 물었다. 엄마는 행주로 밥상을 벅벅 닦으면서, 화장실 안에서 훔쳐왔던 그 표정을 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응큼한 년이네, 이거 , 엄마는 싱크대 앞으로 가서 그가 키스를 정신없이 해대느라 먹다 남기고 간 밥을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쏟아부으면서 말했다.

어차피 다 짐승들이야.기왕 속을 거면 아싸리 돈 많은 놈 물어와. (-171-)

사람들은 성공을 추구하고, 실패를 거부한다. 성공에 가까이 가려는 심리와 실패를 멀리하려는 심리가 교차될 때가 있다. 실패할 수 있는 순간에 도피와 회피를 선택하여, 성공확률을 높여 나간다. 필연적으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시각화하기 위해서,도입한 것이 색이다.

흔히 누군가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색을 고르고,고른 색을 통해서, 그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고, 분석하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심리는 감정이 기반하여 만들어 졌고,색체심리학은 인간의 감정을 색채로 시각화한 것이었다.때로는 이름에 내가 좋아하는 색을 넣는 경우가 있다. 연두, 보라 라는 색이 색으로서, 이름으로서 익숙하지기 시작한 이유다.

소설 『<내:色(감정에 색을 입히다.)』는 여섯가지 이야기로 구분되어 있다. 이 소설에서 『내:色(감정에 색을 입히다.)』 내색하다 (내色하다) 로 읽었다. 어떤 이는 불쾌한 순간이 나타나면, 그 불쾌한 감정이 얼굴색에 그대로 드러날 때가 있다. 공포와 두려움을 상징하는 색은 잿빛이다. 대체로 우리는 무지개빛 을 좋아하게 되는데,이 소설에서 『하와이안 레이』가 이 무지개색을 상징하고 있다. 이름이 보라 라서, 보라색을 은연중에 내비추고 있었으며, 검은 나비 소리에는 청각이 상실된 주인공을 전면에 등장하고 있었다. 어둠은 지옥을, 하얀 색은 천구글 상징한다. 왠지 모르게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냄새를 푸른 새벽에 반영하고 있었다. 새하얀 국화꽃이 아닌 붉은 국화꽃에는 피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피는 열정,장미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결국엔 죽음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등(燈) 에서 ,엄마에게 분풀이하는 주인공의 삶은 등잔 불과 같은 색을 품고 있었다. 소설은 매우 현실적이면서,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의 각박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스스로 누군가의 등에 기대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성찰하게 해 주는 짧고 강렬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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